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 같은 원전인데 왜 진실을 숨겼을까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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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예고했던 논픽션 재출간

 

▲ 원전을 멈춰라 |체르노빌이 예언한 후쿠시마 |히로세 다카시 지음|이음 펴냄|88쪽|1만2천원

후쿠시마 원전은 발광했다. 속수무책인 인간은 한때 미래의 희망이기도 했던 이 애물을 ‘생매장’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이미 예견하고 경고를 보냈던 일본인 논픽션 작가가 있었다. 그는 20여 년 전, 후쿠시마 원전이 지진과 쓰나미와 함께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을 예상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당시 제목은 <위험한 이야기>. 그의 경고는 사고가 터져서야 ‘폭발적인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만 원전이 아니라는 데 있다. <원전을 멈춰라>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된 이 책은 스리마일에서 체르노빌에 이르는 원전 사고의 역사와 원자력 산업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자본의 이해관계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통해 원자력의 위험을 통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한마디로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잘못된 믿음을 무너뜨리는 내용이다.

이 책은 일본 출간 당시에도 70만부가 팔려나갔으며, 한국에도 반핵 운동가 김원식씨의 번역으로 소개되어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하지만 그뿐, 원전 건설을 막지는 못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메시지는 더욱 강렬해졌다. 덕인지 탓인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이다.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를 예언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그 주제만이 아니라, 그 메시지를 전하는 목소리에 담긴 진심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가 누구인지 알면 알수록 그렇다.

히로세 다카시는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이다. 무욕의 사상을 실천하며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존경하며, 반핵 운동가답게 핵 발전을 통해 공급되는 도쿄 전력의 전기를 일절 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집을 손수 개조할 정도로 지독한 괴짜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재벌과 극우파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져왔다.

1943년 일본 도쿄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와세다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의학·기술 서적 전문 번역가로 명성을 쌓으면서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그는 이미 범지구적으로 사슬처럼 엮여진 거대 자본의 동향을 추적·조사해 그 실태를 지속적으로 고발하는 데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그는 거대 자본의 투기 수단일지도 모를 핵의 위험성에 대해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며 그 대안을 모색하고 설계해나가는 활동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는 “원자력은 석유 절약이 안 된다. 우라늄의 채광에서 정제·운전에 이르기까지 대량의 석유를 소비해야 발전이 된다. 게다가 또 최대의 문제점인, 영원히 관리해야 하는 폐기물 관리 비용이 전기값에 들어 있지 않다. 우리는 원자력이 대량의 화석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을 빨리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로써 석유 같은 화석 연료와 달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것에 반발한 것이었다.

그는 더 큰 문제로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를 들었다. 핵 폐기물 처리 역시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그 기간이 반영구적이기까지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폭발의 위협도 제기했고, 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원전 사고의 시나리오도 펼쳐 보였다.

결국 그가 제시했던 시나리오는 실제 상황이라는 동영상이 되어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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