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대형 병원, 이렇게 찾아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3.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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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17곳 비교 분석 / 규모보다 환자의 질환에 맞는 치료 경험 많은지 우선 살펴야

일반인이 병원을 선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왕래가 편한 병원, 특정 질환을 잘 치료하는 병원, 지인이 소개한 병원, 언론의 주목을 받는 병원 등을 찾는다. 가벼운 질환이라면 어떤 병원을 선택해도 무방하지만, 중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래도 중병을 많이 치료해본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불편을 감수하고, 지방에 사는 사람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많은 병원 중에서 어느 병원을 선택할지, 환자 입장에서는 막막하다. 이런 경우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료를 참고하면 유용하다.

심평원은 병원별 진료 과목 수부터 수술 건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심평원은 올 상반기에 이 정보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도 공개할 계획이다. 채희승 심평원 건강정보서비스부 과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의료 기관 평가 정보를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기로 최근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르면 오는 4~6월 중에 서비스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심평원 자료를 근거로 서울 시내에 있는 17개 대학병원(상급 종합병원)을 아홉 개 분야(진료 과목, 병상, 전문의, 의료 장비(3개 장비), 영양사, 항생제, 수술 등 진료량)별로 나누어 비교·종합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간 격차가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병원의 의료 수준이 낮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 대학병원은 모두 수준 이상의 의료 기관이다. 병원의 명성보다는 자신의 질환에 맞는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진료·수납 등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시사저널 박은숙

 우선,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의 진료 과목을 살펴보았다. 한 병원에 진료 과목이 많을수록 여러 질환으로 고생하는 한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또, 하나의 질환을 치료하더라도 가능한 한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수렴하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기에 용이하다. 대다수 대학병원은 23~26개 진료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한양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상계백병원이 26개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꼭 필요한 검사 장비가 충분한지도 따져야

환자가 입원하려고 해도 대학병원 병실은 항상 만원이다. 2천4백64개로 병상 수가 가장 많은 서울아산병원도 늘 병상이 부족하다. 연세세브란스병원(1천8백75개), 삼성서울병원(1천7백15개), 서울대병원(1천5백19개)도 1천개 이상의 병상을 확보한 병원이다. 병상 수가 많은 병원이 무조건 좋은 병원은 아니다. 환자가 많은 만큼 의사도 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의사가 담당하는 환자가 많아지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 얼굴 보기도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모든 진료과를 종합할 때,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있는 전문의 수는 평균 2백54명이다. 전문의가 가장 많은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으로 6백6명이며, 연세세브란스병원(5백61명), 삼성서울병원(5백16명), 서울대병원(4백90명), 서울성모병원(3백17명) 등이 평균보다 많은 전문의를 확보하고 있다.  
 

 
병원에 의료 장비가 충분할수록 환자는 검사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고가의 의료 장비가 많은 병원일수록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의료 장비를 다양하게 갖춘 병원보다 환자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검사 장비를 충분히 보유한 병원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러 종류의 의료 장비 중에서 활용도가 높고, 병원별 보유 대수 차이가 큰 세 종류 의료 장비(CT, MRI, 혈액투석을 위한 인공신장기) 보유 현황을 살펴보았다. 각 대학병원이 확보한 CT는 2대에서 14대까지 그 편차가 크다. 가장 많은 14대를 확보한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이다. MRI도 모든 대학병원이 갖추고 있는 의료 장비인데, 한 대부터 많게는 아홉 대(서울아산병원)까지 갖추고 있다. 혈액 투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학병원마다 수십 대의 인공신장기를 확보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이 78대로 가장 많은 인공신장기를 갖추고 있다.  

입원 환자에게 영양 공급(치료식)은 회복 속도와 관련이 있으므로 환자마다 음식 구성이 달라야 한다. 이 때문에 각 병원은 영양사를 두고 있다. 가장 많은 영양사를 둔 곳은 삼성서울병원으로, 모두 28명의 영양사가 환자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심평원은 각 병원의 조리사 수도 공개하고 있다. 

질병 예방과 치료에 항생제는 필수이다. 특정 질환, 예를 들면 무릎 인공 관절 수술 후의 염증 예방에 항생제는 큰 도움을 준다. 반대로 어떤 질환에는 치료 효과가 생각만큼 높지 않거나 내성이 생길 가능성도 있으므로 그 처방률을 줄이고 있다. 특히 일반 감기에 항생제 처방을 최소화하고 있다. 심평원도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학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평균 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적은 처방률을 보인 곳은 서울대병원(14.7%), 삼성서울병원(16.4%), 강북삼성병원(26.8%), 고대병원(22.7%), 연세세브란스병원(13.1%), 강남세브란스병원(15.0%), 서울성모병원(4.6%), 서울아산병원(17.2%), 순천향병원(28%), 여의도성모병원(19.4%)이다. 

병원의 수술과 진료 성과를 수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암 수술 등 고위험 수술은 그 건수가 많은 병원의 진료 결과가 그렇지 않은 병원에 비해 좋다는 이론이 있다. 경험이 많을수록 치료도 잘한다는 것이다. 심평원도 이를 근거로 수술 건수를 분석했다. 위암, 간암 등 아홉 가지 수술별로 기준 건수를 정하고, 그 이상과 그 이하의 병원을 선별했다. 모든 수술에서 기준 이상을 보인 병원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이다. 치료 성과보다는 대학병원의 간판을 보고 환자가 많이 몰린 것도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이다. 따라서 환자들에게는 규모가 큰 병원보다 자신의 질환에 대한 수술 경험이 많은 병원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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