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최문순에 앞서 나간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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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지사 / 최후보, 가상 대결에서 다른 후보와 싸우면 선두…‘이광재 지지도’는 여전히 높아

 

▲ 엄기영 후보. ⓒ연합뉴스

강원도지사 보궐 선거에 나선 엄기영 한나라당 예비 후보와 최문순 민주당 후보는 인연이 깊다. 고교 5년 선후배 사이이며, MBC 사장 바통을 주고받았다. 초반 기선은 선배가 잡았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서 실시한 강원도 지역 여론조사 결과, 엄후보는 가상 대결에서 후배인 최후보를 12.7%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라고 밝힌 적극 투표 의향층에서는 그 격차가 15.2%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유명 앵커로 활약한 엄기영 후보가 대중적 인지도에서 최문순 후보보다 한 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후보는 강원부지사를 지낸 최흥집 한나라당 예비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는 1.4%포인트 차이로 앞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지역은 전통적으로 여당 세가 강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13.1%포인트 높았다. 내리 3선을 연임한 김진선 전 지사의 경우 득표율이 무려 70%를 웃돌았다.

민주당은 이러한 열세를 이른바 ‘이광재 효과’를 통해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광재 전 지사는 민주당 간판으로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첫 정치인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를 10%포인트가 넘는 차이로 이기고 당선되어 강원도를 대표하는 차세대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도지사직을 내놓았지만 그에 대한 동정론이 적지 않다. 이 전 지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전히 지지한다’(33.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전에 지지하지 않았지만 안타깝게 생각한다’(30.0%)가 그 뒤를 이었다. 동정적인 여론이 강원도 전 지역에 상당히 폭넓게 확산되어 있는 셈이다.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라는 응답은 6.9%에 그쳤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광재 대망론’까지 거론된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강원도에서 대망론에 가장 근접해 있는 정치인이 이 전 지사이다. 그런 표심이 지난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강원도에서 이광재는 여전히 살아 있는 정치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이광재를 짓밟은 것은 강원도민을 짓밟은 것이다”라고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영향력 ‘최고’

▲ 최문순 후보. ⓒ연합뉴스

하지만 이 전 지사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이번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아직까지는 ‘이광재 지지’가 ‘최문순 지지’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오히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표의 강원도 방문이 잦아지면서 사실상 ‘간접 지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현재로서는 당내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별위원회 고문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하는 정도인데도 파장이 크다.

본지 조사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번 선거에 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50.1%)이 박 전 대표를 꼽았다. 이 전 지사가 그 뒤를 이었지만 응답률은 15.7%에 그쳤다.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강원도민이 이번 보궐 선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와도 연관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사안으로 ‘강원도 지역 낙후성 문제’(48.9%)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25.4%)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영향력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박 전 대표는 직접적인 선거 개입을 피하기 위해 고심 끝에 평창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제한적인 개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선거 유세에 결합할 가능성은 작으며, 앞으로도 일정하게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보았다.

또 다른 변수도 남았다. 바로 야권 후보의 단일화이다. 야권 연대 협상에서 시민단체들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은 상태이다. 경남 김해 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협상이 성사되면 강원 지역에서도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조사에서 배연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두 차례의 가상 맞대결에서 각각 3.6%와 6.0%의 지지율을 차지했다. 1, 2위 간 격차를 메우기에는 부족한 수치이지만, 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춘천·원주·강릉 표심 들여다보니…

강원도지사 선거의 승패는 춘천·원주·강릉 등 이른바 ‘빅3’ 지역에서 누가 더 많은 득표를 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강릉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절대 강세를 보였다. 엄기영 예비 후보(52.7%)는 물론 최흥집 예비 후보(48.1%)도 최문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최문순 후보는 두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30% 선에 그쳤다.

반면 춘천·원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최문순 후보가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의 경우 엄기영 후보(44.4%)와 대결에서는 최문순 후보(35.5%)가 밀렸지만, 최흥집 후보(35.4%)와 대결에서는 최문순 후보(38.2%)가 앞섰다. 원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기영 후보(45.4%)보다는 최문순 후보(36.8%)의 지지율이 낮았지만, 최흥집 후보(31.0%)보다는 최문순 후보(38.5%)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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