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의 파워 행보’는 어디까지?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3.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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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부회장, 계열사 통합으로 그룹 내 위상 강화…이재현 회장과의 계열 분리설도 ‘솔솔’

 

▲ 2006년 미국 맨해튼센터에서 열린 세계여성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이미경 당시 CJ그룹 부회장.

이미경 CJ E&M 부회장의 ‘파워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CJ그룹은 지난 3월1일 CJ엔터테인먼트, CJ미디어, 온미디어, 엠넷미디어, CJ인터넷 등을 통합한 CJ E&M을 공식 출범시켰다. 영화와 음악, 미디어, 게임을 아우르는 ‘콘텐츠 공룡’이 한국에서 탄생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자산은 1조7천억원대, 매출액은 1조3천억원대에 이른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계열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보근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계열사 통합으로 글로벌 콘텐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CJ그룹도 이미경 부회장이 주도했던 ‘콘텐츠 한류’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지형 CJ E&M 전략지원팀 부장은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글로벌화하는 것이 1차 목표이다. 2015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부회장의 역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이부회장은 그동안 그룹 내 미디테인먼트(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주도해왔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통합 작업 역시 이부회장이 밑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사업을 보는 식견이 탁월하다. 이미경 부회장이 통합 작업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CJ그룹은 그동안 독특한 소유 구조를 유지해왔다. 지난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후 이재현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았다.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해 왔지만, 지분은 미미한 편이다. 현재 맡고 있는 부회장도 공식 직함은 아니다.

동생인 이재현 부회장에게 그룹 전권을 넘겨주고, 누나는 전문 경영인 역할만 해 온 셈이 된다. 때문에 이번 통합 법인 출범을 계기로 계열 분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서울 상암동 CJ E&M센터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 회사의 이주를 완료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식품·물류 계열사 다섯 곳이 중구 쌍림동으로 옮기면서 분리 경영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계열 분리는 그룹 사정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라고 잘라 말한다. 이재현 회장은 현재 지주회사인 CJ의 지분 41.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CJ제일제당과 CJ인터넷 지분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아들 선호군과 딸 경후씨도 CJ미디어를 포함한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미경 부회장은 그룹 지분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비상장사인 CJ미디어의 지분 1.32%를 갖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외의 사업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경 부회장도 평소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은 이재현님(동생 이재현 회장을 부르는 호칭)의 업적이다. 나는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에 불과하다”라고 말해왔다.

그럼에도 향후 이부회장의 거취 변화는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은 현재도 단순한 전문 경영인 이상이다. 그룹 내 지분은 없지만, 탁월한 인맥을 바탕으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등 세계적인 영화인들과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CJ그룹이 지난 1995년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드림웍스 주주 명단에 오른 데에도 이부회장의 인맥이 작용했다는 평가이다. 이후 CJ그룹은 식품 기업에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 이부회장은 작업 방식 또한 치밀하다.

CJ미디어 방송 채널을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CJ엔터테인먼트가 수입할 영화는 필름 프린트를 구해 관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CJ엔터테인먼트, CJ CGV, 엠넷미디어, CJ미디어, CJ헬로비전 등 E&M 사업 부문이 대부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데에도 이부회장의 글로벌 안목과 사업 능력이 작용했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때문에 이번 계열사 통합을 계기로 이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대중 신임 대표 선임 배경에 관심

▲ 서울 상암동에 있는 CJ E&M 건물. ⓒ시사저널 박은숙

그러나 시작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CJ E&M은 지난 3월8일 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었다. 지난 2월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소집을 갑자기 철회했기 때문이다. 당초 통합 법인 대표로는 이관훈 CJ 대표(전 CJ미디어 대표)가 내정되었다. 이사회 결의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주총을 며칠 앞두고 하대중 현 대표(전 CJ 대표)로 교체되었다.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을 감안하면서까지 주총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CJ E&M측은 “통합 법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하대표를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다른 얘기가 흘러나온다.

신임 하대표는 이미경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1998년 이부회장과 손발을 맞추어서 CGV 설립을 주도했다. 지난 2008년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지주회사로 옮겨 사태 수습에 막후 역할을 하기도 했다. CJ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취임 초기 하대표는 이회장에게 보고되는 여러 개의 라인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업무 추진력과 조직 장악 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있다”라고 귀띔했다. 결국 하사장이 ‘소방수’ 임무를 다하고 이부회장의 부름에 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재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후 급성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 CJ그룹 역시 오는 2013년까지 제일제당의 매출 10조원 목표를 정해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4조원에 불과했다. 3년 만에 6조원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식품 부문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대중 대표와 이관훈 대표의 교차 인사가 진행되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도 하대중 대표는 이회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2013년을 위해서는 그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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