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향해 불 뿜는 세 개의 방망이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1.05.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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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최후의 승자’ 되기 위한 경쟁 치열…롯데 이대호·한화 최진행·삼성 최형우 ‘3파전’ 볼만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그러나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관중은 0 대 0의 팽팽한 투수전에 집중하지만, 접전을 깨는 홈런 한 방에 열광한다. 2011 프로야구는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홈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느 해와 다른 것이 있다면 홈런 부문 5위를 내국인 타자가 독식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홈런왕 후보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올 시즌 홈런왕 경쟁의 최후 승자가 누가 될지 집중 분석했다.

자고 일어나면 홈런 1위가 바뀐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의 일과는 중계를 앞두고 개인 기록을 살피는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홈런 순위는 빼놓지 않고 확인한다. 그의 말마따나 자고 일어나면 홈런 1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2일부터 20일까지 홈런 1위는 정근우(SK)와 이대수(한화)였다. 교타자인 두 선수는 홈런 네 개로 공동 1위를 달렸다. 하지만, 4월30일에는 홈런 1위가 여섯 개를 친 박용택(LG)으로 바뀌었다.

5월 들어서도 박용택은 홈런 일곱 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렸다. 그러나 10일 LG전에서 최진행(한화)이 프로야구사에서 44번째로 한 경기 3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아홉 개로 순식간에 홈런 선두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것도 5월13일까지의 기록일 뿐 언제 홈런 선두가 뒤바뀔지 모른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 시즌 홈런왕 구도는 안갯속이다. 지난해 이맘때 홈런 1위는 아홉 개인 이대호와 카림 가르시아(이상 롯데)였다. 2위는 여덟 개의 최희섭(KIA)·박정권(SK)이었다. 전통의 홈런왕 후보들이 선두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이때부터 홈런 1위를 달리기 시작해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대호의 독주를 자신할 수 없다”라는 것이 많은 야구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최진행·최형우 등 젊은 타자들의 장타력이 물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역대 30번째 홈런왕은 누가 될까. 야구 전문가들은 “이대호, 최진행, 최형우가 접전을 펼칠 것이다”라고 내다본다.

2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는 롯데 이대호

가장 강력한 홈런왕이다. 2010년 프로야구 사상 첫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정규 시즌 MVP는 덤이었다.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 장타력이 돋보인다. 지난해 이대호는 좌투수를 상대로 6할8푼4리, 우투수에는 6할6푼1리, 사이드암에는 6할6푼으로 거의 같은 수치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되기에 홈런왕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대개 FA를 앞둔 거포들의 장타율은 전 해보다 3푼가량 오르고, 홈런은 평균 4.5개 늘어난다. 지난해 이대호는 44홈런을 기록했다. 잘하면 50개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수비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다. 3루수에서 벗어나 붙박이 1루수로 뛴다.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5월19일 기준 이대호의 장타력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아직 8홈런에 장타율도 5할6푼4리로 지난해보다 1할이나 떨어졌다. 오른쪽 발목이 100% 회복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오른발이 끝까지 몸을 지탱하지 못하면 타구 비거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대호의 평균 홈런 비거리는 1백20.6m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1백14.4m로 데뷔 이래 가장 짧다.

투수들의 집중 견제도 장타율 저하에 한몫한다. 상대팀은 이대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장타는 피하려 한다. 이대호의 타석당 볼 비율이 지난해 11.1%에서 올 시즌 15.5%로 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대호 역시 팀 우승을 위해 무리한 스윙보다는 출루에 더 신경 쓴다. 이대호의 출루율은 지난해보다 1푼 6리 올라갔다.

각종 악재에도 이대호를 홈런왕 0순위로 꼽는 야구 전문가는 많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지난 4년간 6월부터 홈런포를 가동했다. 롯데가 4위권 안에만 든다면 본격적으로 홈런 욕심을 낼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제2의 장종훈’을 노리는 한화 최진행

한화는 전신인 빙그레 시절부터 홈런 타자가 즐비했다. 프로야구 사상 첫 시즌 40홈런을 돌파한 장종훈(한화 타격 코치)이 대표적이다. 한화 시절에도 김태균이라는 걸출한 홈런 타자가 있었다.

최진행은 장종훈과 김태균의 계보를 잇는 장타자이다. 지난해 32홈런으로 홈런 2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장타 가운데 홈런 비율이 60.5%가 될 정도로 타구가 외야로 떴다 하면 홈런이었다. 전형적인 당겨치기 타자로 32홈런 가운데 좌측 홈런이 무려 18개, 중앙 펜스를 넘기는 홈런도 12개였다. 밀어친 홈런은 2개에 불과했다.

아홉 홈런으로 홈런 1위를 달리는 올 시즌에는 더하다. 장타 10개 가운데 홈런이 9개이다. 좌측 홈런 여섯 개, 중앙 홈런 세 개로 올 시즌에는 아직 우측 홈런이 아예 없다. 야구계에는 ‘타율 3할을 치려면 타구가 골고루 분포되어야 하지만, 홈런왕이 되려면 당겨쳐야 한다’라는 속설이 있다. 최진행이 그런 경우이다.

홈런의 질도 좋다. 아홉 홈런 가운데 1점 홈런은 두 개뿐이다. 2점 홈런이 네 개, 3점 홈런이 두 개이다. 외야 펜스 거리가 가장 짧은 대전구장의 덕을 본다는 것도 편견이다. 올 시즌 대전구장에서 홈런 다섯 개를 기록했으나, 구장 규모가 가장 크다는 사직구장에서 한 개, 잠실구장에서는 세 개를 쳤다.

하지만,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진다는 것은 악재이다. 한 구단의 투수 코치는 “최진행은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와 커브, 몸쪽 어설픈 속구에는 어김없이 배트가 나온다. 그러나 포크볼과 체인지업, 몸쪽을 찌르는 시속 1백45km 이상의 속구에는 약하다. 투수들에게 이것을 각인시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5월11일과 12일 LG 투수들은 그렇게 승부했고 최진행은 홈런은 고사하고,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40홈런을 노리는 ‘최쓰이’ 삼성 최형우

최형우의 별명은 ‘최쓰이’이다. 일본인 메이저리거 마쓰이 히데키와 타격폼, 얼굴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무엇보다 ‘거포’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최형우는 팀에서 유일하게 20홈런, 9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40홈런, 100타점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특별한 부상이 없고, 타격 기술이 향상된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졌다.

 5월19일 기준 9홈런으로 최진행과 홈런 공동 1위다. 최형우의 최대 강점은 꾸준함이다. 2008년 18홈런을 기록한 이후 2009년 23홈런, 2010년에는 24홈런으로 홈런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이순철 MBC SPORTS+해설위원은 최형우를 “전형적인 부챗살 거포이다”라고 칭한다. 부챗살처럼 홈런 분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시즌 일곱 개 홈런 가운데 두 개는 좌측, 두 개는 중앙, 세 개는 우측 담장을 넘겼다. 어느 코스로 공이 와도 억지로 당기지 않고, 배트 결대로 홈런을 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위원은 “현대 야구에서는 밀어쳐 홈런을 칠 줄 알아야 홈런 타자가 될 수 있다. 최형우가 ‘딱’ 그런 타자이다”라고 칭찬했다.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도 홈런을 친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최형우는 타자에게 불리한 투스트라이크 노볼과 투스트라이크 투볼에서 네 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홈런 비거리가 자꾸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최형우의 평균 홈런 비거리는 1백18.8m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백20.9m로 2m가량 길어졌다.

다만, 사이드암에 약한 것이 흠이다. 개인 통산 73홈런 가운데 사이드암을 상대로 단 세 개만의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5월19일까지 아직 사이드암 투수에게는 1개의 홈런도 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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