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긴장’ 밀쳐버린 ‘시청자 제작·김태원 기획’ 드라마
  • 하재근│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1.05.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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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이 ‘스타’ 없는 오디션이 된 이유는?

ⓒMBC 제공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은 끝으로 갈수록 긴장감과 화제성이 떨어진 이상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은 생방송 결선과 함께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해서 4강, 결승 즈음에 화제성이 정점을 찍는다. 반면에 <위대한 탄생>은 4강 정도부터 급격히 관심이 식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슈퍼스타K>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혹평받던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의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때가 바로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인 ‘멘토제’가 작동한 순간이었다. 기존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은 글자 그대로 심사만 했었는데, <위대한 탄생>은 도전자를 직접 길러 스승의 이름을 걸고 경쟁시킨다는 콘셉트를 도입했다.

이는 차가운 점수 매기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을 만들어냈고, 누군가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대중 심리와 맞물려 멘토 열풍이 생겨났다. 특히 김태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김태원은 뭔가 조금씩은 부족한 듯한, 그래서 모두가 포기한 도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외인구단’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이로서 <위대한 탄생>은 루저의 성공기라는 드라마가 되었고 수많은 서민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여기에 시청자 투표가 상승 작용을 했다. 시청자가 ‘김태원의 외인구단’을 전폭적으로 밀어줌으로써 성공 드라마를 함께 만들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기획-김태원’ ‘출연-백청강 등 외인구단’ ‘제작-시청자’의 드라마였던 셈이다.

바로 이 시스템이 <위대한 탄생>에게는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었다. 시청자의 호불호가 멘토를 중심으로 갈리면서 정작 도전자들이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악플도 멘토에게 집중되고 찬사도 멘토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도전자의 스타성이 커질 수 없었다.

게다가 김태원의 드라마가 워낙 절묘했다는 것이 또 문제였다. 그에 대적할 만한 다른 기획이 없었다. 다른 네 명의 멘토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외인구단’에 버금가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면, 멘토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에서는 김태원의 독주였다.

시청자 투표 비중 좀 더 낮춰야 할 듯

즉, 도전자가 아닌 멘토가 주인공이 된 구조에서 단 한 명의 멘토가 독주함에 따라 서바이벌 오디션 특유의 경쟁이 사라지고, 긴장감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슈퍼스타K> 때는 끝까지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심한 경쟁이 존재했었다. <위대한 탄생>에서는 생방송 초기에 그나마 멘토의 경쟁이 살아 있었는데 바로 그때가 이 프로그램의 정점이었다. 이때 ‘방시혁·이은미 등 악당을 물리치고 우리 김태원 외인구단을 살리겠다’는 시청자의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 악역(?) 멘토가 몰락하고 세력 균형이 사라지자 시청자의 관심도 함께 사라졌다.

<위대한 탄생>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나는 가수다>였다. 동시에 방영된 <나는 가수다>가 가창력의 ‘끝판왕’이 되면서 <위대한 탄생>의 가창력은 더 이상 화제가 될 수 없었다. 그럴수록 <위대한 탄생>은 스토리 중심으로 흘러갔고, 그에 따라 스토리가 강한 김태원 외인구단 독주 체제가 더욱 강화되어 긴장감이 와해될 수밖에 없었다.

<위대한 탄생> 도전자의 실력이나 스타성이 전반적으로 시청자의 감탄을 이끌어낼 만큼 출중하지 못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다고 하겠다. 만약 끝까지 대중의 관심을 유지시킬 만한 도전자가 지원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예컨대 권리세가 노래를 조금만 더 잘했다면 훨씬 열띤 분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위대한 탄생>은 MBC 예능 전체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한 만큼 상업적으로는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에서 시작된 오디션 열풍을 지상파 전체로 확산시켜 엄청난 광풍으로 발전시킨 기폭제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서바이벌 오디션 광풍이 그다지 ‘위대한’ 것 같지는 않다. 대중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경쟁 구도에 빠져든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는 점점 황폐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광풍은 시작되었고 당분간 오디션을 피할 길은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오디션의 공정성·합리성만이라도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이것을 문화적 실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집단적 인기 투표일 수밖에 없는 시청자 투표의 절대적 비중을 낮추는 방법부터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   


ⓒMBC 제공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에서 백청강(22)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음악감독 박칼린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빼어난 미남은 아니지만 볼수록 정감이 간다. 비음과 모창으로 끊임없이 지적을 받는데도 그의 노래에는 귀를 잡아끄는 중독성이 있다.’ 박칼린의 말처럼, 백청강에게는 자꾸만 눈길을 끄는 타고난 무언가가 있다.

멘토스쿨 미션에서 푸른 조명 아래 <희야>를 부르는 백청강의 모습은 그의 개성이 극대화되었던 무대 가운데 하나이다. 그저 가만히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백청강의 모습은 처연한 호소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후에도 그는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비롯해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 김태우의 <사랑비>, 나미의 <슬픈 인연>, 이선희의 <제이> 등을 풍부한 감성으로 소화해내며 특유의 애잔한 목소리를 강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그런가 하면 백청강은 감춰두었던 댄스 실력으로 깜짝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톱6를 가리는 세 번째 생방송에서 ‘아이돌’ 미션이 주어졌을 때, 백청강은 지드래곤의 <하트 브레이커>로 숨겨진 끼를 분출하면서 댄스 가수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평탄하지 않았던 유년기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요소로 꼽힌다. 아홉 살 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부모와 떨어진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느덧 노래는 그의 벗이 되었고, 옌볜(연변)의 밤무대에 오르며 언젠가 한국에서 가수가 되리라는 꿈을 키웠다.

한국에 와서 아버지와 상봉한 백청강은 연변 사투리 ‘앙까(아십니까)’를 연발하며 깜찍한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귀여운 어감의 이 문장은 순수한 연변 총각 백청강의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표현으로 인식되며 ‘백청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위대한 탄생> 최종 결승까지 오른 백청강은 ‘신 코리아 드림’의 대표 주자로 여겨지며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중국 동포 신문은 그의 활약상을 대서특필하고, 중국 현지 신문과 네티즌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팬클럽 회원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팬클럽만 해도 네 개 정도이다. 특히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원석 백청강’의 경우 회원 수가 1만명이 넘는다. 전체 회원 수를 합산해 약 2만5천명의 팬이 백청강을 응원하고 있다.

백청강에게도 극복해야 할 난관은 있다. 기존 곡을 부를 때면 원곡 가수와 유사하게 창법을 구사하는 습관과 조금만 방심해도 새어 나오는 콧소리이다. 이것은 예선 때부터 멘토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해 온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억지로 고치려고 하면 백청강의 강점이던 편안한 고음이 막혔다. 비음을 내지 않으려고 힘을 주면서 목이 긴장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목소리가 시원스럽게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지켜본 멘토 김태원은 백청강에게 “파이널에서는 비음을 살려도 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귀를 믿기로 한 것이다. 또 평소 백청강이 좋아하는 가수로 꼽았던 김경호는 “모창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힘을 실어주었다. 연변에서 온 작은 청년 백청강은 노래로 소원하던 꿈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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