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4월 첫째 날 2천1백21.01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1월27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2천1백21.06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4월 첫째 주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기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11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는 지속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차익 실현 의도도 있겠지만 펀드 투자자 환매 요구에 맞추기 위한 것도 있다.
주가는 오르지만 증시 환경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긴축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리비아 내전은 장기전으로 바뀌었다. 중동 정정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란, 바레인, 예멘에서까지 유혈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신흥 시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에 시달린다. 남유럽 재정 위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르투갈 신용등급을 강등한 지 1주일 만에 추가로 낮추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에는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으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플루토늄까지 누출되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나하나가 증시를 공포에 휩싸이게 할 만한 대형 악재들이다. 따라서 종합주가지수가 치솟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시장이 주목한 것은 기업 실적이다. 국내외 기업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현금성 자산도 넉넉히 쌓아놓고 있다. 설비 가동률은 낮으나 기업 이익은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고 재고가 적다 보니 경기 상승에 따라 투자와 생산에 소요될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두 차례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서 시중에 돈이 흘러넘친다. 그만큼 금융 기관이 대출을 늘릴 여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 금융 위기 와중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마친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쓰고 있다.
대지진 이후 반사 이익·업황 개선 종목 관심
국내 증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주가수익배율(PER)이 9배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오르고 있다. 앞으로 실적 개선에 따라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주식 투자 전문가들은 실적이 크게 나아질 업체 위주로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추세적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자동차·정유·화학 업종과 턴어라운드(흑자 전환)를 기대할 수 있는 은행, 정보기술(IT), 보험, 철강이 유망하다”라고 권유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학, 자동차, 인프라, 태양광처럼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 이익이 기대되거나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친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권유했다. 상승 분위기에서도 실적이 좋지 않은 업종은 주가 움직임이 부진하다.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애널리스트도 있다. 양창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 추세의 근간인 기업이익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원자재값이 올라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이익 증가에 대한 시장 전망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산유국 정정 불안으로 유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투자와 소비가 정체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유가가 높다 보니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늦춰질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중·장기 글로벌 경기는 이제 회복 국면을 지나 확장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