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성분이라고 모두 건강에 이롭지는 않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3.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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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인터뷰

 

ⓒ시사저널 임준선

3년 전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심혈관질환과 암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 초콜릿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암 발병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로 고추 농가가 발칵 뒤집힌 적도 있다. 그 주인공이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이다. 지난 10년 동안 펴낸 1백30편의 연구 결과가 모두 세계적인 권위지에 게재되면서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올해 만 37세로 앞으로 국내외 식품생명공학계를 이끌 인물로 평가받는 이교수를 지난 3월9일 만났다.

식물 성분(파이토케미컬)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인이 흔히 접하는 채소류에 관심이 많다. 과거 한국인은 채식을 즐긴 덕에 암이나 당뇨 발병률이 낮았다. 이를 설명하려면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화학, 생물, 의학, 제약 등 여러 분야의 연구가 동시에 필요하다. 한국인이 즐기는 채식이 왜 건강에 좋은지를 증명하면 세계적인 바이오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셈이다. 

기존 상식을 깨는 연구도 진행한 것으로 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가 몸에 좋지 않다고 알려졌지만, 녹차나 홍차보다 폴리페놀(항산화 성분)이 다섯 배 많았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진통제나 혈압약 원료로 쓰이지만, 연구해보니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타민C가 많은 고추, 클로렐라가 든 고추 등 품종을 다양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김치는 우수한 발효 식품이다. 그러나 우리 전통 식품이라도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치의 맵고 짠 성분은 위암의 원인이지 않는가.

식물 성분이라고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다. 동물 실험에서 고추의 캡사이신이 암을 촉진하지만, 깻잎과 양파에 있는 루테올린 성분은 암을 억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력이 약한 사람이 고추나 인삼을 먹으면 열이 나고 회복된다. 이런 좋은 점도 있지만 신경, 위, 간에는 나쁜 자극을 준다.

얘기를 종합하면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에 무게를 두고 연구하는 듯하다.

진단 결과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사람에게 의사는 암을 예방하기 위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고기 섭취량을 줄이라는 정도를 넘어 특정 음식을 얼마나 섭취하라는 구체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암 전 단계인 염증을 억제하는 방법을 식물 성분에서 찾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연구에 몰두하고, 그 후에는 유능한 후학을 기르고 싶다. 외국 대학에 뒤지지 않는, 도전적인 학생을 키워내는 것이 10년 후의 계획이다.

일과가 궁금하다. 아이가 있다면 빵점 아빠일 것 같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연구한다. 밤 11시쯤 퇴근해서 아내와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다. 12시 이후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이다. 외국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토론을 한다. 새벽 3~4시쯤 잠을 잔다. 이런 생활을 10년 동안 했다. 운동할 시간은 없지만 내 일이 즐겁다. 아이는 아직 없지만, 결혼 8년 동안 이런 모습만 보이니 아내는 썩 달갑지 않은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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