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체 밀어주려 입찰 서류 위조”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5.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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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FM의 내부 비리, 그룹 감사에서 드러나…검찰, 회사 간부·협력업체 대표 등 6명 기소

 

▲ 지난해 2월 전면 파업을 벌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 노조가 울산노동지청 앞에서 회사 경영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코오롱 계열사의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가 지난해 3월 무더기로 권고사직을 받거나, 입찰 제한 조치를 받은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에서 확인되었다. 2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이었다.

직원들은 조직적으로 특정 협력업체를 지원했다. 업체 대표는 그 대가로 거액의 뒷돈을 제공하다가 그룹 감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코오롱은 최근 이들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회사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입찰 서류까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문제의 계열사는 원사 부문을 맡고 있는 코오롱패션머터리얼(이하 코오롱FM)이다.

지난 2008년 코오롱그룹의 모태 사업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이다. 지난 2월 지주회사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되었다. 결국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되었다. 코오롱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말 진행된 그룹 감사에서 문제가 적발되었다. 인사위원회를 통해 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아울러 검찰에 고발 조치하면서 현재 조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사건을 맡은 대구지검 김천지청(지청장 정석우)은 그동안 코오롱FM 구미 사무소와 협력업체 네 곳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회사가 공사를 맡을 수 있도록 코오롱FM의 회사 간부 이 아무개씨 등이 경쟁 업체 명의의 입찰 서류까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위조된 입찰 서류를 계약 담당 부서에 보내는 방식으로 특정 업체를 지원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최근 회사 간부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직원 이 아무개씨와 협력업체 대표 고 아무개씨 등 다섯 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코오롱FM이나 그룹측은 “일부 직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자체 감사에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한다. 코오롱FM의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자체가 내부 고발을 통해 시작되었다. 회사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도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추어진 회사라도 맘만 먹으면 뚫을 수 있다. 일부 직원의 모럴 해저드가 그룹 감사를 통해 드러난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코오롱 본사. ⓒ시사저널 박은숙

 

하지만 사건 자체는 그동안 관행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9년 중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회사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지원했다.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았음에도 그동안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특히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어렵게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코오롱은 2000년 들어 성장세가 주춤했다. 코오롱캐피탈(현 하나캐피탈) 횡령 사건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사세가 급속히 위축되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6월 코오롱유화의 합병이 시작이었다.

 이후 2008년 3월 원사 사업 부문(현 코오롱FM) 분할, 2008년 9월 고흡수성 수지 사업 부문 매각, 2009년 8월 ㈜코오롱과 FnC코오롱 합병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2월에는 ㈜코오롱이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사업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해 재상장되었다. 재계에서 19번째로 지주회사 체제가 되었다. 때문에 검찰 수사가 새롭게 바뀐 지배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되고 있다 .

코오롱측 “개인의 모럴 해저드 문제이다”

코오롱그룹 역시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내부 정비가 채 완비되지도 않은 시점에 이같은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검찰 조사가 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코오롱FM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일부 직원과 하청업체 대표의 자질 문제이다. 그룹의 지배 구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의 시각은 다르다. 코오롱FM은 조만간 상장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상장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연말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이런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코오롱FM의 모회사이자,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월 캠브리지코오롱을 흡수·합병하면서 코오롱FM 지분 19.1%를 넘겨받았다. 이로 인한 지분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자회사인 코오롱플라스틱(KPL)이 다음 달 중순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KPL과 함께 코오롱FM을 상장해 지분 가치 상승을 노리는 상황에서 문제가 터진 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지주회사 체제 코오롱, 넘어야 할 산 많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계열사 간 지분 이동과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신했다. 하지만 코오롱FM에 대한 검찰 조사 외에도 산적한 문제가 여럿 남아 있다. 코오롱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한국델파이 인수는 현재 노조의 강한 반발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속노조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코오롱 자본의 입찰 자격 박탈’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룹의 또 다른 주력회사인 코오롱건설 역시 ‘산 넘어 산’이다. 최근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오롱건설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 비율이 4백%에 육박했다. 당기순이익도 눈에 띄게 급감하면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월 코오롱건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계열사가 사주는 방식으로 1천3백16억원의 현금을 지원해주었다.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우려하는 시각 또한 여전한 상황이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면서 총 차입금은 7천억원대에서 6천억원대로 감소했지만, 1년 내에 만기 도래할 차입금이 4천억원에 달한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 리파이낸싱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한 코오롱그룹의 행보가 향후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코오롱건설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30% 정도라는 점을 지적한다. ‘건설이 기침을 하면 그룹 전체가 몸살을 앓을 수 있다’라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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