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쇼 부리다 통째로 ‘들통’
  • 대전·김제│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4.1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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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마늘밭 ‘1백10억 돈 뭉치 사건’ 미스터리 추적 / 일등 공신은 최초 신고자인 ‘굴착기 기사’

 

▲ 불법 범죄 수익금 1백10억원이 나온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의 마늘밭. ⓒ시사저널 유장훈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은 전주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다. 한눈에 보아도 풍광이 좋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이곳에는 20여 세대가 살고 있다. 이 중에는 현직 대학교수나 퇴직한 교육 공무원들이 ‘전원 생활’을 위해 도심에서 이사 와 살고 있다.

이 마을의 한 마늘밭에서 범죄 은닉 자금 1백10여 억원이 나오면서 마을의 고요한 정적은 깨졌다. 이 돈은 마을 인근의 땅을 모두 사고도 남을 엄청난 액수이다. 주민들도 믿지 못하겠다며 어리둥절해했다.

지금 전 국민의 시선이 이 마을을 향해 쏠리고 있다. 매일같이 언론사 기자들이 찾아오고, 1백10억원이 나온 밭을 구경하려는 외지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진이 축령마을을 찾은 지난 4월13일 오후에도 마늘밭 주변에는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 중에는 “멀리서 구경왔다”라고 말하는 외지인도 있었다. 한 마을 주민은 “매일 논밭에 나가면서 봤던 곳인데, 여기에 그 많은 돈이 묻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거액이 나온 마늘밭 주변에는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수사 중 출입금지’라고 적힌 폴리스라인은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마늘밭 곳곳에는 돈을 찾기 위해 파헤쳐진 흔적이 역력했다. 마치 소가 밭을 갈아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기자는 ‘황금 밭’으로 회자되고 있는 마늘밭에서부터 ‘도박 수익금 1백10억원의 미스터리’를 추적해나갔다. 이곳에 돈을 묻은 사람은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던 이씨 형제의 매형인 이 아무개씨(53)이다. 그는 왜 하필 이곳에 돈을 묻은 것일까.

이씨의 거주지는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이다. 원래 그의 고향은 김제시 금구면과 인접한 완주군 이서면이다. 이씨는 이곳에 있는 삼우중학교를 졸업했다. 고향 근처인 금구면에 대해서도 훤하게 알고 있을 터였다.

원래 마늘밭의 주인은 문 아무개 원광대 교수이다. 문교수는 전주에서 살다가 약 7년 전에 축령마을로 이사 왔고, 마늘밭 인근에 집을 짓고 1주일에 몇 번씩 찾으며 전원 생활을 했다. 문교수는 몇 해 전에 자기 소유의 토지 1천9백80㎡(6백평) 중 절반인 9백90㎡(3백평)를 팔기 위해 금구면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매물로 내놓았다.

마침 처남들이 맡긴 돈을 은닉할 장소를 찾던 이씨는 금구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문교수의 땅이 매물로 나온 것을 알았다. 이씨와 문씨는 지난해 5월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매 대금은 8천100만원이다.

이씨는 문교수와 마을 주민에게는 “이곳에 집을 짓고, 채소 등을 심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거의 매일 밭에 찾아와 자갈을 캐고, 들깨나 고추 그리고 마늘을 심었다. 돈 주인의 누나인 자신의 아내와도 자주 동행했다.

큰처남 이씨, 수배 상태에서도 ‘진두지휘’

지난해까지 이장을 맡았던 마을 주민은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내가 듣기로는 전주 남부시장에서 한동안 채소 중간 도매상을 했다고 한다. 열심히 자갈을 캐고, 채소를 기르기에 아주 성실한 사람으로 보았다. 밤에 돈을 묻었다고 하는데,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마땅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도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이씨가 매일 밭을 찾았던 것은 돈을 빨리 숨겨야 하는 급박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남인 이씨 형제들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사이트가 호황을 누리면서 돈을 긁다시피 했고, 수수료로 챙긴 돈을 숨겨놓을 장소를 찾았다. 범죄 수익금이어서 금융 계좌를 통한 관리나 부동산 투자는 관계 당국에 적발될 위험이 있었다. 이들은 현금 보관을 선택했다. 돈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찾던 중에 전주에 있던 누나와 매형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2009년 4월부터 이씨 형제들의 근거지인 인천에서 전주로 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현금 10억원 정도가 모이면 매형이나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가져가게 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을 통해 전주로 돈을 보냈다.

이씨 형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같은 해 11월 사이트 운영과 송금을 동시에 중단했다. 이 기간 동안 큰처남이 매형 이씨에게 전달한 금액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1백10억원이 넘는다.

이씨는 처음에는 처남이 보낸 돈을 자신의 아파트에 보관했다. 냉장고용 김치통에 넣거나, 원형의 빈 페인트 통에 넣어 다용도실 등에 보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집안 다용도실을 꽉 채우고도 돈을 보관할 곳이 없었다. 우선 집안 곳곳에 돈 통을 쌓아놓았지만 갈수록 불안해졌다. 이씨는 보관의 한계에 봉착하자 수배 중인 큰처남과 다른 은닉처를 상의하게 되었다. 이때 생각해낸 것이 제3의 장소를 매입해 땅속에 파묻는 것이었다. 그곳이 바로 축령마을의 마늘밭이다.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집 안에 있는 현금을 밭으로 옮겨 묻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약 1m 깊이로 땅을 파고, 올해 3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1백10억원이 넘는 돈을 묻었다. 그는 주로 밤과 새벽 시간을 이용해 혼자 작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처남과 매형의 범죄는 완벽에 가까웠다.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 밭 아래에 거액이 묻혀 있을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터였다. 귀신도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곳에서 꼬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굴착기 기사 안점상씨(55)가 이 사건을 세상에 꺼낸 주인공이다. 마늘밭 주변에서 부인과 함께 ㅈ식당을 운영하는 안씨는 4월4일 이씨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안씨는 충남 당진에 있었다. 이씨는 “내려오면 한번 보자”라고 말했다. 4월8일 이씨 부부는 ㅈ식당으로 안씨를 찾아왔다. 그는 마늘밭에 있는 컨테이너 상자 안으로 안씨를 불러내서 “밭에 조폭들의 사이버머니 17억원을 넣은 페인트통 5개를 묻었는데 그중 2개가 없어졌다”라며 안씨를 추궁했다.

이씨가 안씨를 의심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안씨는 2월22일 이씨의 땅에 심어져 있던 문 아무개 교수의 매화나무와 소나무를 파내서 옮기는 작업을 했었다. 이씨는 4월2일 밭에 상추 씨앗을 뿌리다가 그때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최근 2억8천만원을 캐내 개인 용도로 사용했던 터라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기로 했다. 안씨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밭을 파보았다. 그랬더니 플라스틱 통 2개에 넣어둔 7억원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자기가 개인 용도로 쓴 3억원을 빼고도 4억원이 더 없어졌던 것이다.

안씨는 이씨의 추궁에 “당신 말이 사실이면 내가 신고한다”라고 말했고, 이씨가 “그렇게 해라”라고 하자 금구파출소에 신고했다. 곧바로 경찰 두 명이 왔다. 그러자 식당 밖에 있던 이씨의 부인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들어오더니 “(이씨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일을 크게 만들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식당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던 이씨의 부인이 안씨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상대방은 “우리 누나가 몸도 안 좋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니까 이해해라. 내가 찾아뵙고 술 한잔 사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돈 주인이자 수배 중인 이씨의 큰처남이었다. 처남 이씨가 수배 중인 상태에서 수시로 매형·누나와 연락하며 모든 일을 지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굴착기 기사 안씨와 그의 부인은 경찰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두 명은 조사를 하기보다는 무마하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안씨 부인은 “경찰들은 ‘17억원을 묻어놓고 잠을 어떻게 자냐, 말도 안 된다’라며 조용히 끝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안씨는 경찰관들을 데리고 밭으로 갔고 “매화나무 이전 작업을 할 때 페인트통 2개가 있었는데, 그냥 흙을 덮었다”라고 진술했다. 그리고 밭 가장자리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페인트통 하나를 찾아냈다. 그 안에는 5만원권이 비닐로 싸인 채 3억원이 들어있었다. 이후 김제경찰서에서 나와 본격적인 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씨와 그의 가족들을 추궁해 4월9일 새벽 이씨 아들(25)의 렌터카에서 10억원을, 아파트 금고에서 1억1천5백만원을 추가로 찾아냈다. 또 밭에서 플라스틱통 2개에 담긴 10억원을 발견했다. 이씨가 개인 용도로 사용한 금액까지 합치면 약 27억원이다. 경찰은 여기에서 수색을 끝내려고 했다.

굴착기 기사 안씨는 또 한 번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안씨는 4월10일 문대봉 김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나무를 옮겨 심었을 때는 컨테이너 박스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밭에 있는 컨테이너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 아래를 파보면 어떻겠느냐”라고 말한 것이다. 얼마 후 경찰은 굴착기 2대를 동원해 컨테이너 아래를 팠는데, 그 주변에서 86억6천만원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돈 다발에는 ‘3.0’ ‘5.0’이라는 표시가 있었는데, 금액을 표시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발견된 금액은 모두 1백10억7천8백만원이다. 추가로 발견된 돈은 5만원권 묶음으로 플라스틱통 등에 24개로 나눠져 밭 가장자리에 묻혀 있었다. 나무 밑에서는 어김없이 돈을 담은 통이 나왔다. 만약 굴착기 기사 안씨의 신고가 없었다면 마늘밭의 도박 수익금은 영영 땅속에 묻혀 있을 뻔했다.

최초 신고자 “포상금이 2백만원이라니…”

▲ 최초 신고자인 굴착기 기사 안점상씨의 부인이 처음 돈다발을 발견한 장소를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경찰은 안씨에게 2백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안씨는 여기에 반발해 변호사를 선임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한다. 안씨의 부인은 “우리는 수감 중인 동생이 출소해서 보복할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 우리 남편이 아니었으면 그 많은 돈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상금이 2백만원뿐이라니 말도 안 된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안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씨가 계속해서 4억원이 빈다고 하자 경찰은 나를 데려다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했다. 조사를 받을 수는 있으나 이번 사건에서 최대 공을 세운 사람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 것이냐”라며 격분했다. 경찰은 마늘밭에서 돈을 발견한 누군가가 일부를 몰래 파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도박 자금은 압수해 국고에 넘기기로 했다.

밭 주인 이씨는 범죄 수익 은닉 규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는 현재 전주 덕진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조사를 받고 있으며 4월18일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심리적인 동요를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씨 형제들은 어떻게 해서 짧은 시간에 그렇게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 총책임자였던 이씨(48·수배 중)와 그의 동생(44·수감)은 전북 부안군 계화면에서 출생했다. 이씨 형제가 인천을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면서 그의 어머니와 가족들은 인천에서 생활하고 있다. 수감 중인 이씨의 주소지는 인천 부평구 산곡동의 ㅎ아파트로 되어 있다.

형제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것에 대해 노세호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과거 도박 사이트를 수사했을 때도 형제나 친·인척들이 많이 관련되어 있었다. 돈과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믿을 수 있는 가족이 동원된 것 같다. (동생 이씨는) 도박 경험이 있었다. 온라인 도박을 하다가 돈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동생 이씨에 대한 법원 판결문을 보면 이씨 형제들은 2008년 1월 초순에 인터넷 도박 사이트 ‘유니콘’ ‘스카이’ ‘미라클’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서버를 개설한 후 중국 칭다오에 충·환전 사무실을 차려놓고 본사, 루트 본사, 총본사, 부본사, 총판 및 매장(가맹점) 등 무려 7단계에 걸쳐 하위 단계를 모집했다.

회원들이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면 배팅 금액의 약 12.3%를 수수료 등으로 공제한 다음 사이버머니를 환전해주었다. 수수료 중 본사는 1%, 루트 본사는 0.2%, 총본사는 0.5%, 부본사는 0.5%, 총판 및 매장은 10%를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형 이씨는 도박 사이트를 총괄하며 수익금을 관리하고, 동생 이씨는 중국 칭다오 시 등의 유저 관리사무실 책임자를 맡았다. 도박 사이트 운영에 관련된 조직원이 42명에 달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2009년 11월까지 게임 머니 충전 대금으로 1천5백40억원 상당을 입금받아 이 가운데 1백70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이들은 4백개가 넘는 계좌를 타인 명의로 만들고 계좌 돌려치기 등을 통해 범죄 수익금에 대한 경찰 추적을 피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 42명 중 14명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이 중 13명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공조 수사 협조를 요청한 상태이다. 다른 한 명이 바로 총책인 구속된 이씨의 친형이다. 경찰은 이씨를 출국 금지했지만 그가 매형 그리고 누나와 수시로 국제전화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미루어 보면 수배 중인 이씨가 중국 등 해외에 밀입국했을 가능성이 크다. 동생 이씨는 도박 개장 혐의로 구속되어 수감 중이며 다음 달 출소를 앞두고 있다.

문대봉 김제경찰서 수사과장은 “현재 이씨 형제들의 가족 관계, 주변 인물, 돈 전달 과정 등을 추적하고 있다. 충남경찰청과 공조 수사를 통해 (나머지 은닉 자금 60억원을 포함해) 은닉 자금이 더 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유장훈

 

김제의 마늘밭 1백10억원 사건은 원래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한 사건이다. 충남경찰청은 지난해 4월 대규모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을 검거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노세호 사이버수사대장(36)을 지난 4월12일 충남경찰청에서 만났다.

처음 수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도박 사이트의 수사는 인터넷 모니터링을 통해 단서를 찾는다. 보통 도박 카페 등에서 가장 큰 사이트를 중심으로 수사를 한다. 당시 (이씨 형제가 운영했던 도박 사이트가) 가장 규모가 컸다. 

1년 만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도박 사이트는 구조상 여러 개가 병립할 수 없다. 1~2개의 메이저가 주도한다. 영세한 곳은 해킹 위험이 있고, 돈을 입금했다가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도박자들은 큰 곳을 선호한다. 이씨 형제들은 다단계 방식으로 도박자들을 끌어모았는데, 하위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곳보다 수당을 높게 책정해 주었다. 바람잡이(브로커)들을 잘 이용해서 도박 카페 등에 홍보하며 규모를 키웠다.

당시 은닉 자금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우리가 수사할 때도 매출액 1천5백40억여 원(통장 입금액 기준)에 부당 이익금이 약 1백70억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두 달 동안 4백6개의 계좌를 분석하는 등 은닉 자금 환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3억8천5백만원밖에 찾지 못했다. 그런 점이 아쉽다. 그렇다고 수사를 소홀히 하거나 회피하지는 않았다.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이씨 형제 중 동생을 검거했을 당시의 상황을 말해달라.

우리가 수사에 들어가자 변호사를 동행하고 자진 출석했다. 우리는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1차는 검찰에서 2차는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었다. 당시 이씨의 하위 그룹에 있는 피의자 5명이 구속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보다 죄가 더 무거운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납득이 안 되었다. 이씨는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법정 구속되었다.

수사하는 데 애로 사항은 없었나?

도박 사이트의 서버와 작업 구성원이 모두 해외에 있고, 또 범행도 해외에서 이루어졌다. 그렇다 보니 범행은 빠르게 이루어지는데 수사가 여기에 따라가지 못한다. 금융기관의 계좌 하나 압수수색받는 데도 며칠씩 걸린다. 4백여 개의 계좌를 수사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 현행 법과 제도상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 앞으로도 서민의 고혈을 빠는 범죄자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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