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시끄러운 통일교판 ‘왕자의 난’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5.22 17: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아들들 사이에 재산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칠남 형진씨는 사남 국진씨와 손잡고 삼남 현진씨 소유 재산과 권력을 빼앗기 위해 공격하고 있다. 싸움터는 전세계에 펼쳐져 있다.

 

▲ 문선명 총재의 막내아들 형진씨(왼쪽)가 종교를 관장하고, 삼남 현진씨(오른쪽)는 비영리기구를 총괄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조만간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설 듯하다. 통일교 후계자이자 칠남인 형진씨가 지난 5월13일 삼남 현진씨에게 UCI(옛 통일교회세계재단)를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을 미국 워싱턴D.C. 민사법원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통일교판 왕자의 난’이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문선명 총재는 부인 한학자 여사와의 사이에 7남7녀를 두었다. 첫째·둘째·여섯째 아들은 사고나 자살로 죽었다. 현진씨가 맏아들이고 형진씨는 막내이다. UCI는 현진씨가 장악하고 있는 통일교 산하 비영리 기구(NGO)이다. JW메리어트호텔과 신세계백화점이 있는 센트럴시티(서울 서초동 반포동 소재), 일성건설, 미국 생선 유통업체 트루푸드, 미국 항공기 운영업체 워싱턴타임스항공이 UCI 산하에 있다. 형진씨는 현진씨가 설립자인 문총재의 뜻에 맞지 않게 UCI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원래 소유주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가정연합)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형진씨는 현진씨의 바로 밑 동생인 사남 국진씨와 손잡았다. 형진씨는 교회 산하 단체와 교인들을 동원해 현진씨를 공격하고 있다. 현재 국진씨는 통일교 재단의 돈줄을 쥐고 있다. 종교적 권위는 형진씨가, 재정은 국진씨가 나누어 갖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통일교 후계자로 꼽히던 현진씨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통일교 산하 단체의 회장 내지 부회장 자리에서 차례로 쫓겨났다. 통일교 재단 산하 통일그룹 계열사는 일찌감치 국진씨에게 넘어갔다. 이제 현진씨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UCI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현진씨는 사생결단식으로 UCI를 지키려 한다. 재판 결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변수는 설립자인 문총재의 뜻이다. 소송 당사자 가운데 한쪽에서 문총재를 증인석에 세우리라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통일교 신도 사이에 ‘메시아’로 군림해 온 문총재는 이제 아들들의 재산 다툼에 동원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삼형제 사이에 일어난 재산 다툼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통일교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마다 현진씨 세력과 형진·국진 씨 세력이 아귀 다툼을 벌이고 있다. 남아메리카 파라과이와 브라질부터 중앙아시아 네팔, 아프리카 케냐까지, 전세계에서 교회 재산이나 후계 구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쪽이 추진하는 국제 행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거나 종교 지도자 자격으로 수행하는 선교 활동을 막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미국이나 브라질에서는 민·형사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형진씨와 국진씨가 공격하면 현진씨가 막아내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현진씨가 지배하던 자산이 하나씩 형진씨와 국진씨 휘하로 넘어갔다. UCI 산하 워싱턴타임스가 지난해 11월 국진씨가 지배하는 미국 법인 뉴스월드커뮤니케이션디벨럽먼트에게 넘어갔다. 워싱턴타임스는 그동안 통일교 일본인 신자 헌금으로 자금 지원을 받아 운영되어왔다. 국진씨가 재단 자금줄을 장악하면서 2009년 7월 워싱턴타임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워싱턴타임스는 홀로서기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워싱턴타임스는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국진씨에게 넘어갔다. 지난 2009년 12월 피스컵조직위원회에서 현진씨 측근 인사가 밀려나면서 피스컵조직위원회도 국진씨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다. 

통일교 왕자의 난은,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는 민·형사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현진씨가 지난해 5월 브라질 유명 기독교 지도자 마누엘 페레이라를 만나고자 브라질 상파울루를 방문했다. 현진씨는 통일교 현지 교회에 참석하고자 했다. 새벽 예배에서 강론하기 위해 교회에 들어서자 통일교 남미 지역 총괄역 신동모씨와 시몬 페라볼리 통일교 브라질협회장이 현진씨의 강론을 막아섰다.

화가 난 현진씨는 신씨와 페라볼리 협회장을 예배당에 세워놓고 발로 차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누군가 폭행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8분 분량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다. 페라볼리 협회장은 지난해 12월 폭행 비디오를 증거 자료로 첨부해 현진씨를 상대로 교회 출입 금지나 접근 금지를 요청하는 법원 사전 명령을 신청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법원은 사전 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접근 금지 신청이 기각되자 페라볼리 협회장은 현진씨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교 본부가 페라볼리 협회장에게 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파울루 교회에서 지난해 5월 발생한 이 사건은 한국에까지 그 여파가 이어졌다. 문총재는 지난해 6월 ‘(통일교회) 상속자는 문형진이고 나머지는 이단이다’라는 휘호를 작성해 발표했다.

 

 

‘후계자’였던 현진씨가 밀려나는 과정

 

▲ 2009년 6월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책 출판기념회에 문총재 가족들이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세계대학원리연구원(W-CARP 이하 월드카프) 다음 카페에는 페라볼리 협회장이 지난 4월11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어 서한이 올라 있다. 이 서한에는 ‘국제 법률 담당자로부터 현진씨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는 문구가 나와 있다. 이 서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자 통일교 재단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현진씨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나왔다.

 

안호열 통일교 재단 홍보실장은 “현진씨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단 방침이다. 허위 보도가 나왔을 때 해당 언론사와 그쪽(현진씨) 인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거나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통일교회 후계자로 주목받은 현진씨가 하루아침에 막내동생에게 밀려난 경위는 의문투성이이다. 지난 2008년 3월까지만 해도 현진씨는 ‘통일교 비전과 평화 운동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 문총재에게 칭찬을 받을 만큼 입지가 확고했다. 현진씨는 이에 고무되어 2008년 4월 남미 6개국 통일교회를 방문하고자 출국했다. 현진씨는 문총재로부터 파라과이 차토(불모지) 지역의 통일교 땅에 대한 관리 업무까지 지시받았다.

현진씨가 남미 6개국 순방에서 세 번째 국가인 파나마에 도착했을 때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현진씨가 2000년부터 맡은 세계대학원리연구원(W-CARP) 회장직과 1998년부터 맡아온 가정연합 부회장직에서 해임된다. 현진씨의 장인인 곽정환 당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회장도 밀려났다. 가정연합 회장 자리에는 형진씨가 올랐다. 현진씨는 철저하게 인사 논의에서 배제되었다. 이·취임식도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현진씨는 인터넷을 통해 이·취임식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와 동시에 통일교는 월드카프 운영도 형진씨가 맡는다고 발표했다. 국진씨는 곧이어 미국에 있는 월드카프 세계본부를 폐쇄했다. 월드카프 소속 목회자에게는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다. 당시 미국 목회자 상당수가 월드카프를 떠났다.

타격이 심했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현진씨는 건재했다. 현진씨는 천주평화연합(UPF)과 UCI 회장직을 겸직하고 있었다. 문총재가 지난 2008년 12월24일 통일교 공관인 천정궁(경기도 청평 소재)에 교회 지도자 100명가량을 초청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통일교 지도자는 “문총재는 당시 교회 지도자들 앞에 삼형제를 세워놓고 ‘형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가라’라는 교지를 내렸다”라고 말했다. 현진씨 측근은 ‘후계 구도가 깨끗이 정리되었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1월 형진씨가 UPF 회장에 오르면서 현진씨는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되었다.

형진씨가 후계자에 오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는 김효율씨이다. 김씨는 한학자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정연합선교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통일교회 내에서는 문총재 비서실장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문총재 내외가 교회와 소통하는 채널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현진씨의 측근은 “김씨가 문총재의 입과 귀로 행세하면서 현진씨의 활동이나 역할을 문총재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22일, 통일교 내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하극상’이 일어났다. 김씨는 통일교 공관 유천궁(서울 노원구 소재)에서 열린 세계지도자회의에서 ‘현진씨가 오랫동안 문총재의 권위를 무시하고 후계 자리를 넘보고 있다’라고 고발했다. 종복이 메시아의 맏아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통일교 법률 담당인 박진용 변호사는 ‘현진씨가 지배한 워싱턴타임스항공이 한학자 여사를 고소했다’라고 밝혔다. 교회 고위 관계자 두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현진씨를 고발하자 참석자 다수가 ‘문총재의 허락을 받았느냐’라고 물었다. 

박진용씨는 형제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현장마다 등장한다. 박씨는 지난 2009년 8월 파라과이 푸에르토 카사도 폭동 사건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진씨가 파라과이에 들어오기로 한 지난 2009년 8월2일 카사도에서는 주민 폭동이 일어났다. 통일교는 지난 2000년 9월 현지법인 카를로스로부터 부지 60만㏊를 매입했다. 그로부터 한참 방치되다가 문총재는 지난 2008년 1월 카사도 땅 관리를 현진씨에게 일임한다. 당시 프로티에르라는 주민 단체가 카사도 일부 토지를 점유하고 있었던 탓에 재산권 행사가 여의치 않았다.

 현지 주민은 불모지이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라울 베니시오 라그라나 당시 카사도 시장과 프란시스코 딕 오제다 프로티에르 주민 대표에게 프란시스코 사보리아라는 코스타리카 변호사와 통일교 재단 관계자가 찾아온다. 사보리아는 ‘현진씨가 지배하는 현지 법인 빅토리아SA는 해당 토지의 소유자가 아니다. 진짜 주인은 통일교 재단이다’라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라그라나 당시 시장은 지난 4월15일 베르나르디노 곤잘레스 현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2009년 중반부터 2010년까지 아순시온과 푸에르토 카사도에는 통일교 재단 사람이 찾아와 국진과 형진을 대리해 현진의 비리를 찾아내고 처벌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편지에는 ‘(국진과 형진은) 현진이 자기 아버지 재산을 훔치지 못하도록 우리(카사도 주민)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와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라고 적혀 있다.

통일교 재단은 이 서한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박진용씨가 국진씨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통일교 재단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씨는 2009년 8월9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빅토리아SA는 해당 토지의 법적 소유자가 아니고 우루과이 법인 아테닐SA와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신령협회)가 주인이다. 빅토리아는 아테닐과 신령협회에게 토지를 빌린 임차인일 뿐이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주민 폭동을 촉발시킨 책임도 빅토리아SA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빅토리아SA가 2009년 7월31일 법원으로부터 퇴거 명령서를 발부받고 현지 통일교 공관과 부지에서 현지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키자 프로티에르를 주축으로 현지 주민이 총기로 무장한 채 몰려왔다. 경찰이 무장 주민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카사도에 들어오기로 했던 현진씨는 카사도에서 3백㎞ 떨어진 레다에 머물러야 했다.

‘쫓겨난 세자’ 주관 행사에는 언제나 훼방꾼이

 

▲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있는 통일교 세계본부교회. ⓒ시사저널 유장훈
당시 폭동 사건 조사에 참여한 김경효씨는 ‘박진용씨가 코스타리카 변호사 사보리아를 내세워 현지 주민들에게 빅토리아가 땅 주인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문제 해결을 꼬이게 하고 폭동까지 일어나는 데 기여했다’라는 요지의 공개 서한을 통일교 신자들에게 전송했다. 박씨는 김씨가 자기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8백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와 동시에 김씨는 통일교 미국 선교사 지위를 박탈당하고 가족과 함께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통일교 입장에서는 ‘쫓겨난 세자’가 메시아의 맏아들이라는 후광을 업고 전세계에서 벌이는 종교 활동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일교는 ‘현진씨가 더 이상 후계자가 아니고 현진씨가 주관하는 행사는 통일교와 상관이 없음’을 언론 매체를 통해 알리려 한다. 전세계 통일교 지부는 현진씨가 전세계를 돌며 2년마다 개최하는 GPF(국제평화페스티벌) 행사를 방해하고 나선다.

현진씨는 UPF 회장 당시 추진했던 국제 평화 운동 행사인 GPF를 UCI 회장 자격으로 주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GPF 남아시아 행사가 열린 네팔에서는 에크랏 통일교 네팔협회장과 로버트 키틀 선교사가 현지 신문에 ‘GPF는 UPF 행사가 아니라 현진씨가 독자적으로 주관하는 행사’라고 광고했다. 현진씨 측근은 ‘(GPF) 방해 행위는 통일교 아시아 대주회가 주도한 것으로 안다’라고 주장한다.

1주일 뒤 파라과이에서 열린 GPF 행사에는 통일교 남미 대주회가 나서서 방해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 곳은 아프리카 케냐였다. 지난해 11월17~22일 열린 케냐 GPF 행사는 키바키 케냐 대통령이 후원했다. 대회 직전 UPF는 ‘GPF는 케냐에 등록된 민간 단체가 아닌 데다 통일교 산하 단체인 UPF와 상관 없고 현진씨가 UPF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으로 주관하는 행사이다’라고 현지 신문에 광고했다. 이로 인해 케냐 공안 당국이 GPF 행사 방해를 주도한 통일교 관계자를 체포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진씨는 얼마 전까지 두 동생의 공격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UCI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이제 반격에 나서고 있다. 현진씨 측근은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지금부터 저쪽(국진씨와 형진씨)에서 저지르는 모든 공격 행위에 대해 대응 사격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통일교회 지도자와 신도들은 현진씨의 장인인 곽정환 회장을 ‘타락한 천사장’이라고 규정한다. 통일교 재단은 현진씨에게 남아 있는 통일교 자산을 돌려받기 위해 쟁송을 벌인다. 통일교 왕자의 난은 지금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