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익은 ‘명가’의 향기 그대로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5.1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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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시리즈 /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경북 안동

 

▲ 안동 하회마을. ⓒ연합뉴스

 안동 사람들은 안동이 선비 문화의 본고장이라는 것에 대해 크나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유교 전통은 예의와 염치를 중시한다. 보수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나머지 고집이 세고 쉽게 타협하지 않는 것이 특질이라면 안동 사람들은 그 전형이다.

안동은 경북 지방을 상징하는 대표적 고장이다. 안동을 중심으로 동으로 청송과 영양, 서로는 예천, 남으로는 의성, 북으로는 영주·봉화가 둘러싸고 있어 이들 경상북도의 북부 지역을 통틀어 안동 문화권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예로부터 안동은 ‘해동(海東)의 추로(鄒魯)’라고 일컬어졌다. 추로지향(鄒魯之鄕)은 맹자가 태어난 추 지방과 공자의 모국인 노나라를 합친 말이다. 안동을 해동의 추로라고 부른 것은 퇴계 선생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안동에는 크고 작은 서원이 34곳이나 있다. 그중 가장 이름이 알려진 곳이 도산서원이다.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위치한 도산서원은 퇴계가 타계(1570년, 선조 3년)한 지 4년이 지나 그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그 이듬해 한석봉이 쓴 ‘陶山書院’ 편액을 하사받은 사액(賜額) 서원으로서 영남 유학의 총본산으로 추앙받고 있다. 퇴계가 1561년(명종 16년)에 낙향한 후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을 바라고 세웠던 도산 서당이 있던 곳에 건립해 추증한 것이다. 


 
 
안동 김씨·안동 권씨·풍산  류씨가 중심   

또한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백여 년간 대대로 지켜온 동성(同姓) 마을로 서애 류성룡의 출생지이다. 서애가 31세 때인 1572년 후진 양성을 목적으로 풍천면 병산리에 건립한 병산(屛山)서원도 사액 서원으로 기록되고 있다.  

저명 인사들의 출신 지역을 보면 안동, 의성, 경주, 영주 등지에서 큰 인물들이 뿌리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주 돌이라고 모두 옥돌이냐. 안동 사람이라고 다 인물이냐”라는 비유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유교 전통이 뿌리 깊고 선비 정신을 숭상했던 안동에서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 인물의 반이 영남이고 영남의 반이 안동”이라는 말도 과장되기는 하나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안동향우회는 어느 지방 향우회보다 활성화되어 있다. 재경안동향우회가 매년 5월 갖는 총회 겸 체육대회나 연말 송년회에는 1천여 명의 회원이 모인다. 향우장학회는 두 달 만에 5억원의 기금을 모으는 기록을 세웠다.

향우회 안에 영가회(永嘉會), 동연회(東硏會), 상락회라는 소모임이 있다. 영가회는 사회적 지명도와 연배가 비교적 높은 원로들로 구성되어 향우회 의사 결정에 중심적 역할을 한다. 동연회는 교수직에 있는 향우, 상락회는 공직에 종사하는 향우들의 모임이다.

안동 지방의 대성(大姓)으로는 안동 김씨, 안동 권씨, 풍산 류씨가 꼽힌다.

 현 18대 안동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광림 의원 역시 안동 김씨이다. 안동농고와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주로 경제기획원(현 재정경제부)에서 일하고 차관직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그는 18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자마자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초선 의원이지만 공직 생활 중 기획예산처 국장과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바탕이 돼 지역구 예산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 3선(15~17대) 의원을 지낸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도 안동 권씨이다. 안동초-안동중을 나와 경북고-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한 그는 3선 의원으로서 도당 위원장,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의 경력을 갖고 있으나 18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맛보았다. 그 순간부터 그는 차기 총선을 기약했고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한때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를 제의받은 적이 있지만 사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18대 후반기 국회 사무총장으로 기용되었다.

18대 총선에서 김의원과 맞붙었던 허용범 후보는 안동에서 초·중·고교를 마치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언론인 출신으로서 박근혜 후보 경선 선거대책본부 공보특보와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을 거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으나 낙선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재임 당시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내년에 치러질 19대 총선에서는 김광림 의원과 권오을 사무총장 간의 격돌이 첨예할 것으로 지역민들은 예상하고 있다.

 안동 출신 현역 의원으로 김용구·권영진·권택기 의원이 있다. 석회석 채광회사로 성장한 주식회사 신동의 대표이사인 김의원은 중소기협중앙회장을 역임했으며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4번으로 국회에 들어갔다.

권영진 의원(한나라당·서울 노원 을)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지낸 바 있고 한나라당 서울시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장과 당 교육위 부위원장을 거쳐 이명박 시장 시절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민본21’ 회원이다.

권택기 의원(한나라당·서울 광진 갑)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선 캠프와 선거대책본부를 거쳐 당선인 비서실 정무기획팀장으로 일한 뒤 국회로 들어갔다. 이대통령과는 서울시장 선거 때 여론조사·분석팀장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대구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마친 조기 유학파(?)이다.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북도, 내무부에서 내무 관료로 잔뼈가 굵었다.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마치고 제5회 지방선거에서 안동시장에 당선되어 선출직 공무원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풍산그룹 CEO 등 재계 거물들 많아

안동이 낳은 대표적 기업인으로 풍산그룹을 일으킨 고 류찬우 전 회장이 있다. 대구공립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건너가 무역을 해서 돈을 모은 그는 1960년대 말 귀국해 풍산금속을 설립했다.

풍산은 1970년대 초부터 소총 탄환에서 포탄에 이르기까지 온갖 탄약을 생산하는 방산업체로 키워지며 30여 년간 한 우물을 팠다. 이후 주화를 만드는 소전(素錢) 개발에 착안하고 힘을 쏟아 차남인 류진 현 풍산 회장으로 이어진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12대 손인 그는 안동 하회마을을 중심으로 전통 문화의 계승 발전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류진 풍산 대표이사 회장은 일본 아메리칸 고교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직후 가업을 잇기 위해 풍산에 입사했다. 경영 수업을 차근차근 받으며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고 부친이 작고하자 2000년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부친의 스타일을 닮아 실무형 CEO로서 세계 무대를 뛰고 있으며 미국 내 인맥도 상당한 편이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장인이다.

류진 회장의 형인 류청 전 풍산 부사장은 일찌감치 사업에서 손을 떼고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산 류씨 대종회 회장을 지낸 류돈우 전 국회의원(전 은행장)과 류영우 풍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 집안이다.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총괄 회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처음으로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한 기록을 자랑한다. 상공부에서 공무원을 시작해 산업자원부장관을 끝으로 관계를 떠났으며 무역협회 회장을 지낸 데 이어 현재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고 있을 만큼 마당발이다.

김욱 아가방앤컴퍼니 대표이사 회장은 일찍이 유아용품에 착안해 외국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시장을 장악한 한편, 수출에도 괄목한 신장을 보인 공로로 여러 차례 수출상을 받아 이 분야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남편인 남영찬 SK텔레콤 상임고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하다 기업인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인데, 현재는 한국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다.

조옥화 안동소주 대표는 경북무형문화재 제12호 안동소주 기능 보유자이다. 김동구 금복주 대표이사 사장은 김홍식 창업자의 장남이다. 일곱 살 때부터 술을 보고 자랐고 대학 졸업 후 곧장 가업을 이어 대표이사만 25년을 지냈다.

관계에는 남일호 감사원 감사위원과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 이재명 성남시장이 있다.

외교관으로는 이상옥 유엔한국협회 고문과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있다. 모두 외무부장관을 역임했다.

언론계에서는 권오기 21세기 평화재단 이사장이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필명을 날렸으며, 중앙일보 사장을 지낸 금창태씨가 류목기 풍산 대표이사 부회장으로부터 바톤을 받아 재경안동향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신아일보와 경향신문을 거쳐 청와대에 들어가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길홍씨는 안동사랑운동본부 이사장직을 갖고 있다.

학계에서는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전 안동대 총장), 권오승 서울대 법대 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김호진 고려대 명예교수,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의 이름이 알려져 있다.

노동계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내면서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를 이끌었다가 최근에 다시 위원장에 선출된 후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안동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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