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이후 맥 끊긴 ‘흑자’의 혼 되살린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0: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예가 청곡 김시영씨

ⓒ시사저널 전영기

청곡 김시영은 검은 도자기(흑유)를 굽는다. 도자기에 대해 청자·백자·분청 정도만 알던 이에게 흑유는 낯설 수도 있지만, 흑유의 기원은 고려 시대까지 올라간다. 그가 나고 자라고 지금은 그의 갤러리가 있는 가평 지역에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오는 2급 가마터가 있었다. 그곳에서도 흑유나 분청사기의 도편이 쏟아져 나왔다.

도예는 불의 예술이다. 분청은 가마 온도가 1천2백30℃, 청자는 1천2백70℃, 흑유는 1천3백℃에서 구워진다. 대학원에서 세라믹을 전공하고 고향에 돌아와 가평요를 만든 것이 1991년.

10년 동안 그는 불을 공부했다. 가마 안에서 불의 기운이 흐르는 모양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는 것도 배우고, 산소량에 따라, 온도를 유지하는 시간에 따라 도자기의 색깔이 천변만화한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 노력 끝에 고려 시대 이후 사라졌던 흑자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흑유는 아직 미완성이다. 그는 “고려는 청자, 조선은 백자였다. 세상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도자기가 사랑받았다. 우리 시대에는 흑자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흑유를 완성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가평에 작업실 겸 상설 갤러리를 내고 개관전으로 <달항아리전>을 열고 있다. 6월13일까지, 갤러리 설악(gapyeongyo.com).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