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뒤에 몸 숨기고 폭력 예찬하는 ‘사회 고발’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3.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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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범죄와 사적 복수 아우른 화제작 <고백>

 

▲ ⓒ재단법인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봄방학을 앞두고 종업식이 한창인 중학교의 교실 안.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 교사 유코(마츠 다카코)가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교사가 함께 있음에도 버젓이 교우를 괴롭히는가 하면, 큰소리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바쁘고 몇몇은 교실 안을 뛰어다니기까지 한다. 그러나 잠시 후, 자신의 어린 딸을 죽인 사람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유코의 고백이 이어지면서 교실 안은 혼란 속에 빠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들과 학부모의 고백. 영화 <고백>은 그렇게 각자의 고백을 통해 유아 살인 사건을 둘러싼 진실에 접근해간다.

2010년 일본에서 흥행과 평단 평가 양면의 성공을 거두며 최고의 화제작이 된 영화 <고백>은 청소년 범죄와 사적 복수를 아우른 시사적 작품이다. <불량 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으로 주목받은 나카시마 테츠야의 네 번째 영화이다. 전작과 달리 한결 어두워진 색조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갈무리하고 있지만, 촬영과 편집은 더욱 화려해졌다. 감독은 잘게 쪼개진 영상과 다각도에서 촬영된 화면, 도로와 편의점의 반사경을 통해 비치는 왜곡된 이미지들 그리고 감각적인 주제 음악을 활용해 그들 각자의 고백을 듣는 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 영상화한다.

그렇게 드러나는 고백은 사뭇 충격적이다. 단순한 인정 욕구 때문에 살인을 하는 아이들의 표정도 그러려니와 단호하게 사적 복수를 천명하는 교사의 결정도 놀랍기는 매한가지다. “여러분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를 추궁당하지 않는군요. 하지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하여 아이와 어른은 대립한다. 각자 최선을 다해 서로를 괴롭힌다. 물론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그럴 만한’ 이유가 당연히 있다. 각자의 사정을 드러내는 고백이 거듭될 때마다 관객은 혼란에 빠지고, 감독은 그러한 혼란 속에 질문을 던진다.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고, 아이가 아이를 학대하는 세상이다. 무지한 선의가 악의로 뒤바뀌고 익명성 뒤에 몸을 숨기고 폭력을 예찬하는 사회 속에서, 과연 생명은 소중한가? 그 질문의 답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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