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나라당으로는 미래가 없다”
  • 감명국 기자·정리│이규대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5.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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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지역 대표하는 정치인’ 1위 김태호 의원 인터뷰 “쇄신파들의 뜻에 동참하는 것이 맞다”

 

▲ “존경하는 국내 정치인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과거 1970년대 기득권 구조 속에서 목숨을 건 도전을 보여준, 40대의 그분들이 가졌던 정신을 정치인으로서 간직하고 싶다.” ⓒ시사저널 이종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누가 보아도 무리한 출마였다.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낙마한 뒤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라며 중국으로 건너간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선거구는 경남에서도 야당세가 가장 강하다는 김해 을이었다. 자신의 고향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야권 단일 후보였다. 정부·여당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당의 은혜를 입은 입장에서 외면만 하기가 어려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김태호 의원 자신도 낙선 이후의 행보를 고민했다.

지난 4·27 재·보선의 최대 수혜자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꼽지만, 김태호 의원도 그 못지않게 주목되고 있다. 그는 ‘승부사’라는 칭호를 얻었다. ‘뚝심’도 과시했다. 대반전에 성공하며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선거 이후 계속 김해에 머무르고 있는 김의원이 때마침 5월19일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남산공원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그를 만났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PK 지역 민심 여론조사에서 ‘PK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에 1위로 선정되었다.

과분한 것 같다.(웃음) 갑자기 무거워진다. 그 말을 들으니. 대다수 사람이 모두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곳에서 승리를 한 부분에 대해 점수를 주고 평가해준 것이 아닐까. 좀 더 일을 많이 하라는 기대도 섞여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 이번 재·보선 출마를 많이 만류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사실 처음에는 고사를 했다. 나는 총리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아픔과 실망을 준 사람이다. 반성과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짧은 시간 만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도 당신이 경남도지사를 두 번 역임했고, 그 지역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당 후보로서 그나마 경쟁력 있게 해볼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당이 어렵고 힘든데 좀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라는 당의 부탁을 끝까지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만약 내가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왔으면 아마 끝까지 고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야권 단일 후보와 비교해서 20% 가까이 뒤지는 것으로 나오니까 차마 ‘안 하겠다’고 못하겠더라. “질 것 같으니까 빼는구나” 이런 소리를 듣게 될까 봐.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망할 줄 알면서도 가는 것이 정치의 도리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결단을 내렸다.


만약 낙선했다면 내년 총선 역시 김해 을에서 재출마할 생각이었나?

어디까지나 가정이겠지만, 그것이 내 도리라고 생각했다.


이번 재·보선 승리로 지난해 총리 후보자 청문회 과정의 논란을 모두 평가받았다고 생각하나?

김태호의 진심을 이해해주셨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에 대한 실망이 다 없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 더 진정성을 갖고 보여드려야 한다. 솔직히 (지난해 8월 청문회 때에는) 내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돌이켜보면 참 바보 같았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 총리 제안을 급작스럽게 받지 않았나?

‘총리’라는 단어를 들었던 것이 (후보자 발표) 3일 전이었다. 정부에서 일할 가능성은 대략 그 한 달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총리직이라는 것은 3일 전에서야 알았다. 사실 나도 좀 놀랐다.


준비가 부족했을 것 같다.

부족했다. 왜 그때 고사하지 않고 받아들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가 막심하다. 아마도 내 가슴에 되지도 않은 욕심이 가득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청와대와 친이계 주류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성장시키기 위해 발탁했다는 설이 우세했다.

언론이 그렇게 보도한 것 아닌가. 누가 지명한다고 해서 대권 주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결국 국민 속에서 스스로 크는 것이다. 그 속에서 평가받는 것이다. 누군가 대항마로 만들어준다고 대항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재·보선 당선과 동시에 정부·여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쇄신 소장파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인가?

지금 이 상태로 가서는 당의 미래가 없다는 데 동감한다. 쇄신파들의 뜻에 동참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또 국민들께 너무 세력 간 다툼으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것처럼 비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7월에 있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어떤 지도부가 출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람 얼굴만 바뀐다고 달라질 수 있겠나. 의미 있는 차기 지도자들이 나와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한나라당이라는 배를 타고 있다. 어떤 정부이든 공과는 있기 마련이다. MB 정부에 잘못이 있다면 공동의 책임이 있고, 그 책임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 차기 주자에 박근혜 전 대표도 포함되는가?

다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김의원을 여전히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 분류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과분한 말씀이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내가 참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PK 지역 주민들이 갖는 불만의 목소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당 GDP 2만 달러 수준을 달성했다. 그러나 수도권만으로는 3만 달러, 4만 달러까지 가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은 아직 미약하다. 내가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남해안권을 새로운 동북아 경제 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경남과 전남, 부산이 함께 특별법을 만들었다. 지방 정부 주도로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 비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원 수도 지방이 훨씬 적다. 모든 정책을 숫자 논리로 한다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방이다. 국가 지도자가 ‘국가 백년대계’의 결단을 갖고 고심해야 한다.


현 정부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 자신만큼 서민 정책이나 국가 경제 정책을 고민해서 많이 쏟아낸 정부도 없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하지만 바닥에서 느껴지는 민심은 대통령이 느끼는 것과 하늘과 땅 차이이다. 어떤 정책이 나오면 그것을 끝까지 뿌리 내리고 스며들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고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주변에서 이를 자기 일처럼 여기고 책임지는 모습도 안 보인다.


존경하는 국내 정치인을 꼽는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고 싶다. 과거 1970년대 기득권 구조 속에서 목숨을 건 도전을 보여준, 40대의 그분들이 가졌던 정신을 정치인으로서 간직하고 싶다.


일각에서는 김의원과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곧잘 비교한다. 정치인으로서의 성장 과정도 많이 유사하다. 특히 이번 본지 조사에서도 PK를 대표하는 정치인에 근소한 차이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김지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선배이고 좋아하는 분이다. (도지사 취임 후) 정부와 정책적 갈등도 겪으셨지만, 그분이 추구하는 도정 방향에 대해서는 새로운 가치의 지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전임 도지사인 만큼 그분 마음을 잘 안다. 만약 그분이 중앙 쪽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돕고 싶다. 서로 필요한 관계, 상생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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