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의 ‘곡창지대’, 누가 빛내나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5.0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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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경기 이천·여주·양평·가평

 

▲ 이천시 전경 ⓒ이천시 제공

국회의원 선거구로 보았을 때 이천시·여주군 선거구와 양평군·가평군 선거구로 획정된 4개 시·군은 전통적으로 여당이 석권하는 지역이다. 국회의원 2명과 시장, 군수 4명 중 무소속 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렇게 한나라당이 유리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하이닉스를 비롯한 생산업체들이 이천에 입주한 후부터는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는 것이 현지의 판단이다.

지난해 말 개각을 통해 올 초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입각한 정병국 의원(한나라당·양평 가평)은 3선의 중진이다.

양평에서 태어나 그때까지만 해도 전기가 안 들어오던 동네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한 그는 서라벌고와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연세대와 성균관대에서 각기 국제지역연구학 석사와 정치외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통일민주당에 입당해 정계로 진출한 이후 통일민주당 총재 비서, 민자당 총재 비서를 거쳐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꼬박 청와대 제2부속실장 비서관으로 일했다.

 

 

고향에서 3선 기록한 정병국 장관 ‘두각’

2000년 첫 등원 때부터 문화관광위원회를 지원해 11년 동안 같은 상임위를 고수하면서 당내 언론발전특위 위원장, 미디어발전특위 위원장,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위원장을 맡아 주로 미디어 전문가로 분류된. 종편 채널의 탄생을 가능케 한 미디어법 개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6대 총선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하고 18대 총선에서 65%의 득표를 얻었을 만큼 지역구 관리도 착실하다는 평이다. 2004년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대표를 맡아 차세대 리더의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남경필·원희룡 의원과 함께 ‘남·원·정’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당 사무총장으로 기용될 때에도 ‘남·원·정’의 멤버이면서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주류측 인사라는 점이 고려되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여러 가지 별명이 따라다닌다. 성실하고 강한 추진력을 지녀 ‘슈퍼맨’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해병대’ ‘늦둥이 아빠’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말쑥한 정장에 검은 뿔테 안경은 ‘베스트 드레서’라는 별명도 안겨주었다. 지난해 12월 코리아 베스트 드레서로 뽑혀 정옥임 의원과 함께 패션쇼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각진 얼굴을 가진 탓에 “경호원 같다”라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도수 없는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을 당했을 때 해병대에 자원했다. 2000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기념으로 늦둥이를 가졌다. 장남이 대학 1학년이고 막내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다.

이천시·여주군 출신의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은 요즘 여주 남한강변 공군 사격장 이전 문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방부가 이 지역 백석리 일대 35만여 평에 설정된 사격장 안전 구역을 주변 6개 리 2백60만여 평으로 확대하려 하자 해당 주민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1957년에 지어진 사격장이 54년간 끼친 재산 손실과 정신적 고통이 막심한 데다 인명 피해까지 입어온 군민들인데 이제 와서 면적을 여덟 배로 늘리겠다는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특히 편입 대상 지역이 한강 살리기 4공구 사업으로 수변공원을 비롯한 관광지로 정비되면서 주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부풀어 있는 터이다.  

 

이범관 의원과 김춘석 여주군수는 지난 4월28일 1만여 명의 주민이 모인 집회에서 확장 저지와 나아가 이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삭발 시위를 벌였다. 이의원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잠시 은행원으로 있다가 행정고시에 합격해 법제처에서 사무관 생활을 했다. 다시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의 길로 들어섰다. 전국 여러 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근무했고 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부 과장, 대검 공안부장을 두루 거친 전형적인 공안통이다. 대통령 민정비서관,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인천·서울 지검장을 거쳐 광주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다. 이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18대 국회에 들어갔다. 쟁점 법안 처리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이 벌어졌을 때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초선 의원 이범관’은 검사 시절 국회에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려고 폭력을 행사한 의원을 사법 처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런 게 정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이범관 의원에게 자리를 내준 이규택 전 의원은 4선 경력이다. 14, 15대 때는 민주당 소속으로, 16, 17대 때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대외협력국장으로 들어간 후 통일민주당 창당에 관여했다. 민주당 창당발기인과 창당준비위원을 맡은 후 민주당 여주지구당 위원장이 되어 14대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교육위원장과 한나라당 원내총무-경기도지부장-최고위원을 지냈으며, 박근혜 후보 경선대책본부 조직·직능총괄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대표적인 친박근혜계 인사 중 한 사람이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친박연대 이름으로 나갔으나 낙선의 고배를 맛보았다.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 공동대표에서 물러나 현재는 새로 결성된 미래연합 대표최고위원직에 있으면서 내년 총선에서의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그 밖에 이 지역 출신으로서 현 18대 국회에 진출한 의원으로는 이경재(이천-한나라당·인천 서구 강화 을)·장광근(양평-한나라당·서울 동대문 갑)·최재성(가평-민주당·남양주 갑) 의원이 있다. 모두 당과 국회 안에서 ‘한가락’씩 하는 인물들이다.

이천이 고향인 이경재 의원은 음성중학교를 마친 후 어머니 고향인 강화로 이사를 가 강화고를 다니고 서울대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동아일보 출신으로 김영삼 민자당 총재 공보특보로 들어가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공보처 차관을 지냈다. 15대 국회에 진출한 후 4선을 기록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박근혜 후보 경선대책본부 미디어홍보위원장을 지냈다.

장광근 의원은 14대 전국구, 16대 비례대표를 거쳐 18대에 한나라당 서울 동대문 갑 후보로 나서 당선되었다. 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3개 지역 자치단체장, 토박이들이 맡아

최재성 의원은 2선이지만 목소리가 큰 의원이다. 동국대 재학 중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노무현 대선 후보 선대위에 참여했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경력이 있다.

위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여기에서도 지역 출신의 일꾼들을 ‘목민관(牧民官)’으로 뽑아 주는 데는 사람의 인심이 다를 바 없다. 서울로 유학을 떠나 대처에서 지내다 돌아온 ‘우리 옆집 사람’도 있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주경야독(晝耕夜讀)한 사람도 있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고교와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하고 양평군에서 기술직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경기도로 옮겨 건설국, 환경국 등에서 일했다. 건설본부장과 이천시 부시장을 마치고 시장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김춘석 여주군수는 여주에서 초·중학교를 마치고 제물포고-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예산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에서 연구 지원, 심사평가 업무를 맡아보다가 1급인 정책상황실장으로 승진했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 용산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단 부단장을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가 지난해 6월2일 실시된 5회 지방선거를 통해 군수로 취임했다.

김선교 양평군수의 경력이 매우 흥미롭다. 출생지인 양평군 옥천면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의 양평중과 양평종합고를 다녔다. 고교를 마치고 면사무소에 서기로 취직한 이후 면사무소, 읍사무소와 군청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군 문화공보과장과 군내 여러 면의 면장을 거쳤다. 직장 일과 병행해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4·25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군수에 당선되었고 5회 지방선거에는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67%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가평군 하면 현리에서 출생한 이진용 가평군수는 동네에 있는 조종초, 조종중, 조종고를 다니고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토박이이다. 40세 때부터 경기도의회에 진출해 의정 활동을 하면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한 지역 일꾼으로서 신망이 두텁다. 2007년 4·25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군수에 당선되었고 5회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예술계, 학계, 정관계를 두루 거친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간간이 언론의 관심을 끈 인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수석을 현 직책에 기용하면서 그의 경력을 감안해 장관급 예우를 해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박수석은 국악의 선각자 기산(岐山) 박헌봉(朴憲鳳·1906~76년)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로 세운 국악학교인 국악예술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일본 무사시노 음대에 유학하고 동국대에서 불교학·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음대 교수와 교육대학원장, 총장을 지냈으며 서울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 2002 월드컵 개막식에서 음악 총감독, 지휘·작곡 등 주요한 역할을 성공리에 해낸 종합예술가이다. 이대통령과는 2007년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했을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 문화예술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고 12·31 개각 때는 정병국 장관과 함께 유력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신혜수 이화여대 객원교수는 대학 강의와 병행해 국내외적으로 여성 문제와 관련한 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정신대 문제, 가정 폭력 문제 등을 다루면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맡았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도 관여했다. 서경석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가 부군이다.

지역 출신 법조인 중에는 민일영 대법관, 김인욱 서울고법 부장판사, 정의식 전주지검 차장검사, 이우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김정운 청주지법 부장판사, 이철의 인천지법 부장판사, 임용규 춘천지검 부장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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