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정보는 사교육 쪽보다 대교협이나 교육청에 있다”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03.1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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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록 한국외대 책임 입학사정관 인터뷰 "마음의 빚 갚기 위해 공교육으로 돌아와”

 

▲ 충청북도 영동 출생화곡고등학교 국어교사EBS 언어영역 강사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 소장 ⓒ시사저널 윤성호

사교육업계의 스타 강사는 왜 느닷없이 입학사정관이 된 것일까. 지난 3월4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입학사정관실에서 이석록 책임 입학사정관을 만났다. 그는 최근까지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장으로 있으며 사교육업계에서 명성을 날렸다.

교육계에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 화곡고등학교에서 20여 년간 국어교사로 근무한 그는, 지난 1997년부터 8년여 동안 EBS에서 강의하며 ‘공교육 스타 강사’로 떠올랐다. 그러다가 2005년 돌연 사교육업계로 진출해 ‘스타 강사’로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마음의 빚을 털어버릴 수 없었다. 그는 “교직을 그만둔 것이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공교육으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교사로 당시 EBS 강의를 통해 ‘스타 강사’가 되었다. 어떤 계기로 EBS 강사가 되었나?

원래 방송에 관심이 있었다. 오디션을 통과해 EBS 강사가 되었는데 방송을 통해 전국의 학생들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된다는 것에 대해 책임 의식을 느낄 수 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EBS의 영향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BS가 사교육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까?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사교육비 경감 부분에서 EBS가 나름으로 애를 많이 썼다. 강의의 질 측면에서 EBS가 결코 사교육에 뒤처지지 않는다. 지금도 EBS에는 스타 강사들이 있다. 이 선생님들이 조직적으로 정교하게 준비를 해준다면 충분히 사교육을 대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EBS 강의에서 수능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EBS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강의의 질이 좋기 때문에 보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 부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인식이 왜곡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사교육 강의를 들어야만 본질인 양 생각을 하는데, 실제 수능 출제 방식을 보면 개념 중심, 본질 중심이다. 이것은 EBS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문제 풀이, 요령 중심의 강의에 익숙하다 보니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1백70개 고등학교를 돌며 입시설명회를 했는데,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놀라울 정도로 인식이 고착되어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수능 출제 방식이 급변하고, 이에 따른 제도적인 혼란이 있었다. 불안해진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었고, 사교육의 전략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지금은 대다수 학부모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입시 준비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입시 업체 유명 강사로서는 어땠나? 입시설명회를 많이 다닌 것으로도 유명한데.

강남 대성학원에 1년 정도 있다가 메가스터디로 옮겼다. 메가스터디에서는 입시평가연구소장도 겸했다. 여기에서 나름으로 입시에 대해서 정확하게 전달해주자는 욕심을 가졌었다. 지금 입시가 상당히 복잡하다. 복잡한 입시를 풀어서 아이들이 진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런 정보들을 모르는 지방 학생이 많다. 전국을 돌며 입시설명회를 하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지방에 있는 아이들은 정보의 부재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정확한 입시 정보를 준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입시 컨설팅을 주로 사교육계가 차지해서인지 사교육 시장의 외연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난해 11월2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이석록 소장이 입시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솔직히 학부모들이 주로 사교육 쪽에 와서 돈을 주고 컨설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에는 학교에서 진학지도협의회를 통해 선생님들의 역할이 커지고, 좋아지고 있다. 교육청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좋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상담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게다가 무료이다. 공짜면 괜히 허술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최근 대교협에서 연구하는 분들은 입시 전략에서 굉장히 전문적이다. 사교육 쪽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강남 쪽에서 고액을 받고 입시 컨설팅을 한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엉터리가 많다. 학부모들은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학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고급 정보는 오히려 대교협, 교육청에서 나온다.

책임 입학사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교육 시장을 떠나 다시 돌아온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어쨌든 마지막으로 공교육 쪽에서 삶을 보내며 헌신하고 싶었다. (공교육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우선적으로 했다. 지금까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고, 막상 와보니까 나름대로 보람이 있다. 우수하고 능력 있는 학생들, 하지만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학생들을 선발해서 인재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뿌듯함을 느낀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상당히 바쁘게 지나가지만, 힘이 나는 일이다. 처음으로 이런 감정을 느꼈다.

현행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려움이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선생님들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학생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려고 힘쓰고 있다. 선발 규모도 늘어나야 한다.

사교육을 거친 이력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교육에서 왔다는 이유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내가 사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편법으로 준비하는 사례들을 보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

자기소개서 대필은 걸러내는 시스템을 두고 있다. 그리고 스펙 문제. 스펙을 만들어준다? 인위적인 스펙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입학사정관제의 목표는 학교 정상화이다. 자기 주도적으로 어떤 능력을 길렀고,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이 어떻게 자라왔나 하는 것을 정확히 보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스펙을 만들어주었을 때 그것은 반드시 ‘보인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모두 경험했는데 한국의 ‘교육’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도적인 부분들이 학생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 학생들에게 예측 가능한 제도가 나와서 여유 있게,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학부모들도 실제 사교육에 대한 인이 박혀 있는데, 이 인을 빼고 조금 더 순수함을 가지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공교육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지도해준다면 우리 학생들이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에서 준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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