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지는 기업 찾아 투자하니 큰 이익”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4.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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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 / “기업 분석 능력 배운 것이 밑천”

 

ⓒ시사저널 이종현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증시에서 가장 돈을 잘 벌어주는 사람으로 통한다. 미래에셋과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지금의 브레인투자자문까지. 그는 펀드 시장의 수익률 랭킹에서 줄곧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해왔다. 지난해 시장의 히트작이었던 랩 시장이 팽창한 것은 박대표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매니저 시절에는 조선주로, 최근 장에서는 자동차 주식과 화학 업종 주식으로 시장 흐름을 이끌며 발군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2003년 유리자산운용 시절부터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해, 미래에셋에서 트러스톤으로 옮기는 와중에도 꾸준히 사들여 수익률에서 큰 재미를 보았다. 그때는 조선주에 ‘몰빵’하는 매니저로 알려졌고, 지금은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어서 ‘오토 박’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몰빵하는 매니저, 편식하는 매니저라는 호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2003년 무렵 사람들은 조선업이 불황이라고 했다. 그때 내 눈에는 조선업이 일본을 누르고 빅사이클로 가는 것이 보였다. 사이클이 한참 진행되고 난 뒤에는 누구나 다 본다. 하지만 초기에는 보기 힘들다. 좋아지는 산업에 투자하면 돈을 번다. 자동차도 2009년 이후 일본을 누르고 빅3권이 가시화되면서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일본차를 역전하는 순간이 코앞에 와 있다. 역전하는 순간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폭발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의 시가총액이 빠지는 만큼 현대차로 올 것이다. 나는 시대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업종을 발굴하고 그 종목이 피크를 칠 때까지 꾸준히 보유한다. 그런 종목은 펀드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로 간주해 장기 보유한다. 내 포트폴리오에는 펀드의 운명을 같이할 종목이 있고, 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매매를 하는 종목이 있다. 2007년에 조선주가 피크를 친 뒤에는 내 포트폴리오에 조선주를 의미 있게 담아본 적이 없다.”

“유행이라 해도 싫은 주식은 안 사는 게 상책”

그는 “좋아지는 종목을 많이 살 뿐 몰빵이 아니다.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는 이익이 감소하는 기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2011년에 한국에서 이익이 좋아지는 산업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런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명성을 안겼다. 유리자산운용에서 열심히 조선주를 사들이던 그를 2004년 7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스카우트했다. 그해 가을부터 미래에셋의 펀드 수익률은 급상승했고, 2005년 1월 박건영은 이직 5개월 만에 펀드 대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미래에셋의 펀드가 공모 펀드 시장에서 수익률 1~5등을 독식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는 그가 집요하게 쓸어담은 조선주가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는 2007년 3월1일 트러스톤투자자문으로 이직해 그해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에서 1등을 했다. 2008년도에는 트러스톤의 칭기스칸 펀드가 최고 수익률을 올렸다. 이때쯤부터는 증시 선수뿐 아니라 참여자들도 ‘박건영’이라는 브랜드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09년 2월 브레인투자자문을 세워서 독립하고 1년여 만에 랩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박건영이라는 이름이 널리 통하게 되었다.

이쯤 되면서부터 ‘박건영이 제2의 박현주가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불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이라는 테두리 안에는 보험도 있고 은행도 있지만 나는 운용만 할 것이다. 내 분수를 안다. 내가 자신 있는 투자업에만 집중할 것이다. 헤지 펀드도 있고, 해외 진출도 있고 할 일이 많다”라고 브레인투자자문의 방향을 설명했다.

그의 금융 이력 출발점은 증시가 아니라 산업리스라는 회사이다. 박대표는 “산업리스 시절 심사부에서 7년 동안 기업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일을 하면서 기업 분석 능력을 배웠다. 시장팀으로 옮겨서도 3년 동안 기업 가치를 따지는 일을 했다. 그것이 내 운용 능력의 밑천이다. 나는 주식 운용을 할 때 차트를 보거나 뉴스를 보고 하지 않는다. 기업 분석을 통해서 내가 확신을 할 수 있을 때 지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왜 안정된 직장을 나와 펀드매니저가 되었을까. 박대표는 “산업리스에서 시장팀장을 할 때 주식시장 흐름을 보니 직업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시장이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펀드매니저에 대해서 “매니저는 숫자로 표현되는 직업이다. 일등부터 만등까지 있는데 제일 위에 내 펀드가 있으면 그 기쁨이 참 크다. 명문대를 나오든, 지방대를 나오든 누구나 수익률로 평가받는다(그는 경북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그게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 “무명이었던 내가 펀드매니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주식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이다.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만 찾아다녔다. 그런 주식만 샀다. 그것이 수익률의 비결이다. 브레인이 커진 것도 수익을 많이 내주니까 커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좋다’고 생각하는 주식에 대한 확실한 애정 표현이 시장에서는 ‘편식’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나 보다. 그에 좋고 싫음이 분명한 것이다. 그에게 ‘고집이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을 던지자 골프 이야기를 꺼냈다.

“2006년에 골프를 시작하고 6개월 만에 싱글이 되었다. 2007년에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36홀씩 돌았다. 이제는 골프 안 친다. 토·일요일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한다. 골프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시간도 많이 들고.”

그는 매력을 잃어버린 골프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업무상 어쩔 수 없을 때 나가는 편이다. 그의 주식 쇼핑 습관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뭐든 내가 좋아야 하고, 고집이 세다. 아무리 필요한 사람이라도 좋지 않은 사람이면 안 만난다. 싫은 주식은 절대 안 산다. 내가 보편적으로 70~80% 정도는 맞추는데 내 생각대로 간다. 남들이 뭘 산다고 해도 그런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다. 버핏이 버크셔 헤더웨이를 만들때 포트폴리오에 열 개 이상을 담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항상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승부욕이 강하다. 그 스스로도 “굉장히 강하다”라고 말했다. “시장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마음속에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1등 한다는 소리보다는 의미 있고 좋은 운용을 하는 회사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내 목표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1등’에 대한 그의 생각이 약간 바뀐 듯하다. “창업을 할 때 운용 시장에서 제일 크고 수익률이 1등인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1등을 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의미 있는 운용을 하고 싶다. 우리 회사보다 잘할 수 있는 회사나 나보다 능력이 좋은 매니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고객에게 부끄럽지 않고 국면마다 최선의 선택을 해서 고객의 재산을 잘 지켰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 4조원 이상의 돈을 맡긴 고객에 대한 책임이고, 우리 회사가 사회의 부에 기여하는 길이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박건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증시에서는 그가 어떤 종목에 관심을 보이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그에게 요즘 증시 상황을 묻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훈수도 부탁했다.

“연말이나 내년 초 경기 둔화 조짐 올 수도”

“지금 나는 물가만 보고 있다.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리는 상황은 아주 안 좋은 상황이다. 올해는 어쩌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불편한 시장이다.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극화 장이다. 장이 고점으로 갈수록 편식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얼마나 오르는지, 기름값이 얼마나 오르는지 체크해야 한다. 연말이나 내년 초에 경기 둔화 시그널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나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라면 박건영에게 돈을 맡기면 될까? “나도 일정한 지수 이상에서는 자신이 없다. 지수가 많이 올랐거나 경기가 둔화되었거나 하면 주식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 올해는 2월에 고생했다. 3월 후반부터 굉장히 좋아져서 1분기 수익률이 결과론적으로 좋아졌다.”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리 뛰어난 매니저도 경기가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없다. 주식 투자는 경기가 좋을 때만 해야 한다. 2008년처럼 유가가 펑펑 뛰는 조심이 보일 때 그럴 때 주식을 들고 있으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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