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압력에 또 쓰러진 ‘수쿠크’
  • 허신열│내일신문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1.03.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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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 처리 벼르던 한나라당, ‘보류’로 급선회…“지역구 내 목회자·신도 항의 전화에 곤혹”

 

▲ 3월4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슬람 채권(수쿠크법)법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국회에서 ‘수쿠크(Sukuk; 이슬람 채권)’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7년 10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주이집트 대사관 국정 감사장에서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9년 9월,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이슬람 채권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수쿠크에 대해 법인세와 부가세, 양도세, 취·등록세 등을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본격적인 논의는 그해 11월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강경한 반대론자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과 강성종 민주당 의원이었다. 강의원은 테러 자금 지원과 개신교 반대 여론 등을 거론했고, 조세소위 위원장이었던 이의원은 “거래하는 것을 말리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비과세 특혜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라는 반대론을 폈다.

당시 입장이 모호한 의원도 있었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개정안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2009년 연말 국회에서 이슬람 채권법은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기재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조세소위 위원장이었던 이혜훈 의원이 워낙 거세게 반대한 데다 개신교 신자인 여야 의원 일부가 동조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조세소위에서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전체회의에 부쳐지지도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논란은 거셌지만 수쿠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거의 없었다. ‘정치부 기자’들의 정치 이슈 목록에도 수쿠크는 포함되지 않았다.

수쿠크는 2000년대 초반에 개발되었다. 이자 수수를 금지하고 있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우회하는 금융 기법이었다. 현물 거래를 사이에 끼워 이자 대신 임대료 등으로 이윤을 취하는 방식이다. 이슬람 금융 허브를 노렸던 바레인과 말레이시아가 적극적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채권 발행 총액이 50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전세계 금융 기관들은 수쿠크에 주목했다. 안정적인 장기 투자 자금이면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금고도 탄탄했기 때문이었다. HSBC, 골드만삭스 등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수쿠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테러 자금 지원 의혹이 있다” “지나친 특혜이다”라는 반대 의견은 여전히 거셌지만 ‘대세’는 처리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복병은 ‘새해 예산안 날치기’였다. 한시가 급했던 기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산안 강행 처리 하루 전인 12월7일 이슬람 채권법을 포함해 예산과 관계가 없는 쟁점 법안을 제외한 채 예산 부수 법안 등을 처리해버렸다.

찬성론자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김성조 기재위 위원장이 “보류하자”라고 제안하자, “소위에서 합의된 것을 왜 이것만 이렇게 하자는 것이냐. 한번 말씀을 해 봐달라. 이것이 왜 그런가”라고 항의했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도 “내 동생이 목사이고 처남이 목사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서 합당한 법이 이렇게 반대가 된다면 앞으로 경제 정책을 어떻게 취하겠는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같은 당의 서병수 의원도 “지금 두세 분 정도가 여기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해서 전체의 의사인 것처럼 이렇게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처리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재위 관계자는 “회의 중간 쉬는 시간에 일부 반대 의원들이 얼굴이 벌걸 정도로 항의를 하더라. 이슬람 채권법을 포함할 경우 다른 안건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김위원장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교계, ‘낙선 운동’ ‘대통령 하야론’ 등으로 압박

보수 성향의 개신교계가 본격적으로 수쿠크 반대 운동에 뛰어든 것은 올 1월부터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조짐이 보이면서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는 1월29일 반대 성명을 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수쿠크대책특별위원회’도 조직했다. 2월17일에는 한기총 회장 길자연 목사를 비롯한 보수 성향 개신교 인사들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만나 “수쿠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도 불사하겠다”라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쏟아냈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했다. 

보수 개신교계가 반발하는 배경에는 이슬람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쿠크를 받아들일 경우 한국에 이슬람 문화가 확산되고 무슬림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쿠크를 일종의 ‘트로이의 목마’로 보는 셈이다. “이슬람은 부인을 네 명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 젊은 여자들이 이슬람 사람들과 결혼했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결국에는 처가 아닌 첩으로 둔갑될 수도 있다”라는 길자연 목사의 발언은 보수 개신교계의 우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나라당은 움찔했다. 지역구 대형 교회를 통한 압박은 개별 국회의원을 옥죄었다. 찬성을 주장하던 의원들은 공개 발언을 꺼렸고, 표결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급기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월22일 “지도부와 비공식적으로 다 얘기가 되었다”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개신교의 협박에 한나라당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고 보고 있다. ‘표’를 매개로 한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는 차이가 있지만 민주당도 결국 반대로 돌아섰다.

한나라당의 한 기재위 소속 의원은 “처리를 유보하겠다는 이야기는 처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당에서 물러섰는데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 개인이 어떡하겠느냐”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기재위 의원도 “지역구 교회 목회자들과 신도들이 항의 전화를 하는 통에 한동안 일을 제대로 못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슬람 채권법은 이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유보 의사를 밝힌 만큼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제 논리에서 정치로 옮겨온 수쿠크가 종교라는 족쇄에 걸리면서 오도 가도 못 하는 형국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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