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과 진심을 과학이 읽어내리라
  •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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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기술로 뇌의 활동 촬영해 해석할 수 있는 방법 개발

ⓒ honeypapa@naver.com

일반인들이 심리학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 관념 또는 일종의 기대 가운데 하나는 심리학을 배우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개발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생각과 진심을 읽어나가는 독심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세계 어느 대학의 심리학과에 진학해도 특정 개인의 현재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인 독심술 과목을 수강할 수는 없다. 심리학은 신비로운 독심술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사람의 행동과 마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면 되지 않나?’ 하는 것이다. 뇌의 활동을 촬영할 수 있는 신경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힘입어,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의 단초들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최근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아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아내의 사진들을 보여주고 당신의 뇌가 이 사진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즉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를 이용해서 촬영하는 것이다. 사람의 언어적 표현은, 진심과는 무관하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아내에 대한 애정이 다 식어버린 사람이, 심지어는 바람까지 피우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아내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진심인 양 수도 없이 많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뇌의 반응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fMRI를 통해 그 사람이 아내의 사진을 보았을 때 흥분하는 뇌의 부위들과 반응의 강도를 보면 그가 아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진심이 무엇인지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거울 뉴런’에 독심술의 미래 보여

작가이자 특파원인 제프리 골드버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상들에 대한 진심을 뇌 영상 촬영을 통해서 알아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아내의 엄청난 관심 속에, 스스로 fMRI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s)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UCLA 소속 마르코 이아코보니(Marco Iacoboni)의 감독 아래 진행된 실험에서 그는 fMRI 기계 속에 있으면서 특수 안경을 통해 시각 정보를, 헤드폰을 통해서 청각 정보를 제시받았다. 약 1시간에 걸친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오사마 빈 라덴, 에디 팔코 그리고 자신의 아내 사진과 같은 다양한 자극을 제시받았다. 골드버그가 이 사진을 보는 동안 뇌의 어떤 부위들이 활성화되는지를 fMRI를 통해 촬영한 것이다. 골드버그는 결과를 2008년에 잡지 <애틀랜틱(the Atlantic)>에 기고했는데, 독심술의 미래를 훔쳐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 이 연구 결과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골드버그가 로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거울 뉴런들의 거처인 배쪽 전 운동피질(ventral premotor cortex)과 하전두회(inferior frontal gyrus)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거울 뉴런은 자신의 행동을 마치 거울로 보는 것처럼,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똑같은 행동을 할 때처럼 흥분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즉, 거울 뉴런들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골드버그가 스프링스틴의 사진을 보았을 때 마치 자신이 기타를 치면서 스프링스틴의 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열렬히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자신이 그 가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노래를 따라하게 되거나 가수 특유의 얼굴 표정이나 몸동작을 따라하게 되는 것은 바로 거울 뉴런의 활동 때문이다. 따라서 거울 뉴런의 활동은 우리가 사진 속의 인물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우리가 사진에 제시된 사람과 동일시하고 그 사람과 그 사람의 행동에 감정을 이입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거울 뉴런은 더 강하게 반응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바로 이 거울 뉴런의 역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이 형사인 경우에는 거의 다 잡은 범인을 놓쳤을 때 너무 속이 상하지만, 주인공이 도망자인 경우에는 집요한 추격을 따돌리고 도망쳤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어느 순간 자신은 극장의 어둠 속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라는 사실은 잊은 채로, 영화 속 주인공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거울 뉴런의 활성화는 우리가 사진 속 대상을 동일시할 정도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골드버그는 스프링스틴의 열광적인 팬이라고 한다.

뇌의 특정 부위 활성화와 특정 감정·생각과 대응시키는 것은 무리

골드버그가 여배우 에디 팔코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내측 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 전측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그리고 배쪽 선조체(ventral striatum) 등이 모두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내측 안와전두피질과 배쪽 선조체는 모두 보상을 받았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이다. 그런데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보상은 음식과 섹스이다. 따라서 골드버그가 팔코라는 여배우의 사진을 봤을 때, 남성으로서 어떤 종류의 흥분을 느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측대상피질은 우리가 내적으로 갈등을 겪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이다. 결국 팔코의 사진을 보면서 성적으로 흥분하면서 동시에 이런 자신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이 들고 내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반응은 포르노나 에로틱한 영화를 보여주면서 fMRI로 뇌의 반응을 촬영할 때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포르노나 에로틱한 영화를 보면 흥분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이런 것을 보고 흥분했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또는 fMRI 기계에서 실험을 하는 도중에 자신이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이 생기기도 한다.

fMRI 기계에 들어가기 전에, 골드버그가 가장 크게 걱정했던 것은 만약 fMRI가 자신이 아내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판정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아내보다 여배우인 팔코에게 더 강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오면, 결혼 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골드버그의 아내는 자기 남편이 fMRI 실험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보였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골드버그의 뇌는 팔코를 보고 성적인 흥분을 보였고, 동시에 그런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가 아내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팔코의 사진을 보았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부위들이 더 강하게 흥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그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뇌 영상 촬영 기법을 도입한 것이 전통적인 독심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책을 보듯이 하나하나 읽어내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화가 인간의 특정한 감정이나 생각과 1 대 1로 대응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실험을 주도했던 이아코보니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골드버그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뇌 영상 자료를 뇌의 전반적인 활성화라는 맥락 속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결과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뇌의 행동을 기록한 뇌 영상 측정치를 통해 심리학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진심을 파악하는 데 엄청난 진전을 이룩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한 과학적 발걸음의 속도가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것 또한 확실하다.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심리학의 힘 P: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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