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퍼나르는 ‘헛소문’의 쓰나미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3.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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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종현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공포는 거짓을 잉태하고 그로 인해 생긴 유언비어는 다시 공포를 확대 재생산한다. 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연쇄 폭발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공포라는 방사성 낙진을 방출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터무니없는 사실이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어처구니없는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어이없는 풍문 가운데 하나가 방사능 먼지를 차단하는 필터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자 방사능 낙진을 차단할 필터를 집 안에 설치하면 방사능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소문이 1주일 내내 빠르게 퍼졌다. 이로 인해 극세사 섬유업체 웰크론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쏟아지는 문의 전화로 골머리를 앓았다. 웰크론이 방사능 차단 필터를 만든다는 허위 사실이 퍼진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방사능 먼지를 차단하는 필터라는 제품 자체가 없다. 미세 먼지를 차단하는 산업용 필터만 생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요오드화칼륨 생산업체 대정화금도 비슷한 풍문 탓에 골치 아프다. 요오드 제품이 방사성 낙진에 노출될 경우 피해를 줄인다고 알려지자 요오드 제품에 대한 가수요와 함께 허위 사실까지 유통되고 있다. 대정화금이 일본 정부로부터 요오드제 23만병을 주문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 대피소에 배포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대정화금 주가가 32%가량 올랐다. 하지만 대정화금 관계자는 “요오드화칼륨을 일본에 직접 수출한 적은 없고, 일본 원전 폭발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요오드화칼륨 주문이 늘어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유언비어가 사회 혼란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자 당국이 허위 사실 유포자를 추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워낙 매체가 다양해진 탓에 단속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포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어리석음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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