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힘 실은 ‘싱가포르의 선택’
  • 조홍래│편집위원 ()
  • 승인 2011.05.15 20: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당이 압승한 5·7 총선에서 역대 최다 6석 ‘이변’ 낳아…리콴유식 일당 정치 종식 ‘분수령’ 될 듯
▲ 지난 5월7일 싱가포르의 한 운동장에서 야당인 노동당 지지자들이 모여 선거 결과에 대해 자축하고 있다. ⓒEPA 연합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반세기 전에 구축한 1당 독재 정치에 드디어 변화가 왔다. 지난 5월7일 실시된 총선에서 싱가포르 집권 인민행동당(PAP)은 전체 의석 87석 중 81석을 얻어 재집권에 성공했다. 얼핏 보면 압승이다. 당연히 축하할 일이지만 여당의 분위기는 침통하다. 야당인 노동당(WP)이 역대 최다 의석인 여섯 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여당에 대한 지지율도 최저를 기록해 일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반영했다. 싱가포르가 1965년 영국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래 집권당이 많은 의석을 상실하고 야당이 약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싱가포르는 1981년까지 야당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집권당 독재 정치로 일관했다.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존 2석에 4석을 추가했다. 싱가포르 기준으로 보았을 때 큰 이변이다. 반면 PAP의 득표율은 2001년 75%, 2006년 67%, 그리고 이번에 60%로 하락했다. 여당의 재집권이 패배로 인식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정치 판도가 지각 변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선거 결과를 싱가포르 정치의 ‘분수령’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리콴유식 일당 정치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시인했다. 

야당은 비록 여섯 석을 얻는 데 그쳤으나 앞으로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의 밀실 정치를 종식하고 국정의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는 유권자들의 소망이 실려 있다. 다만 조직과 인재가 없는 야당이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리셴룽 총리는 개표 마감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여망을 정치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민주주의와 토론을 통한 국정 운영을 갈망하는 여론을 실제 정치에 얼마나 반영할지를 두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정상적인 민주주의’ 요구 반영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예외를 기록했다. 야당은 사상 처음으로 1개 선거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후보를 내 유권자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야당은 이번 선거 전까지 네 석 이상을 확보한 적이 없다. 따라서 여당이 이 선거에서 여섯 석을 잃은 것은 역사상 최대의 패배이다. 이것은 집권당의 독점적 지배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선거의 이변은 또한 젊은 세대의 의식을 나타낸다. 싱가포르의 번영과 안정에 자신감을 느낀 젊은 세대는 ‘정상적인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독립 이후 태어난 이들은 그동안 제3 세계 그룹에 속했던 싱가포르가 이제 세계 무대의 일선으로 나섬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정치 형태를 갖추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욕구는 30년, 혹은 4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으나 지난 5년간 갑자기 태동하기 시작했다. 번영과 부(富)가 주는 안락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의 싱가포르를 건설한 국부(國父) 리콴유 전 총리는 경쟁 후보 없는 단독 출마로 재선되었다. 내각에서 ‘선임 장관’ 직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정치적 후광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시대의 변화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유권자들의 불만은 주로 물가 상승, 소득 격차, 외국인 노동자의 대량 유입 등에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는 5백만명인 싱가포르 인구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분석가들은 선거 결과는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도전의 과제를 안겨주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싱가포르의 권력 구조와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