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mSv 쬐면 ‘사망’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3.2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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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노출, 얼마나 위험한가 / 일본발 낙진 한국 피해 없을 듯

 

▲ 일본 의료진이 후쿠시마에서 대피한 시민들에게 방사능 물질 오염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EPA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방사선에 피폭되면 인체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사람이 흙, 건축 자재 등 자연 상태에서 받는 방사선량은 연간 2mSv(밀리시버트: 방사선량 단위) 안팎이다. 서울에서 유럽까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는 0.07mSv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할 때 쐬는 방사선량은 1mSv 정도이다. 브라질과 같은 고지대에서 관측되는 자연 방사선량은 연간 10mSv이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제방사선방호기구(ICRP)가 연간 방사선 노출 허용치를 5mSv로 제한했다. 시간당 5mSv에 10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지만, 이런 양이 일반인에게 노출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방사선량이 시간당 10mSv를 넘을 때 ‘방사선 재난’을 선포한다. 3월18일 현재 일본은 이 기준을 밑도는 수준이다. 게다가 사고 원전이 있는 지점과 한국은 거리가 1천km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으며, 바람도 서풍이어서 직접적인 방사선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러나 하늘의 기류 변화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피폭되면 옷과 몸 깨끗이 씻어내야

사람이 하루에 5백mSv의 방사선량을 쐬면 10명 중 한두 명의 백혈구 수가 줄어드는 등 미세하고 일시적인 혈액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1천mSv 이상이면 가벼운 피폭 증세가 나타나고, 2천mSv가 넘으면 구토·탈모 등 심한 증세를 보인다. 보통 암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4천~6천mSv에 노출되면 출혈·탈모 증상 외에 한두 시간 안에 체온이 38~40℃까지 올라갈 확률이 80~100%가 되며, 한두 달 안에 사망할 확률이 20~70%나 된다. 8천mSv에 노출되면 정신이 혼미해지며 1~2주 안에 모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수 한림대성심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대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급성 방사선 조사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식욕 감퇴, 구역, 피로 등의 전(前) 증상기를 거치고, 1주일 정도의 잠복기를 지나서 주(主) 증상기를 겪는다. 주 증상기에는 방사선 노출량에 따라서 중추신경계 장애, 소화관 출혈, 조혈 기관 기능 저하 등이며,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임신부가 방사선에 노출되었다면 태아가 영향을 받아 유전적 장애아 혹은 기형아로 태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는 방사성 물질을 호흡했거나 방사선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경우, 원전 등 방사선이 많은 곳에서 피폭되었을 경우, 병원 X-레이 촬영 등이다. 방사성 물질이나 방사선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면 몸에 잔류하지만 양이 많지 않으면 큰 위험은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옮지 않는다. 다만 공기 중에 떠다니다 머리카락이나 옷, 신발 등에 묻은 방사능 물질은 먼지처럼 다른 사람에게 옮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의복 등 오염된 물체를 제거하고 오염이 의심되는 신체 부위를 깨끗이 씻으면 된다.

방사선은 갑상선암을 일으키므로, 이에 대한 예방 조치로 요오드제를 섭취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났을 때 요오드제를 지급하는 것은 미리 갑상선에 요오드를 포화시켜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에 모이는 것을 방지하는 원리이다. 섭취한 요오드제는 소변이나 땀을 통해 꾸준히 몸 밖으로 배출된다. 요오드제는 수요가 없어 생산과 수입이 중단된 상태여서 약국에서 구할 수는 없다. 국내 요오드제 보유량은 원전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12만여 명분이다.

일반 재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의료진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지원 활동에 나서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길준 대한재난의학회장(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개별 병원이 의료진을 파견하면 안 된다. 요오드제나 프러시안 블루 등 예방약을 먹어야 하며, 개인 보호 장비와 선량 측정기 등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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