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고장에 인재도 ‘무진장’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4.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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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남원·순창·진안·무주·장수·임실

 

▲ 전북 남원시 ⓒ뉴스뱅크이미지

 17대 대선 당시 남원시·순창군 선거구와 진안군·무주군·장수군·임실군 선거구의 선거인 수를 지역별로 보면, 남원은 6만9천9백51명이고 순창은 2만5천2백8명으로 합계 9만5천1백59명이다. 또 진안은 2만2천9백70명, 무주는 2만1천99명, 장수 1만9천8백53명, 임실 2만6천9백31명으로 합계 9만8백53명이다. 이 숫자에 약간의 부재자 투표인이 더해진다.

16대 총선까지는 이른바 ‘무·진·장’이라고 불리는 무주·진안·장수 3개 군을 합쳐 하나의 선거구로 해왔던 것을 인구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17대부터 임실군을 이쪽에 붙여 한 선거구로 획정했다. 영험하다는 마이산(진안군 소재)으로 유명한 이 지역은 예로부터 벽지 중의 하나였다. 장수군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을 보낸 이규태 전 조선일보 고문은 “전주 쪽에 철길이 나서 기차가 다닌다는 말을 듣고 땅바닥에 귀를 대 소리를 들어보려고 했다”라고 옛 시절을 추억한 적이 있다.

 

 

정치적 판세를 보면 이곳 출신 정세균 의원과 이강래 의원은 워낙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황이 바뀔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을 대표할 대선 예비 주자 중 한 사람인 정세균 최고위원의 사실상 대선 캠프 역할을 할 싱크탱크인 ‘국민시대’가 지난 4월7일 공식 발족했다.

발족식에는 문희상·원혜영·이미경·이석현·김진표·박병석·전병헌·노영민·강기정·김유정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30여 명을 포함해 5백여 명이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외곽 지지 그룹이 공식 출범한 것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국가미래연구원’ 이후 두 번째이다.

‘국민시대’에는 지난 2월 53명으로 구성된 준비위가 모습을 나타냈을 때보다 네 배가량 많은 2백20여 명의 학자와 경제인들이 정책위원으로 참여했고, 김수진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와 장하진 전 여성부장관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야권의 두 대권 주자 배출

한명숙 전 총리,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 성유보 전 민언련 회장, 소설가 박범신씨가 고문으로 추대되었고 정책위원으로는 김근식(경남대)·윤성식(고려대)·전도영(서강대)·최윤재(고려대) 교수와 박인환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이 동참했다. 지역적 연고와 고려대 학맥이 크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장하진 전 장관은 ‘천재 집안’에서 태어난 ‘천재 여성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산자부장관을 지낸 장재식 전 민주당 의원의 조카이다. 장씨 집안은 독립운동가, 장관, 국회의원, 교수, 의사, 공기업 사장 등 유명 인사를 상당수 배출한 지방 명문가이다. 할아버지 세대는 독립운동가, 아버지 세대는 정치인과 관료로 이름을 알렸다. 장영식 전 한국전력 사장이 그의 숙부이다. 서울대 출신이 2대에 걸쳐 10명을 넘고 가족 대다수가 이른바 명문대를 나왔다. 장 전 장관의 형제와 사촌들은 주로 학계에 몸담고 있다.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경제학자들이다. 동생인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경제개혁센터로 개편) 위원장 때 소액주주 운동과 재벌 개혁 운동에 앞장섰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2009년 4·29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구의 민주당 후보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정동영 후보에게 도전한 적이 있다. 민주당은 당초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씨와 신경민 MBC 앵커에게 전략 공천을 제의했지만 당사자들이 고사했다. 이에 대타를 찾는 데 고심했던 정세균 당시 대표의 설득에 따라 선거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8대 총선 때에는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28번을 받았지만 후보직을 중도 사퇴했다. 남원 출신으로 전주 덕진에서 초·중·고교를 나왔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태평화재단 연구위원과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등을 지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는 특별수행원을 맡았다.

정세균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본적은 진안군, 출생지는 장수군이다. 진안에서 초·중학교를 다니고 전주 신흥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도 지냈다. 1995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로부터 정치 입문을 제의받고 총재 특별보좌관으로 합류했다. 이듬해 15대 의원으로 당선된 후 현 18대까지 4선을 기록했다.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냈다.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당되기 전 마지막 의장이었으며, 2008년 7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2010년 7·28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했으며 그해 10월3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되었다. 정책 능력과 조정력이 뛰어나며 온화한 성품에 합리적이고 추진력을 갖춰 ‘신사적인 국회의원’에게 수여되는 ‘백봉신사상’을 두 차례 받았다.

 

 

3선의 이강래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의 경력을 갖고 있다. 명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주당 정책연구위원으로 몸담은 이후 14대 대선 때 김대중 후보 정책담당 비서를 지냈다. 이후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기획특보 등으로 일하다가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되었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2000년 5월 고향에서 당선되어 16대 국회에 진출했다. 17, 18대 국회를 지내오면서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2009년 5월부터 1년 동안 민주당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열린우리당과의 합종연횡 등으로 약체화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을 상당 수준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 일 처리가 꼼꼼하며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성실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정치적으로는 철저한 실용주의자라는 말을 듣는다. 현재 명지대 총동창회장직을 맡고 있다.

17대 대선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본적과 출생지가 순창이며 전주에서 초·중·고교를 나오고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남원 출신으로 4선의 기록을 세웠던 장영달 전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텃밭인 전주 완산에서 무소속 신건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시장·군수들 모두 ‘고향 사람’

이 지역 국회의원들과 더불어 시장·군수 역시 오른쪽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모두 ‘고향 사람들’이다.
강인형 순창군수는 용산고 부설 방송통신고와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전주대 경영학 석사, 전주대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독학파에 주경야독(晝耕夜讀)형이다. 스무 살 때 면사무소 근무로 시작해 시청, 도청, 내무부에서 내무 공무원으로 연륜을 쌓아 관선 순창군수와 전라북도청 국장을 마치고 민선 순창군수로 나서 3선에 성공했다.

장재영 장수군수도 ‘장수(長壽) 군수’이다. 장수청년회의소 회장, 장수축협조합장, 전국한우우량능력평가대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지역을 위해 일해 온 끝에 2002년 3회 지방선거에서 군수로 당선된 이후 3선을 달성했다.

진안군 농어민 후계자 연합회장, 전북도 의원을 지낸 송영선 진안군수와 전북도의회 예결위원장, 민주연합청년동지회 무주지구 회장, 민주당 전북도지부 민생치안특별위원장을 지낸 홍낙표 무주군수는 2선으로 아직도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 지역 출신 현역 국회의원이 워낙 중진이다 보니 ‘신성(新星)의 등장’이 어렵다는 말도 나돈다.

 

 

임실군에는 ‘군수 징크스’가 있다. 역대 민선 군수 모두가 허위 공문서 작성,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법정에 섰다. 전임 군수 세 사람이 모두 비리로 중도 하차했고, 현 강완묵 군수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에 계류 중이다.

197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 곳을 지키며 여성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애써 온 곽배희 소장, 화가이면서 저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김병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위업을 달성한 지구촌 첫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가 모두 남원이 낳고 남원이 자랑하는 인물들이다.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과 구수한 연기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탤런트 임현식씨는 순창이 고향이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역도 선수 전병관씨는 진안 사람이다. 무주 출신의 진동섭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은 20여 년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8년 한국교육개발원장에 발탁되면서 대학 교단을 떠났다. 대학 졸업 후 1년 6개월간 중학교 도덕교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2010년부터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일도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교사들의 정신 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교사 역할론’을 강조한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가 임실군에서 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섬진강변 김시인의 서재에는 ‘관란헌(觀瀾軒)’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물결을 보는 곳’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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