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다
  • 김용택|시인 ()
  • 승인 2011.04.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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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나 장관이나 이 나라 지도자들도 이제 좀 어른스러웠으면 좋겠다. 무조건 정부만 감싸고 도는 유치함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의 말이 국민들을 교육시킨다. 일본의 지진으로 방사능 문제가 연일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 국회 질문에서 비를 맞아도 되느냐고 국무총리에게 묻자, 총리는 비를 맞아도 된다고 했다. 말이 되는가. 비는 평소에도 맞으면 안 된다. 국민들이 모두 불안해하는 마당에 비를 맞아도 된다는 총리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국민들이 믿을 말을 하라. 비단 이 일뿐만이 아니다. 소고기 문제가 불거지고 구제역 문제가 불거지고, 조류독감이 번져나갈 때마다 청와대나 국가 기관의 공무원들이 나서서 닭을 먹고 돼지고기를 먹고 소고기를 먹는 행사를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될까. 늘 발등의 불끄기 식이고, 정부에 유리한 말들만 하다 보니, 이 일 저 일에 무책임한 말만 되고 만다. 사안의 상황이 달라져도 그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고, 그 누구 하나 자리를 내놓는 사람이 없다. 역대 정권들도 다 마찬가지여서 정부가 하는 일들을 믿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어떤 현안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을 내놓으면 문제가 더 안 좋은 쪽으로 증폭되고 만다. 그렇다 보니 일이 늘 꼬인다.

우리 사회의 불신은 너무 크고 깊다. 문제는 사람의 말을 사람이 안 믿는다는 것이다. 개인 대 개인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불신으로 가득 찬 사회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 부실하기 마련이다. 거기에다가 모든 사회 조직원들이 학연과 지연과 혈연으로 얽혀 있다. 종교까지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우리가 사는 사회를 조폭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조폭들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이 더 조폭적이다. 대학, 모든 지자체, 국가 기관, 국회의원, 지방의원들까지 모두 조폭 수준이다. 촌스럽고 야비하고 비굴하고 비겁하고 구차하다. 합리적인 구석이라고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푹 썩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그러한 사회 불신이 더 증폭되어가고 있다. 치료와 치유가 불가능해져버린 이 사회 불신 풍토는 나라를 정신적 혼란에 빠지게 해서 인간성을 극도로 피폐화시킨다. 진지함과 진정성이 사라져 버리고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주의가 판을 친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사회 윤리와 도덕과 사회적인 약속의 폐기는 우리들의 삶을 심하게 위협하고 있다. 부정과 부패와 비리가, 이제 아예 일상화되어버렸다. 상식화되고 사회 조직의 원칙(?)이 되어버렸다. 내일이 보이지 않으니 한탕주의, 찰나만 모면하면 되는 찰나주의, 모면주의가 판을 친다. 대통령, 국회, 정부, 검찰, 공무원, 경찰, 교수와 교사들을 믿지 않는 이 무서운 사회 불신이 가져올 필경은 어떤 일일까.

정부를 믿지 못하면 그 사회는 끝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잘못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라. 두 손을 들고 빌어보아라. 제발 우리도 좀 정부가 하는 일에 감동하고 살자. 비겁하고 비굴하게 책임을 회피하려들지 말고 좀 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하라. 구차한 발뺌과 변명을 하고 집에 가서 아내와 자식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깟 권력이 무슨 대수인가. 국가와 국민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가치 있는 당당한 생활의 모습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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