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털 잘못 뽑다가 큰코다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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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낭에 침투한 세균이 염증 일으켜…자칫 사망까지 이를 수도

ⓒ시사저널 전영기

코털이 콧구멍 밖으로 삐져나오면 민망하다. 코 밖으로 나온 부분만 작은 가위로 잘라내는 정도로 정리하면 된다. 자칫 너무 짧게 자르거나, 뽑아버리면 갖가지 질환을 부를 수 있다. 김창훈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털도 머리카락처럼 모낭이 있다. 코털을 뽑으면 모낭에 세균이 침투하기 쉽다. 즉, 염증을 일으킨다. 뽑지 말라고 하니까 전동식 코털 정리기로 코털을 관리하는 사람도 있다. 이 기계를 쓰다 보면 코털이 뜯긴다. 게다가 기계를 청소하지 않아 세균이 번식한다. 그 기계를 콧속에 집어넣으면 염증이 생길 가능성은 더 커진다”라고 지적했다.

사람은 하루에 1만ℓ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공기에는 산소뿐만 아니라 먼지, 진드기,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 번 호흡으로 20만개의 이물질이 체내에 들어온다고 한다. 이런 이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코털이 한다. 작은 입자는 콧속의 섬모나 점막에 걸린다. 코털은 기관지와 폐를 보호하는 인체 필터인 셈이다. 코털은 유입된 공기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추운 공기가 폐로 직접 유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코털과 콧속 점막에 의해 공기는 따뜻하고 습한 상태로 폐에 도달한다.

코털을 뽑으면 이런 기능이 없어진다. 코털 모낭에서 염증을 일으킨 세균이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심각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한 청년이 손으로 코털을 뽑은 후 세균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가 최근 TV를 통해 방송되었다. 코털을 뽑은 자리가 세균에 감염되었고, 그 세균이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염증(뇌수막염)을 일으킨 것이다. 김교수는 “해면정맥동이라는 주요 혈관이 코 주변에 있다. 이 혈관이 있는 코 부위를 ‘위험 삼각’이라고 부른다. 다른 정맥과 달리 이 정맥에는 밸브가 없어서 이물질의 역행을 막지 못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세균이 코에서 뇌로 역행해서 다양한 염증을 일으켜 사람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삐져나온 부분만 잘라내는 것이 좋아

세균이 뭉쳐서 피떡(혈전)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주요 핏줄을 막으면 안구가 튀어나오거나 심하면 얼굴이 붓는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또 공기는 콧속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폐까지 이동하는데, 코털이 없어서 흡입한 이물질이 폐 깊숙이 도달하면 폐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는 코털이 없는 환자에게 코털 역할을 하는 인공 필터를 콧속에 삽입한다.

습관적으로 코를 만지거나 코를 후비는 행동은 콧속 모세혈관을 자극한다. 코피가 나고 염증이 생긴다. 미관상 또는 코막힘 등의 이유로 코털을 뽑는 습관은 바꾸어야 한다. 코털을 관리할 때는 물로 코털 부위를 적시고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힌 다음 손가락으로 코를 위로 들어올려 콧속이 잘 보이도록 한다. 그 다음 작은 가위를 이용해 삐져나온 코털을 잘라내는 것이 좋다.

50대가 넘으면 머리털은 줄어들지만, 코털과 눈썹은 점점 길어진다. 젊을 때보다 코털은 0.5~1cm, 눈썹은 1~2cm 더 자란다. 그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중년기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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