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격’도 잘 챙겨야 산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1.05.15 21: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들, 채용 전 단계로 취업 희망자의 ‘디지털 흔적’ 검색 늘어…‘평판 관리’ 대행사도 늘어나
▲ 요즘 미국에서는 온라인 평판 관리를 대행하는 서비스(왼쪽 사진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탈SNS 서비스(오른쪽 사진들)도 적지 않은 호응을 얻는 중이다.

 이제 사람들은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런 디지털 흔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두 방향으로 확연히 갈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흔적을 관리해 이득을 얻고자 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아예 극단적으로 네트워크를 단절하려는 부류가 있다.

고용주들 사이에서 채용 전 단계로 디지털 흔적을 검색해 검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인격을 가다듬는 경우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커뮤니티마다 다양한 얼굴을 띠게 마련인데 검색 엔진이 발전하면서 감추고 싶은 부분들도 공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직자가 어떤 커뮤니티에서 무엇에 관심을 가지며,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쉽게 알게 되면서 전통적인 사생활의 영역은 무너졌다. 온라인의 얼굴이 오프라인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온 셈이다. 구직을 위해서 이런 흔적을 지우고 평판을 세탁하는 일이 인기를 얻는 이유이다. 미국에서 지금 ‘온라인 평판’ 대행사가 성행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예를 들어 ‘레퓨테이션닷컴’(reputation.com)은 평판을 만들어주는 ‘My Reputation’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관리해주는 항목의 가짓수에 따라 연 1백29~6백99달러를 내야 한다. 이 서비스는 다른 사람이 나에 관한 정보를 얼마나 검색하고 나에 대해 무엇을 검색하는지 파악해준다.

이 사이트에서 가장 비싼 프로그램은 ‘평판 복구’ 서비스이다. 사용자에 관한 좋지 않은 정보가 이미 떠돌고 있을 경우 이를 온라인상에서 제거하고 이미지 메이킹을 도와준다. 정보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1천~3천 달러 정도가 든다고 한다. 사용자의 평판에 관해서 좋은 정보가 없을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내용을 인터넷에 뿌리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비용이 더 든다. 레퓨테이션닷컴의 2010년 매출은 전년과 대비해 무려 6백%가 늘어났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클라이드스탠닷컴’(clydestan.com)은 검색 엔진에서 검색되는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법정 기록, 범죄 기록, 체포 기록, 부도 여부, 신문 기사, 부정적 댓글 등이 그 대상이다. 4백95달러짜리 ‘퍼스널 베이직’ 서비스는 구글 검색 첫 페이지에 나오는 부정적인 정보들을 제거한다. 9백95달러의 ‘퍼스널 플러스’ 서비스는 구글 외에 야후, 빙, AOL의 1~2페이지에 나오는 정보들을 제거한다. 퍼스널 플러스 서비스에 더해 다른 검색 엔진의 1~3페이지에서 검색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퍼스널 어드밴스’ 서비스는 가격이 무려 1천9백95달러이다.

‘안티 SNS’ 등장…삭제·파괴 도와주기도

‘딜리트미닷컴’(Deleteme.com)은 주어진 카테고리 중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카테고리는 크게 세 가지다. 10달러짜리 계정 관리 서비스와 15달러짜리 개인정보 관리 서비스 그리고 50달러에 제공되는 검색 노출 결과를 제거하는 서비스가 있다.

이처럼 디지털 흔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각색하는 흐름이 있는 반면, 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물줄기도 있다. SNS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생기는 새로운 현상 중 하나는 거꾸로 탈(脫)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흐름이 생겼다는 점이다.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는 장소’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정보 보안과 같은 문제와도 관련 있지만, SNS가 ‘관계’를 강제하면서 오히려 그런 관계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이른바 ‘탈SNS’ 현상이다.

관계를 종언하는 움직임은 ‘안티 SNS’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SNS가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양적 인맥 확대를 지향한다면, 안티 SNS는 네트워크의 폐쇄화나 거절, 심지어는 아예 단절시켜 디지털 라이프를 포기하는 선택지를 택한다.

가벼운 단계부터 보자. 일단 ‘회피’ 단계이다. ‘어보이드’ (http://www.avoidr.org)는 만나기 싫은 사람을 피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어보이드에 접속하면 대표적인 위치 기반 서비스인 포스퀘어를 통해 만나기 싫은 사람을 걸러낸다. 포스퀘어 가입자들 중 회피 인물을 등록하면 이 사람들의 체크인 기록을 통해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삭제’ 단계이다. 페이스북의 계정과 프로필, 팬페이지 등을 모두 삭제해주는 세푸쿠(http://www.seppukoo.com)가 있다. 접속해보면 일본 사무라이와 관련한 흑백 동영상이 나온다. 세푸쿠는 ‘할복’이라는 뜻의 일본어로 최후의 기간을 입력한 뒤 페이스북에서 ‘자살’을 하게 도와준다.

‘파괴’ 단계도 있다. ‘Web 2.0 Suicide Machine’(http://www.suicidemachine.org), 일명 ‘자살 기계’는 페이스북·트위터·마이스페이스·링크드인 등 글로벌 SNS 서비스에 연결되어 있는 친구를 모두 정리하고 사용자 이름 및 암호와 사진까지 바꿔버리면서 사용자가 더 이상 접속할 수 없게 만든다. 이곳을 방문해보면 FAQ에서 다음과 같은 재미난 질문과 대답을 볼 수 있다.

“웹에서 자살한 뒤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친구와 전화로 이야기를 하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와인을 사기도 하면서 현실을 다시 보세요. 자살 후 공허함을 느껴도 걱정 마세요. 그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며, 며칠 후면 보통의 심리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들 안티 SNS 사이트들이 공통적으로 외치는 수사는 단 하나이다. “우리 모두 다시 현실로 돌아가자.”

이처럼 SNS 단절 활동이 부각되기 시작하자 SNS가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월6일, ‘Web 2.0 Suicide Machine’이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 사이트를 통한 접속을 차단했다. ‘Suicide Machine’은 페이스북이 보낸 공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은 상태로 다른 SNS와의 단절 활동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