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가 투톱 싸움에 기름 붓나
  • 조홍래│편집위원 ()
  • 승인 2011.03.28 18: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다국적군 공습에 상반된 입장 보이며 대립

 

▲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왼쪽). ⓒEPA

서방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을 놓고 국제 사회의 의견이 사분오열된 가운데 러시아의 두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상반된 태도를 보임으로써 내년 총선을 앞둔 권력 암투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푸틴 총리는 3월21일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을  “중세의 십자군 원정을 연상시킨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리비아 공습에 대한 푸틴의 발언이 나온 같은 날 메드베데프는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푸틴의 입장을 일축했다. “리비아 공습이 없었다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리비아 공습을 십자군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리비아 사태에 대한 두 사람의 상반된 견해는 권력 구도를 둘러싼 갈등의 심도를 보여준다. 푸틴은 보리스 옐친의 뒤를 이어 지난 2000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2008년에는 8년의 재임을 마치고 3기 연임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따라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총리가 되었다. 그러나 2012년에는 개정 헌법에 따라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고, 당선은 당연시되고 있다.

방러 중인 미국 국방장관 난처하게 만들어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주요 이슈에서 이견을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푸틴은 스탈린 시대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데 반해,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의 점진적인 개방과 민주화를 추구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두 지도자는 겉으로는 ‘동지’이지만 내심으로는 ‘정적’이다. 둘 사이의 갈등에는 스탈린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계기가 되었다. 푸틴은 스탈린을 ‘위대한 애국자’라고 치켜세우지만  메드베데프는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 메드베데프의 노선은 반(反)푸틴적이다. 부패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진보적 가치, 법치주의, 개인의 창의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정체성을 재설정하려는 것이 그의 노선이다. 반인륜적 이념으로는 러시아의 영광을 복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지도자의 충돌은 마침 리비아 공습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메드베데프를 비롯한 고위 지도자들과 회담했으나 푸틴과의 면담 일정은 잡지 않았다. 아마도 리비아 공습을 비판한 푸틴의 발언을 고려한 듯하다. 그는 모스크바로 가는 길에 생페테르스부르크에 들러 미래의 러시아 군부 지도자가 될 해군 장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양국이 공동의 안보 목적을 위해 매사에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두 나라의 협력 분야로 아프가니스탄의 안정, 이란의 핵 야망 저지, 테러 및 마약과의 전쟁을 열거했다. 그러나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리비아 문제에 이견을 보임으로써 게이츠는 누구의 견해를 러시아의 공식 입장으로 보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는 푸틴의 발언을 염두에 둔 듯 러시아의 반응이 “이상하다”라고 논평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