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굿모닝시티 사태’ 불씨 커간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4.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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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억원대 창동 민자 역사 개발 사업 좌초 위기…공사 중단되면서 분양 보증금 7백억원대 묶여

 

▲ 시행사의 파행 경영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창동 민자 역사 건설 현장. ⓒ시사저널 전영기

검찰이 창동 민자 역사 비리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시행사의 파행 경영으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1천명 가까운 투자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창동 역사는 지하철 1·4호선 환승역인 창동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이다. 사업비만 2천억원대에 달한다. 창동 민자 역사는 지난 2005년 공사에 착수한 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공사뿐 아니라 시행사도 여러 차례 바뀌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 2008년 7월 사업권이 김 아무개씨에게 넘어가면서 역사 개발도 본격화되었다. 대우건설, 대덕건설을 거쳐 효성이 새롭게 시공사로 선정되었다. 지난해 중순 효성이 또다시 공사를 포기하면서 역사 개발 사업도 안개에 휩싸였다. 현재는 5층 정도 올라가다 만 철골만이 흉하게 방치되어 있다.

검찰, 시행사 대주주 구속 등 본격 수사 나서

효성측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진행할 수 없었다”라는 입장이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밀린 공사 대금이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3월24일에는 시행사 대주주가 검찰에 구속되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씨가 상가 분양금 수십억 원을 빼돌린 정황을 파악했다. 현재 김씨의 추가 비리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추가 비리가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공사가 중지되면서 상가 분양자들도 곤란을 겪고 있다. 이들은 현재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아 보증금을 냈다. 중도금뿐 아니라 잔금까지 납입한 계약자도 꽤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은행 이자만 매달 수백만 원을 내고 있다. 창동 역사 계약자 총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잔금까지 선납하면 할인해준다는 말을 믿고 수십억 원을 납부한 사람이 많다. 공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분양 피해액만 현재 7백70억원대로 추정한다. 시행사 인수에 투입된 정부 기금과 시공사 미납 대금까지 합하면 피해는 1천억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동 역사 개발은 현재 지분 67%를 보유한 서초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코레일이 사업을 주도했지만, 지분은 31.25% 정도이다. 검찰에 구속된 김씨는 지난 2008년 7월 서초엔터프라이즈를 안 아무개씨로부터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투신운용의 ‘한화 트라이써클 사모신탁 제2호’로부터 3백10억원을 펀딩받았다.

3백10억원의 정부 기금도 손실 될 우려

▲ 창동 민자 역사 상가 분양 과정에서 중복 계약 등 사기 혐의도 포착되고 있다. ⓒ시사저널 전영기

문제는 이 펀드의 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문화관광진흥개발기금(1백60억원)과 문화예술진흥기금(1백50억원)이라는 점이다. 김씨가 무일푼으로 창동 역사의 사업권을 획득했고, 정부는 김씨의 사업을 도와주는 결과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문화부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부실 회사에 투자해서 3백10억원의 손실을 입힌 직원 두 명을 징계하도록 조치했다. 펀딩을 주도한 한화투신운용에 대해서도 금감원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투자 손실의 책임을 펀드 운용사인 한화투신에게 떠넘기는 분위기이다. 문화부 관광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현재 채권 회수를 위한 절차를 법무법인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펀드 운용사인 한화투신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침도 검토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한화투신운용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신운용의 한 관계자는 “부실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법적 책임이 있다면 감수하겠다. 다만 관련 기관과 함께 창동 역사의 회생 절차를 논의 중인만큼 지켜봐달라”라고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13일 사업 주관사인 코레일과 시공사인 효성, 투자사인 한화투신운용, 도봉구청, 계약자 협의회 관계자들이 만나 협의를 했다. 지난 2월에는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이동진 도봉구청장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계약금과 별도로 5백억원대의 우발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업은 사실상 접어야 하는 상태이다”라고 토로했다.

검찰이 최근 창동 역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3월24일 시행사 대표 홍 아무개씨와 실소유주 김 아무개씨를 구속 기소했다. 김씨 등은 상가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분양 대금 20억8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분양 보증금 채권을 위조해 저축은행으로부터 2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씨가 그동안 상가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중복 계약을 했다는 고소장이 최근 접수되었다. 이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민자 역사 사업 비리, 왜 끊이지 않을까

창동 역사 사태를 계기로 민자 역사 개발을 주도한 코레일에 대한 비토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자 역사 개발 사업은 코레일의 만성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코레일과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지분을 출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70여 개의 민자 역사가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 각종 소송이나 파행 운영으로 사업이 장기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일부 역사의 경우 중복 분양으로 계약자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서울역(한화 역사)이나 영등포역(롯데 역사)처럼 성공적으로 문을 연 사례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역사들이 분쟁에 시달리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공사가 중지된 노량진 역사는 현재 1년 넘게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왕십리 역사 역시 당초에는 2005년에 완공될 예정이었다. 사업 시행사 재선정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4년이나 공사가 지연되었다. 그러는 사이 상가 투자자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력이 떨어지는 기업에게 사업권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시행사는 선분양과 중복 계약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 부실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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