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기능 앞세워 ‘톡’ 넘어설까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1: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카오톡·마이피플,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의 절대 강자 자리 놓고 양보 없는 ‘진화’ 경쟁

“말로 하자. 왜 토크라고 하면서 말을 못해. 말 좀 해라.”

걸그룹 소녀시대가 무언가를 향해 거듭 닦달한다. 마이피플이 경쟁 업체인 ‘카카오톡’을 겨냥해 만든 TV 광고이다. 다음(Daum)은 지난 2월 기존의 ‘마이피플’에 음성 통화 기능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카카오톡도 이에 질세라 “요즘 카카오톡이 국민 어플리케이션으로 인기를 끌다 보니 뉴스는 물론 광고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의 출연료가 그리 비싸지 않을 것이니 많이 출연시켜달라”라며 응수했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 시장에 또 한 번 불꽃이 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2010년 3월에 출시한 카카오톡은 1년 만에 가입자 1천만명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2011년 5월 현재 1천3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KT경제경영연구소). 이것은 지나가는 사람 가운데 적어도 다섯 명에 한 명꼴로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1천만명을 갓 넘긴 것을 감안할 때 국내 스마트폰 유저의 대부분이 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무료로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은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또 하나의 혁명이었다. 카카오톡에 따르면 1천만 가입자의 친구 수는 평균 50명에 달하고 이들 중 80%인 약 8백만명이 매일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이 서로 보내는 메시지만도 하루에 2억개에 달한다. 한때 카카오톡이 트래픽 문제로 고생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이용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서버는 지금도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

▲ ⓒ카카오톡


마이피플, 음성·영상 통화 기능 달고 ‘추격’

한편 마이피플은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10년 5월 말에 출시했지만 카카오톡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네이버에 이어 국내 포털 사이트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음이지만 신생 벤처기업 카카오톡의 벽은 높았다. 시장 선점의 문제였다. 카카오톡이 무료 SMS 서비스로 이미 스마트폰 유저의 대다수를 끌어들인 상황에서 비슷한 기능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김지현 다음커뮤니케이션 모바일본부장은 “마이피플이 처음에는 카카오톡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아 음성 통화를 추가하기 전까지는 가입자가 100만명 수준에 불과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 2월에 음성 통화 기능, 4월에 영상 통화 기능을 잇달아 추가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매월 2백50만명에 가까운 사용자 증가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7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올해 안으로 2천만명의 사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가 마이피플이 카카오톡의 절대적인 경쟁 상대로 컸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 어플리케이션이 성공했다 함은 하루 실행률이 10% 내외가 될 경우이다. 마이피플의 이용률은 40%이다. 얼핏 보면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루 실행률이 80%에 달하는 카카오톡과 비교했을 때는 다소 부족한 수치이다.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는 무료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점이 다운로드를 유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작 실제 이용률로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마이피플이 강점으로 내세운 음성 통화의 실용성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용자 급증으로 인해 3G망은 물론이거니와 무선인터넷(wifi)망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마이피플의 음성 통화 기능을 이용하겠는가에 대한 지적이다. 이것은 영상 통화 기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김지현 본부장은 “음성 통화와 영상 통화는 통화 품질 면에서 아직 안정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이피플 사용자의 25% 이상이 음성 통화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고, 다음은 이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4G 시대의 음성 메신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열린 모바일 생태계’ 미래상 제시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을 쓰는 모든 사용자가 어디로, 누구에게든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오픈 플랫폼을 제공하여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회사와 모바일 사업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은 카카오톡의 미래 모습으로 ‘열린 모바일 생태계’를 제시했다. 단순히 모바일 메신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플리케이션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카카오톡에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이 시도한 것이 ‘카카오링크’이다. 카카오링크는 벅스 어플리케이션에서 음악을 듣다가, 아프리카TV 어플리케이션에서 TV를 보다가, 또는 이미지 패러디 어플리케이션에서 패러디를 보다가 언제든지 친구에게 링크를 전해줄 수 있는 기능이다. 카카오링크를 적용한 후 벅스 어플리케이션에서는 모바일 웹 트래픽이 30% 증가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마이피플도 ‘네트워크’에 방점을 찍었다. 정지은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팀장은 “카카오톡은 ‘톡’, 즉 커뮤니케이터이고 마이피플은 ‘피플’이라는 브랜드로 대변되는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다. 말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전해지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출시될 ‘(정보)광장’ 서비스도 맥락을 같이한다. 오는 7월에 출시될 ‘광장’은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받아보는 서비스이다. 사용자가 특정 채널을 구독하고자 동의할 경우 날씨, 영어 단어 등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구독할 수 있다. 자동으로 푸시(push)해주는 기존 어플리케이션과는 다르다. 다음측은 “이를 통해 올해 안에 89~90%의 실행률을 달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피플은 현재 ‘마이피플 3.0’ 업데이트와 함께 사용자를 무선에서 유선까지 확대할 수 있는 PC용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세컨드 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올 하반기에 미국과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공략에 나설 카카오톡의 파죽지세도 매섭다. ‘1천만을 넘어 1억을 꿈꾸는’ 카카오톡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허브로의 발전’을 향해 가는 마이피플의 제2 라운드가 이제 시작되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