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눈뜬 ‘말 산업’ 질주 본능 깨운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20: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육성법 공포로 가치 재조명…일자리 1만8천개 창출 기대

 

▲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순위를 다투는 경주마들. ⓒ마사회

승마는 ‘귀족 스포츠’로 인식되어왔다. 사람들은 ‘승마’ 하면 고급 승마복을 입고 값비싼 말을 타는 ‘엘리트 승마’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승마가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전체 승마 인구의 70% 이상이 청소년이나 여성이다. 각 지역마다 소규모 승마장도 활성화되어 있다. 승마는 신체 교정이나 장애인 재활 치료에도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살아 있는 동물과 접촉함으로써 정신장애인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꾀할 수 있다.

고용 창출이나 농촌 소득 향상 등 산업적 관점에서도 주목된다. 세계 최대 말 산업 국가인 미국의 경우 말과 관련된 고용 인구가 1백43만명에 이른다. 경제 기여 효과도 1백26조원대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말 산업의 40배가 넘는 규모이다. 독일 역시 전체 승마 인구가 1백70만명에 달한다. 승마 인구가 2만5천명에 불과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9일 ‘말 산업 육성법’을 공포했다. 향후 정부는 말 산업 육성과 관련된 종합 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지자체의 말 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특구도 지정한다. 이천일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단일 축종(말)을 대상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세계 처음이다. 관련법이 활성화된다면 오는 2015년까지 일자리 1만8천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나 학교는 이미 말 산업 선점에 나섰다. 전남 장흥군, 경북 영천군, 제주특별자치도 등 주요 지자체는 말 산업 특구 지정을 받기 위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관내 대학에 말 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학과까지 개설했을 정도이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농어촌형’ 승마 시설은 향후 농어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를 전망이어서 기대가 높다고 한다. 

“게임 중독·비만 청소년 치료에도 도움”

승마는 청소년 게임 중독이나 비만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지난해 용인대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이 45분간 승마를 하면 약 2백81Kcal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움직임이 많은 배드민턴이나 농구와 맞먹는 운동량이다. 또 12주간 승마를 배운 초등학생은 키가 약 1.6cm 자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승마를 정규 학교 수업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방과 후 승마 강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산 동산고, 청심국제중 등은 승마를 정규 체육 수업에 포함시켰다.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연세의료원과 함께 재활 승마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과는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치료하기 위한 재활 승마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9일 말 산업 육성법이 공식 공포되면서 재활 승마 지도자 국가 자격 등이 신설될 예정이다. 최원일 한국마사회 홍보실장은 “승마를 학교 체육으로 폭넓게 보급할 경우 게임 중독이나 비만으로 고생하는 청소년에게 도움이 된다. 말과 교감함으로써 정서를 순화시키거나 신체가 올바르게 발달하도록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