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은 멀고 ‘투쟁’은 가깝다
  • 유창선│시사평론가 ()
  • 승인 2011.05.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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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당 주도권 놓고 주류-비주류 간 힘겨루기만 계속…국정 문제에는 ‘잠잠’

 

▲ 지난 4월20일 이재오 특임장관(가운데)을 비롯한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4·27 재·보선 승리를 다짐하는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뒤 한나라당 내에서는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주류-비주류 간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대표 권한대행 문제 등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거듭했고, 현재까지는 비주류가 판정승을 거두는 모습이다. 친박근혜계와 소장파가 연대한 비주류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친이명박계 중심의 비대위를 구성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친이 주류 세력이 하루아침에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된 것은, 재·보선 패배가 한나라당 내 세력 판도에 가져온 엄청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흔히 한나라당의 쇄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여러 언론은 ‘한나라당발 쇄신 바람’ ‘한나라당 쇄신 쓰나미’ 같은 표현으로 상황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한나라당의 내부 변화에 대해 ‘쇄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과대 포장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떠들썩함에도 정작 한나라당의 각 계파가 다루고 있는 의제는 ‘쇄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에게 쇄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당연히 집권 세력으로서 국정 운영 기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심 이반을 낳은 국정 운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5·6 개각은 이러한 인적 쇄신 요구를 외면한 채 의례적인 실무형 개각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대통령 측근들의 전진 배치를 막는 데 급급했을 뿐, 정작 쇄신을 주문하지는 못했다.

국정 쇄신 여부에 변화의 성패 달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의 변화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이 ‘감세 철회’ 얘기를 꺼내기는 했지만, 이제까지의 정책 기조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 논의가 없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언론 정책 논란, 민주주의 역주행 논란, 남북 관계 후퇴 등에 변화를 주는 것을 포함한 국정 쇄신에 대해 청와대는 아무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도 발언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 내에서 펼쳐지는 주류-비주류 사이의 갈등은 국정 쇄신의 의제들을 놓고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주류가 변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들조차도 국정 쇄신의 실질적 의제에 대해서는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다수 사안은 당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 하는 문제, 혹은 내부의 변화를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다. 결국 쇄신의 내용은 빠진, 계파 간의 대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으로는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릴 만한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내부 권력 투쟁에서 누가 이기고 지든, 누가 주도권을 갖든, 혹은 누가 원대대표가 되거나 대표 권한대행이 되든, 그다지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렇게 보면 한나라당의 과제는 자신들의 내부 문제에 한정된 변화를 모색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국정 쇄신을 추진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변화의 성패는 결국 그 지점에서 갈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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