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대화와 가벼운 스킨십으로 더 긴장감 불러일으키게 한 연출 ‘호평’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4.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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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익숙하지만 새로운 사랑의 풍경 그린 <라스트 나잇>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에도 위기는 온다. 여기, 뉴욕의 상류층 커플 조안나(키이라 나이틀리)와 마이클(샘 워싱턴) 또한 그렇다. 남들의 눈에는 더 없이 완벽한 이 3년차 부부는 서로의 곁을 비운 어느 날 밤, 모두가 부러워했던 현재를 뒤흔들 수도 있는 유혹에 직면한다. 함께 출장을 간 직장 동료 로라(에바 멘데스)에게 끌리는 마이클, 그리고 우연히 만난 옛사랑 알렉스(기욤 까네)로 인해 흔들리는 조안나. 이상적으로 보였던 결혼은 그렇게 위기를 맞는다. 어쩌면 애초에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자고로 지나치게 안정된 관계는 불안을 부르는 법 아니던가. 영화 <라스트 나잇>의 이야기이다.

익숙한 설정이라고? 그렇다. 불륜은 동서고금이 사랑해 마지않는 소재이다. 심지어 부부가 맞바람에 나서는 지경이니, 이쯤 되면 그 흔한 아침 드라마가 연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남자는 충동적이고 여자는 이성적이라는 구도 또한 전형적이다. 각자의 순간을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긴장을 고조시켜나가는 편집 방식 또한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완전히 익숙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른 점도 물론 있다.

우선, 불륜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른바 격정적인 베드신이 하나도 없다. 영화는 배우의 벗은 몸 대신 캐릭터의 흔들리는 내면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룻밤 ‘사고’의 일탈적 흥분 대신 영상을 채우는 것은 각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과 불안이다. 네 명의 배우는 잘 조율된 연기로 얽히고설킨 네 사람의 감정을 보여주며, 특히 혼란 그 자체인 듯 눈망울을 굴리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는 쏠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적당히 들고나는 음악은 영화적 감수성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기교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화려한 촬영과 편집도 이야기에 힘을 보탠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탐색과 유혹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와 가벼운 스킨십만으로도 긴장감을 조성해내는 감독 마시 태지딘의 솜씨이다. 시선의 교차나 스치는 손끝에서 성적 긴장을 끌어내는 세밀한 손길은 관계의 균열과 불안한 행복이라는 영화의 본질을 좀 더 효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제5회 로마영화제 개막작, 제35회 토론토영화제 폐막작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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