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은 사회의 그늘에 늘 관심 가져야 한다”
  • 정락인 기자·이규대 인턴기자 ()
  • 승인 2011.05.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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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인터뷰

 

ⓒ시사저널 임준선

조경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1)는 여성 법관으로서는 최고위직에 있다. 현재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여성 법관은 단 세 명. 그중 연수원 기수(14기)가 가장 높다. 그녀는 또 여성 법관이 주도하는 ‘젠더법 커뮤니티’의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4월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조경란 부장판사를 만났다.

법원 고위 간부들 중에 여성 법관의 수가 적다. 법관 사회가 폐쇄적인 것 아닌가?

(고위직이란) 경력에 의해 결정된다. 아직 여성 법관 중에는 그 정도 경력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시스템에 의해 발생한 결과일 뿐, 법원에서 의도적으로 성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의 여성 배석 판사 배려 문건이 화제가 되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남성 법관과 여성 법관 사이에 불편한 점이 많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나는 큰 불편을 못 느꼈다. 언론에서는 마치 남성 부장판사가 여성 배석판사에게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도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성(性)을 불문하고 부장판사가 배석판사를 대하는 기본적인 마인드는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신세대 법관들과 갈등은 없는가.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는가?

다른 재판부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 경우를 들어 얘기하겠다. 때때로 (젊은 법관들이)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할 때가 있기는 한데, 그런 경우에는 비유적으로 돌려서 얘기하거나 나 스스로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는 편이다. 그런 갈등에 대해 심각하게 느낀 적은 없다. 그런데 최근에 임용된 법관들과 바로 그 위의 법관들 사이에서는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관들이 다소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법관은 권위가 필요한 직업이다. 참 이율배반적인 것 같다. 사석에서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하면 문제이지만, 법정에서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 법관의 권위에 대해 존중해야 결국에는 국민들도 자신을 보호받을 수 있다. 공적·사적인 면을 분리해서 접근할 문제이다.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

재판 당사자들의 반응을 보고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 보람을 느낀다. 선뜻 판단을 내리기 애매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내린 판결을 양쪽 모두 항소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도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돌아보니 상당히 긴 세월이고,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잘못 판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문득 두려운 생각도 든다.

여성 법관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향후 여성 법관에 대해 전망을 한다면.

지금도 잘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남성 법관들이 포진한 주요직에 진출하려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결혼한 여성 법관은 결혼 안 한 여성보다 두 배, 남자보다 두 배 이렇게 총 네 배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능력 있는 후배가 많아 잘 되리라 보는데, 그래도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법관 생활은 어떤가?

정말 쉽지 않다. 아내 노릇도 힘들고 엄마 노릇도 힘들다. 그중에서도 특히 힘든 것이 엄마 노릇 같다.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그것이 참 힘들다. 가정과 직장에서 다 잘하기가 참 어렵다. 한 선배 여성 법관이 “그냥 마누라나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나도 공감이 되더라.

법관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단순히 여성 법관뿐만 아니라 모든 법관 지망생에게 말해 주고 싶다. 오랫동안 형사재판을 맡으면서 재판 기록을 검토하다 보니 사회 양극화 문제가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법관을 꿈꾸는 이라면 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며 균형 잡힌 시각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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