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방사능, 공포의 진실은 무엇인가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1.04.0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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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16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방사능 방호 기술지원본부에 차려진 일본 지진 관련 원전 안전 위기관리반 상황실에서 근무자들이 비상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발 방사능 공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도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과 세슘, 요오드 등이 검출되면서 불안감은 점차 커져가는 실정이다. 방사성 물질이란 과연 무엇이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등을 과학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점검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강원도에서 방사성 물질 크세논과 세슘이 검출되고 또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요오드가 검출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기상청이 ‘편서풍으로 한국은 안전하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온 터라 방사성 물질 검출 소식을 받아들여야 하는 국민들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물론 지금은 극히 적은 양이라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만약 일본 원자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안전지대’라던 우리나라에 어떻게 방사성 물질이 날아든 것일까.

▒ 어떻게 국내에 유입되었을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이 일본 북동쪽에 있는 러시아 캄차카 반도를 지나 북극을 빠르게 한 바퀴 돈 뒤 시베리아를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성 물질의 확산 수준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의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1천km 이상 떨어진 우리나라까지 오려면 지상 3km 이상에서 부는 바람을 타야 한다. 3km 상공에서는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사실상 닿기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 기상청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런데 고도에 따라 바람이 흐르는 방향이 달라진다. 지표면 부근에서 부는 바람은 지상의 여건에 따라 풍향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상공에서는 고기압과 저기압의 배치에 따라 풍향이 바뀐다. 보통 바람은 자전하는 지구의 영향으로 고기압에서 저기압 쪽으로 휘어져 분다.

러시아 연방 기상청은 이번 후쿠시마 원전 주변 풍향을 자세히 조사해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지상 5백m의 바람은 원전에서 서남쪽으로 진행해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고도가 낮아 멀리 가지 못했다. 반면 1.5km 상공의 바람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 서북쪽으로 치우쳤고, 그보다 높은 3km 이내의 상공에서는 알래스카까지 날아가 북극 쪽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밝힌 이동 경로와 비슷하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한반도 상층(3km 상공)에는 변함없이 불고 있는 편서풍이 있지만 중층에서는 기압 배치 조건에 따라 일시적인 동풍이 불 수 있다.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동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도 있다”라고 입장을 바꾼 상황이다. 줄기차게 고집해 오던 ‘편서풍대 안전론’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지금은 캄차카 반도의 저기압이 사라져 우리나라 유입 경로가 일시적으로 끊어진 상태이다. 하지만 4월 초쯤에는 방사능 물질을 실은 편서풍이 미국과 유럽을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방사성 수치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때는 다른 방사능 물질이 발견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요오드, 세슘, 바륨, 크립톤 등이 검출되었다.

 

 

▒ 방사성 물질이 방출하는 방사선은?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주변에서는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방사성 물질은 요오드와 세슘 외에 텔루륨, 루테늄, 바륨, 란타늄, 바륨, 세륨, 코발트, 지르코늄 등 벌써 10종류가 넘는다. 급기야 원전 부지 내 토양에서는 핵무기 원료로 익숙한 플루토늄까지 검출되었다. 플루토늄은 반감기가 2만4천년이나 되어 ‘악마의 재’로 불린다.

방사성 물질은 그 종류가 다양해 1천7백여 종이나 된다. 비교적 인체에 영향이 적은 것부터 해로운 것까지 여러 물질이 존재하는데 그중 20종은 인체에 특히 위험하다. 그 가운데서도 요오드와 세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감마선의 방사선을 내기 때문이다.

자연계에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스스로 방사선을 내는 것들이 있는데,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에너지가 이에 해당한다. 지구가 처음 생성될 때 만들어졌거나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과 대기 중 물질이 반응해 생성된다. 지구에는 70여 종의 자연 방사성 물질이 있다. 가장 양이 많은 것은 ‘토륨’이고 가장 위험한 것은 기체인 ‘라돈’이다. 라돈은 탄광이나 지하철 공사장에 많으며 숨쉴 때 폐로 들어가 폐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공 방사선도 있다. 텔레비전이나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의 전자파, 건강검진에 쓰이는 X선 그리고 원전 등에서 발생되는 것 등이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방사선은 물질을 뚫고 지나가는 힘이 있다. 방사선이 물질을 뚫고 지나갈 때 그 물질에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방사선의 영향이 생긴다.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크게 α(알파)선, β(베타)선, γ(감마)선 세 종류가 있다. α선은 기체를 이온화시키는 전리 작용이나 세포를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투과력이 약해 종이 한 장으로도 차단할 수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신체는 통과할 수 없다.

β선은 질량에 비해 전하량이 매우 커서 전기장이나 자기장에서 크게 휘며 투과력은 α선보다 강하다. 보통 1~2cm의 물이나 손바닥 정도의 신체 부위는 통과한다. 그러나 얇은 금속은 통과할 수 없다. 한편 γ선은 투과력이 매우 강하다. 보통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보다 강해 우리 몸뿐만 아니라 2cm 두께의 납도 통과할 수 있다.

▒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어느 정도이고 왜 무서울까?

▲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요오드의 흡수를 막아주는 김과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검출되었고, 또 이들은 어떤 방사선을 방출하기에 위험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전국에 12곳 방사능측정소가 있다. 12곳 모두에서는 방사성 요오드(131)가 검출되었다. 검출량은 m³당 0.049?0.356mBq(밀리베크렐)이다. 이 정도는 맑은 날 등산을 하며 받는 자연 방사선보다도 안전한 양이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크세논(133)이 0.878Bq, 세슘(134, 137)이 각각 0.018mBq, 0.015mBq이 나왔다. 극미량이어서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133이나 134 같은 숫자는 질량이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를 뜻한다. 크세논(영어권은 제논)의 경우 검출 장비가 강원도 측정소에만 있어 그곳에서만 검출된 것뿐이지,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농도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에서 검출된 크세논133의 양은 자연 방사선량 기준의 2만3천분의 1 수준이다. 원전이 폭발했을 때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80%는 크세논과 크립톤이다. 크세논은 가벼운 기체라서 방출되자마자 멀리 흩어지므로 지상에 있는 사람이 마실 확률은 거의 없고, 몸에 들어와도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작다.

한편 전국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춘천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일단 주목해야 한다. 물론 측정 결과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도 안 된다. 방사성 요오드는 방사성 물질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양이 갑상선에 축적되어 집중적 피해를 준다. 요오드는 방사선 가운데 β선(요오드129)과 γ선(요오드131)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며 갑상선세포를 망가뜨려 갑상선암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갑상선에서 이루어지는 호르몬 작용을 교란시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사선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7~8일로 짧다는 것이다.

다음은 세슘(Cs-137)이다. 세슘은 방사선 가운데 투과력이 가장 강한 γ선을 방출한다. 온몸을 투과하는데, 90%가 근육에 저장되어 근육세포를 파괴한다. 나머지는 뼈와 간, 기타 기관에 달라붙는다. 많은 양이 인체의 정상 세포에 침투하면 각종 암에 걸릴 수 있다. 세슘의 반감기는 30년 정도로 길다.

▒ 방사선 피폭자로부터 전염되지는 않을까?

우리는 연간 2.4mSv(밀리시버트)의 자연 방사선을 쬔다고 한다. 자연 방사선의 경우도 많이 노출되면 위험해 규제를 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승무원의 비행 시간을 1년에 8백 시간 이내로 규제한다. 비행기로 유럽을 왕복하면 0.07mSv의 방사선을 쬐게 된다.

인공 방사선 피폭량은 어떨까. X선 촬영을 한 번 할 때 받는 방사선량은 약 0.1?0.3mSv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번 했을 때 몸에 쪼이는 방사선량은 6.9mSv이다. 이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우유 1ℓ를 마셨을 때의 여덟 배, 오염된 시금치 1kg을 먹었을 때의 세 배에 이른다. 따라서 우리는 CT 촬영에 더 민감해야 한다. 방사선 1천mSv 이상을 온몸에 쬐게 되면 구토가 일어나고, 7천mSv를 쬐게 되면 죽게 된다. 참고로 원전 종사자는 연간 20mSv 이상 방사선을 쬐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수입한 해산물과 농작물 등에서도 세슘과 요오드가 검출되고 있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또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들이 내 곁에 온다면 혹시 전염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이다. 물론 음식의 섭취나 호흡기를 통해 사람 몸속에 들어간 방사선은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옷, 피부, 털, 귀와 같은 인체의 표면에 오염된 경우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하면 옮겨질 가능성은 있다.

 

 

▒ 방사능 오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따라서 외부의 신체 일부가 방사선에 피폭되었다면 의복 등 오염된 부위를 깨끗이 씻는 것이 필요하다. 옷은 물빨래로 대부분 씻어낼 수 있고, 인체 내부를 투과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은 샤워로 제거가 가능하다. 인체 내부의 경우 오염된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거기에 붙은 방사성 물질의 모든 양이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80% 이상은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축적되기 전에 김·다시마·미역 등 해조류에 많은 성분인 자연 상태의 요오드를 섭취해도 괜찮다. 사람의 몸은 필요한 요오드가 일정량을 넘을 경우 자연적으로 배출시키므로 방사성 요오드를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할 수 있다.

일본의 방사성 물질 누출이 더 심해지면 더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주기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측정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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