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버지냐, 아니냐‘ 호르몬’ 작용에 달렸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4.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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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정 가득한 남자가 애정 많은 남편으로 바뀌는 구조 분석

남녀가 섹스를 할 때, 남성들이 종종 갖게 되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여성이 남성의 사정 강도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여성의 질 안에 사정을 할 경우, 남성의 최종 단계인 정액 사출의 강도는 남성의 오르가슴의 척도가 된다. 사정이 힘차게 이루어졌을 때는 남자들은 오르가슴의 극치를 느낀다. 반대로 시냇물처럼 힘이 없거나 병아리 눈물만큼 사정 액이 적을 경우에는 소변을 보다 만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남성이 정액을 뿜어내는 강도는 여성의 오르가슴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남성이 정액을 발사할 때는 여성도 그 느낌을 받는다. 사정 액이 많았을 때와 아주 적게 나왔을 때, 또 그 강도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여성의 느낌도 다르다. 마치 질 속 깊숙이 물총을 쏘는 것 같은 강한 사정일 때는 여자들 또한 아주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정액을 강하게 많이 뿜어내는 사정은 여성들도 역시 좋아한다는 얘기이다.

일반적으로 성적으로 흥분을 하거나 오르가슴을 느낄 때 나오는 애액은 비교적 여성에게 많이 비유되어왔다. 삽입 운동의 유연성을 담당하는 애액이 주로 여성의 질 벽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교 때 애액이 풍부한 여성을 명기로 일컫기도 한다.  

ⓒ일러스트 임성구

남자, 사정할 때 아버지의 본능 느껴

그런데 호주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성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80%의 여성이 ‘물 많은 남자’를 선호한다고 고백했다. 사정하는 순간 강하게 뿜어내는 정액의 발사가 여성에게 또 다른 쾌감을 준다는 것. 여성은 스스로의 사정으로 오르가슴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액의 뜨거운 수압(?)과 힘찬 박동에 의해서도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남자가 사정을 할 때는 아버지의 본능을 느낀다는 점이다. 신경과학자인 수 카터와 톰 인셀은 사정할 때 아비로서 아이에게 느끼는 애착의 원인 물질을 들쥐의 수컷에게서 찾아냈다.

이들에 따르면, 초원 지대에 사는 수컷 들쥐(meadow vole)의 경우 사정을 할 때 뇌 속의 바소프레신 수치가 올라가면서 배우자와 새끼 양육에 대한 지극한 열성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또한 암컷 들쥐가 출산을 하고 아기를 돌봐주는 시기에도 수컷의 뇌에서 바소프레신의 분비량이 높았다고 한다. 바소프레신이 새끼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사랑의 결실을 맺은 후 새끼를 잘 키우기 위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수 카터와 톰 인셀 박사는 수컷 총각 일반 들쥐의 뇌에 바소프레신을 주입해 보았다. 그러자 이들은 즉각 다른 수컷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자기 주변을 방어하고 나선 후 한 마리의 암컷에게만 소유욕을 보였다. 또 기존에 암컷과 짝을 지어 잘 살고 있는 수컷이라도, 바소프레신을 주사하고 새 암컷을 보여주면 그 암컷하고만 짝을 이뤄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 또 다른 암컷을 넣어주어도 반응하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수컷은 얼른 새로운 암컷에게로 달려갈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새로 짝지은 암컷의 곁만을 지켰다.

반대로 수컷 들쥐에게 바소프레신을 방해하는 약물을 투여해 뇌 속 바소프레신의 생산을 차단해버리자 그들은 갑자기 비열한 존재로 돌변했다. 지금까지 같이 살던 암컷을 버려두고 다른 암컷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또 한 암컷과 교미하고는 금세 그 암컷을 포기하고 또 다른 암컷과 짝 지을 기회를 엿보았다. 자신의 새끼 또한 나 몰라라 하고 내팽개쳐버렸다. 들쥐에게서 발견된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성적 행위에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소프레신은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나 성행위 중에 높은 농도로 분비된다. 남성의 경우 평소보다 다섯 배 이상 높아진다. 바소프레신의 분비가 촉진되면 파트너와의 유대감이 증대되면서 자신의 아이를 갖기 위해 다른 남성에 대한 적대감을 키운다. 결국 자연은 수컷 포유동물에게 아버지의 본능을 느끼게 하는 바소프레신이라는 화학물질을 부여한 것이다.

한편 아기가 태어나면 남자들은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감소해 가정적으로 변하면서 철이 든다는 얘기가 있다. 정말 그럴까. 성인 시기 남자의 뇌는 테스토스테론이 계속 높은 수치를 유지하며 짝 짓기와 섹스, 보호, 위계 질서에 집중한다. 그러다 아이를 낳으면서 남자의 뇌는 큰 변화를 겪는다. 아내의 임신 기간과 출산 직후 남편의 프로락틴 수치는 올라가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떨어진다. 이에 따라 성적 욕구는 억제되며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 있도록 청각 회로가 발달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따라 가정의 평화가 ‘들썩’

또 남성이 단지 아기를 안고 있을 때조차도 테스토스테론(욕정) 수치는 낮아진다. 이는 아이에 대한 애착심 때문이다. 남성이 아이에 대해 애착을 느끼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서 아이를 보호하려는 책임감이 생겨 철이 든다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과 애착은 반비례 관계일 때가 많다. 아이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하면 욕정이 시들해진다. 오랫동안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꾸리는 남자와 여자의 섹스 시간이 적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테스토스테론의 기준선이 높은 남자의 경우 결혼 횟수가 잦고, 간통을 더 많이 하고, 배우자를 더 자주 학대하고, 그러면서 결혼 생활이 불안정해진다. 다시 말해 가정적이지 못하고, 아이에 대한 애착심이 덜하다.

신체의 내분비기관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의 작용이 아버지의 본능을 느끼게도 하고 반대로 아이에 대한 애착심도 줄이게 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지금 내 몸 안의 호르몬은 어떤 모습의 아버지를 만들고 있는지 한 번쯤 느껴보자. 


 아내와 떨어져 살수록 정액이 많아지는 이유

남성들이 1회 사정 시 뿜어내는 정액의 양은 평균 2?5㎖ 정도이다. 흔히 남성들은 청년기를 지나 나이가 들수록 정액의 양이 줄어들고 배출되는 힘이 약해진다고 느낀다. 그래서 많은 중년 남성이 ‘예전 같지 않다’며 정력제를 찾는다. 물론 나이가 들면 정액의 양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노화 자체가 원인이 되어 줄어드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영국의 생물학자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스는 정액의 양은 커플이 함께 지낸 시간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이를테면 파트너와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남성은 파트너와 떨어져 지내는 사람보다 적은 수의 정자를 사정한다는 것. 반면에 남성이 가장 많은 정자를 사정할 때는 파트너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을 때이다. 이는 여성이 혹시 다른 남자와 놀아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물량 작전을 쓰는 것이다.

또 여성의 오르가슴은 정액을 자궁 안으로 흡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두 박사는 설명한다. 그래서 수정될 확률이 높다는 것.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자궁의 압력이 높아져 질에 있는 정액을 더 많이 자궁 안으로 빨아들이므로 정자가 몸속에 많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 극치감에 이르지 못하면 빨아들이는 정액이 적어 정자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두 박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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