어긋난 ‘야권 연대’, 험난한 시작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1.02.2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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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김해 불출마’ 선언으로 위기 봉착…민주당·국민참여당, 서로 “네 탓”

2월16일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김국장은 4·27 재·보선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꼽히는 경남 김해 을 지역에서 유력한 야권 단일 후보로 꼽혔다. 김해 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와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이 있는 곳으로 ‘친노’(親盧)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야권, 특히 친노 진영으로서는 패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이후 지금까지 그 지역을 지키고 있는 김국장은 상징성 측면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후보로 여겨졌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전 총리 등 친노 진영의 핵심 인사들이 김국장의 출마를 직접 권유하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는 국민참여당이 반발하고, 이것이 전체 친노 진영의 갈등으로 비치면서 결국 김국장 카드는 꺼내들기도 전에 불발로 그쳤다.

김국장의 이탈로 인해 4·27 재·보선을 위한 야권 연대는 시작도 하기 전에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야권 연대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국장의 출마는 민주당 야권 연대 전략의 핵심 키 중 하나였다. 민주당 내에서 전남 순천 지역 무(無)공천안이 거론될 수 있던 배경에도 김국장을 통한 야권 후보 단일화가 김해 을 지역에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비록 승리가 확실한 순천을 양보하는 것에 대한 내부 반발이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김해 을 단일화를 통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해 을에 김국장을 세우는 대신 순천을 (다른 야당에) 양보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김국장을) 김해 을 자체로는 유력하게 (후보로)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민주당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맨 왼쪽)의 불출마 선언으로 고민이 깊어졌다. ⓒ연합뉴스

민주당·국민참여당 갈등의 골만 깊어져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서 정권 교체를 노리는 야권의 전략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번 일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사이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는 김국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양당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민주당에서는 김국장이 출마 의사를 철회한 배경에 국민참여당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불출마 선언이 있기 직전까지도 야권에서는 김국장이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설지, 무소속으로 나설지에 대한 결정만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국장은 돌연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민참여당 쪽으로부터 압박이 심했다. 권양숙 여사 이름까지 거론되자 부담이 되기 싫어 출마를 접었다고 한다”라며 책임을 국민참여당으로 돌렸다. 친노 진영의 갈등으로 상황이 번져가면서 당초 출마를 생각했던 취지와 맞지 않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노 진영의 황희 민주당 부대변인은 “김국장이 출마를 고려한 것은 친노 진영이 힘을 합쳐 하나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주변에서 많은 말이 나오고 분열 조짐이 보이면서 본인이 분란의 원인이 되는 것에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천 작업을 주도한 민주당측 친노 진영 일부에서는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노 진영 내부의 갈등으로 비칠까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상징성 있고, 경쟁력 있는 야권 단일 후보를 통해 승리를 노렸던 자신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이 그것이다.

김국장의 사퇴로 당분간 친노 진영이 중심이 된 새로운 후보 탐색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당 차원에서 움직일 수 없었던 추대 과정에서의 부담도 컸었는데, 이마저 무산되면서 새로운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김국장만큼 경쟁력과 상징성에서 인정을 받는 인물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황희 부대변인은 “김국장 이후에 대한 논의는 일단 스톱된 상태이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야권 연대 기구 구성 곧 논의할 것”

▲ 지난 2월13일 김해시 부원동 새벽 시장에서 유시민 전 장관(오른쪽 첫 번째)과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유 전 장관 왼쪽)가 4ㆍ27 김해 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봉수 예비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참여당에서는 이같은 민주당의 시각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김국장에게 압력을 넣은 바도 없는데 민주당이 불출마의 원인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순필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김국장이 누가 나가란다고 나가고, 나가지 말란다고 안 나가는, 자기 판단도 없는 그런 사람인가. 적절치 못한 말이다”라고 말했다. 심사숙고한 본인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야지 이를 어느 한 쪽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얘기이다.

국민참여당은 당내 후보인 이봉수 전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양순필 대변인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다고 가정해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이봉수 후보가 1 대 1로 맞붙었을 때 오차 범위 내에서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국장을 넣었을 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라며 이후보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강변했다. 2000년 총선에서 김해에 출마해 경남 지역 민주당 후보 중 최고 득표를 했고,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17대 국회의원 출신 김맹곤 김해시장에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단 2% 차이로 떨어졌을 정도로 지역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이후보의 경쟁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김국장의 불출마로 김태호 전 지사의 출마 가능성이 커졌고, 따라서 이후보 외에 다른 경쟁력 있는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해 을의 야권 연대에 대한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연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인영 최고위원은 “야권 연합이나 연대 기조는 그대로 잘 유지될 것이다. 그런 것이 언제 흔들린 적이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동안 야권 연대 과정은 큰 틀에서 합의를 보았다가도 실현 단계에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월16일 열린 ‘민주진보개혁진영 집권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연대에 대한 각 당의 입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지분을 나누는 방식의 연합 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반면, 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측은 민주당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토론회 이후 서로의 입장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오고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연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조율은 곧 구성될 야권 연대 기구를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최고위원은 “멀지 않은 때에 기구 구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각 당은 물론이고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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