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해결, 대출 금리에 달렸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3.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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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크게 오르면 주택 구매 심리 위축시켜…소폭 상승 전망 우세해 상반기부터 ‘구입’ 늘 듯

2010년 전세금 상승률은 7.1%였고, 올해는 지난해와 대비해 3.3% 뛰었다. 서울 3.4%, 경기 4% 등 수도권의 전세금이 두드러지게 올랐다. 경기 용인 수지 지역 전세금은 8.5%까지 치솟았다. 전세금 상승률이 20%까지 육박했던 1980년대 말과 비교하면 부산 떨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상승 폭이 커지고 있어 문제이다. 국민은행이 올 1월부터 2월21일까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1월 첫째 주는 0.2% 오른 뒤 3주 연속 0.4%씩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2월 들어 0.5%, 0.6%로 매주 오름 폭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전세금 상승률이 매매가보다 2.3배(2009년), 3.8배(2010년) 높아졌기 때문에 일반인이 체감하는 전세난은 심각하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3월2일 서울 강남 도곡동 일대를 둘러보았는데, 99㎡(30평) 아파트 전세금이 6억5천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원 이상 올라 있었다. 서울 이남 지역인 용인 수지 지역의 아파트 전세금도 5천만~1억원 정도 올랐다. 총 전세금을  고려하면 경기 남부 지역 전세금은 서울 강남보다 큰 폭으로 뛴 셈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전세금 상승에 부담을 느낀 서울 사람들은 ‘탈서울’을 선택하고 있다. 이른바 전세 난민들이 비교적 싼 경기 북부 전세로 옮겨 타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전세금이 들썩이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등지의 중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5백만~1천만원가량 올랐다. 서울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서울 강북으로 이동하는 사람도 있다. 노원, 도봉, 강북구 등지의 아파트도 1천만~1천5백만원 정도 전세금이 상승했다.

▲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아파트 전세금은 크게 오른 반면 다세대 주택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 유장훈

“전세난, 올 하반기부터 진정 국면 접어들 것”

이런 상황에서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부채가 쌓이면서 전세난이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994년 33.1% → 2000년 44.2% → 2010년 67.0%까지 뛰어올랐다. 게다가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불안 심리가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가계 부채가 8백조원에 육박한다지만 과장된 면이 있다. 이 부채에는 은행권·비은행권뿐만 아니라 여신 기관 부채도 포함되어 있다. 즉, 신용카드로 점심값을 계산한 것도 부채에 포함되어 있어 부채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체 부채의 98%는 갚을 수 있는 우량 부채이고, 부실 부채는 2%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세난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해 하반기부터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은행 박팀장은 “지난해 월평균 전세금 상승률이 1% 미만인 점에 비추어볼 때, 올해 전세금 상승률 3.3%는 가파른 편이다. 그러나 이 기조는 본격적인 이사철인 3~4월과 2차 방학 이사철인 7~8월을 고비로 안정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국토해양부도 최근 전세금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학군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전세금 상승 폭이 줄었다. 전세금 상승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해 올 하반기 안정론에 무게를 더했다.

미분양 아파트 시장도 활기 띠기 시작해

현재로서는 전세 시장을 뒤흔들 만한 변수가 없다는 평가이다. 문제는 대출 금리이다. 현재 대출 금리는 5% 내외로 유지되고 있어 상환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연초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상식(?)을 깨고 정부가 올해 1월 금리를 올렸다. 올해 한두 차례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그 상승 폭이 관건이다.

0.5%가 마지노선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가 좋은 시절에 0.5%는 상환이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금리 인상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주택 시장 정체기에는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런 심리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무리하게 집을 장만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전세난을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은 전세금 안정화에 이롭지 않다. 게다가 물가 압박과 경제 둔화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0.5% 이상 금리 인상은 무리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만일 금리가 0.5% 미만으로 소폭 상승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올 상반기에 주택 구매를 고려해도 좋을 것 같다. 매매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의 저가 중·소형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미미한 오름세를 보이는 정도이다. 재건축 시장에 큰 요동이 없는 것도 주택 매매에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 강남 개포지구는 재건축 기본 계획 변경안 보류 여파로 실망 매물이 꾸준히 나오는 등 약세를 이어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강북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게 평가된 지역은 서울시의 재정비 촉진 사업 등으로 그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 보금자리 주택 등 소형 아파트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입주는 2~3년 뒤의 일이므로 그 사이 전세금이 오를 것을 고려하면 지금 중·소형 아파트를 사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미분양 물건을 눈여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용인시에 미분양 아파트가 있고, 최근 건설사의 할인 혜택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 미분양 아파트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2월25일 경기 구리시 교문사거리에 있는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하루 동안 4천명이나 몰렸고, 문의 전화도 예년보다 세 배 많은 7백여 통에 이르렀다. 전세금이 급등하고 집값도 조금씩 해빙 무드를 타면서 건설업계가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다. 올 3월 예정된 수도권 분양 물량이 1만4천 가구로 2005년 이후 가장 많다.

실수요자를 주택 매매 시장으로 유도하는 것은 전세난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김위원은 “전세난을 극복하기 위해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세로 쏠려 있는 수요를 매매 시장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전세 수요 계층을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은행 대출을 조금만 받으면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중간 소득층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때마침 국토해양부는 올해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어서 소형 주택이 필요한 1~2인 가구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구매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굳이 아파트만 고집할 일도 아니다. 학군·직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서울 강남 지역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센스공인중개소의 강희구 대표는 “언론이 강남의 아파트 시세만 떠드는데, 사실 강남에는 아파트가 많지 않다. 논현동·역삼동·선릉동·삼성동 등 강남 중심부의 90%가 다세대 주택이다. 다세대 주택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전세금이 1천만원 미만으로 소폭 상승했을 뿐, 큰 변동이 없다. 물론 대부분 전세로 눌러앉아 있기 때문에 다세대 주택 매매가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급매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 분: 박합수 KB국민은행 WM사업부 차장·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강희구 센스공인중개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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