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삶에 파고든 현대미술의 스타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5.0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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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 쿤스의 작품이 그려진 신세계백화점 기프트카드. ⓒ신세계

데미언 허스트와 제프 쿤스는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하고, 그래서 뉴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현대미술계의 ‘광대’로 불린다.

이들이 대중을 놀라게 하는 지점은 두 군데이다. 하나는 기상천외한 작품 방식이다. 데미언 허스트는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달아놓거나 상어를 방부 처리한 뒤 삼등분해서 전시하거나 피가 흐르는 소 머리를 갤러리에 전시했다. 죽음을 날것 그대로 끌어들인 허스트의 작품에, 대중은 경악했고 매체는 호들갑스럽게 대응했고 허스트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쿤스는 포르노 스타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국회의원까지 지낸 일로나 스톨러(예명 치치올리나)와 결혼했다. 결혼 뒤 쿤스는 치치올리나와의 성행위를 조각과 사진으로 작품화한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를 발표하고 뉴욕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이 작업은 하드코어 포르노그라피를 이용한 순수예술 분야의 첫 번째 스타덤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쿤스는 공공 장소에서도 설치될 수 있는 좀 더 안정적이고 덜 직설적인 설치 작업을 통해 순수미술계의 스타로 안착했다.

이들이 작업한 파격적인 퍼포먼스·설치미술은 엄청난 가격으로 팔려 대중은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신세계가 사들인 <세이크리드 하트>는 3백억원에 육박했고, 데미언 허스트의 ‘방부제에 담근 생고기 시리즈 류’는 평균 2백억원대에 거래되었다. 이들의 작품에는 화제성, 엽기성, 선정성, 비싼 값 등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고루 들어 있다. 게다가 미술 전문가의 ‘작품 보증서’까지 겸비하고 있어 중산층이 관심을 보여도 흠이 안 되는 교양 상품이다. 미술 컬렉션은 한국에서는 중산층의 새로운 신분 표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전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강도 높은 도발(즐거움)이 백화점 쇼윈도로 들어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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