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꿈꿀 수 있는 ‘위대한 쾌감’을 안기다
  • 전우영│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
  • 승인 2011.05.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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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에 담긴 대중 심리는 무엇인가/김태원의 색다른 선택과 직접 투표 등이 묘미 제공

▲ 김태원(오른쪽 두 번째)과 그의 제자들. ⓒMBC 제공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에 먼저 빠졌다. 아이돌의 지배에 익숙해진 세상에서, 아이돌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노래와 춤이 뿜어내는 매력의 정도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그리고 김태원에 빠졌다. 멘토로 참여한 ‘부활’의 김태원은 <위탄>을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우승자를 배출하기 위해서 김태원을 포함한 다섯 명의 멘토가 경쟁하는 것이 <위탄>의 주요한 성격 중 하나이다. 따라서 멘토의 입장에서 본다면, 스타성을 포함해서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제자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김태원이 보여준 제자 선택 과정은 이러한 당연함과는 거리가 멀거나 심지어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그는 기획사 오디션에 지원했다면 외모나 다른 이유로 떨어졌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지원자들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심지어는 가창력의 문제 때문에 다른 멘토들로부터 외면받은 지원자도 그 사람의 인생의 아픔이 자신을 움직였다는 매우 비이성적인 이유를 들어 자신의 제자로 삼았다. 그는 우승자를 배출하기 위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김태원의 이런 선택에 열광했다.

‘역전이 가능한 사회’에 대한 욕구 반영

<위탄>의 최종 승자는 ‘김태원과 아이들’이다. 시청자들은 문자 투표의 힘으로 심사위원들의 심사 점수를 무력화시키고, 아이돌스러운 매력을 가지고 있던 지원자들을 먼저 떨어뜨렸다. 스타성을 기준으로 제자를 선택한 멘토들에게도 문자 투표의 힘을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위탄> 4강에 김태원의 제자만 세 명을 올려놓았고, 최종 결승에는 모두 김태원의 제자만 진출시켰다. 결승전 결과와 무관하게 김태원은 멘토들끼리의 경쟁에서 이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고, 또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오디션의 가장 큰 특징인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사회를 대표하는 현상인 ‘경쟁’의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재미를 준다. 경쟁의 백미는 역전승에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생의 경쟁에서 언제부턴가 역전승의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갔다고들 한다. 인생 역전은 로또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답답한 현실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역전 가능한 사회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노래를 잘해도 외모나 다른 이유로 가수의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에서, 백청강·이태권·손진영·셰인처럼 최소한 하나씩은 커다란 약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이들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좋은 조건을 갖춘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시청자들이 김태원에게 열광한 이유는 김태원의 선택이 바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들에게 노골적으로 역전의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시청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서 자신들의 욕구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만든 장치에 있다. 국민이 아무리 소리쳐도 꿈쩍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존재와 결국 정치인들의 의지에 따라 국가의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만다는 무기력을 너무 쉽게 경험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탄>의 문자 투표는 시청자들에게 심사위원이라는 권력을 무력화시키고 동시에 자신들이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지를 실시간으로 실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위대한 쾌감’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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