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온 조폭들, 한국 거리 파고든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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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조직을 갖춘 중국 흑사회, 러시아 마피아, 일본 야쿠자는 물론이고, 베트남·태국·방글라데시의 신흥 조직폭력배들까지 외국계 조폭들이 물밀듯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국내 폭력 조직과 결탁해 마약을 밀매하거나, 보이스 피싱·도박장 운영 등으로 검은돈을 챙기며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좁히고 있다. 그 실상을 추적했다.

▲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 ⓒ시사저널 윤성호

우리나라에 외국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들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국제 조직인 중국 흑사회, 러시아 마피아, 일본 야쿠자 등은 이미 내부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등의 신흥 조폭들도 등장해 한국은 국제 조폭의 백화점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무서운 세력으로 확장하고 있는 조직이 중국 흑사회이다. <시사저널>은 제963호(2008년 4월8일자)에 ‘중국의 폭력 조직 흑사회가 국내 지하 세계 장악을 노린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국내에 들어온 흑사회의 규모와 세력, 흑사회 내부의 암투 과정을 자세히 보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흑사회 세력은 어떻게 되었을까.

2008년 당시에는 중국 옌볜(연변) 흑사파를 비롯한 흑사회 분파 12개 정도가 국내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흑사회 분파들 사이에서는 2002년쯤부터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은 원래 중국 흑룡강파가 장악하고 있었으나 옌볜 흑사파와의 전쟁에서 참패했다. 흑룡강파의 잔존 세력이 안산 원곡동 등지로 밀려나면서 주도권을 상실했다. 가리봉동을 장악한 옌볜 흑사파는 군소 조직들을 하나 둘 흡수해갔고, 2009년 무렵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차이나타운을 완전히 장악했다. 현재 차이나타운은 ‘옌볜 흑사파’의 천하가 된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중국 동북 3성 출신의 조선족 흑사회 4~5개 조직과 한족 출신의 흑사회 그리고 타이완계 삼합회 조직이 국내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의 주 무대는 서울의 영등포와 구로 그리고 경기도 안산시 등 중국 조선족과 한족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흑사회의 영역이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과 한족들의 국내 체류가 급증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인구 분포를 보면 더욱 놀랍다. 원래 중국계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집단 거주했다. 지금은 지형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가장 많은 영등포구의 경우 구민 11명 중 1명이 외국인이고, 영등포구에 가장 많이 사는 외국인은 중국계 외국인이었다. 인구 분포로 보면 서울에서 구로구·영등포구·금천구·관악구 일대가 거대 차이나타운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흑사회의 영역이 갈수록 시내 중심부로 파고들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이 지역의 길거리에는 중국어 간판이 즐비해 중국 현지라고 착각될 정도이다.

불법 체류 단속 강화되자 ‘합법화’로 선회

▲ 지난 2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압수된, 일본 야쿠자를 통해 무단으로 들여온 폐차 직전의 중고 오토바이들. ⓒ연합뉴스

가리봉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여기서는 한국 사람이 이방인이다. 이 일대의 상가도 조선족들 소유가 상당히 많다. 갈수록 한국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이쪽 상권도 중국인들 손에 완전히 넘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흑사회가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근에 달라진 것은 ‘합법화’를 가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3년 전만 해도 흑사회 조직원들 대부분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다. 범죄를 저질러도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적이 많았다. 지문을 채취해도 추적이 불가능했다. 실제 흑사회 조직원 중에는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도피한 다음 호적을 세탁한 뒤에 다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그러자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와 경찰이 불법 체류자를 집중 단속했다. 국정원에서는 ‘보이지 않는 감시’를 했다. 흑사회 조직원들의 활동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일단 국적을 취득한 후 법무부나 경찰의 감시권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서울광역수사대에 있을 때 옌볜 흑사파를 검거했던 장영권 부산강서경찰서 지능팀장은 “흑사회 조직원들이 지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단속을 하면 ‘나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단속하냐’라고 대든다. 그리고 이들은 중국의 출신 지역별로 모이면서 중국 현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국내에 들어온 수배자들을 보호해준다”라고 말했다.

흑사회의 ‘돈줄’은 크게 유흥업소 관리, 불법 도박장 운영, 공사 현장 이권 개입, 청부 폭력 등으로 볼 수 있다. 노래방이나 마작판을 운영하는 등 점차 기업형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등 중국인 밀집 지역에는 건물 지하에서 대낮에도 마작판이 열린다. 장영권 팀장은 “내 정보원들에 따르면 호프집이나 커피숍 등에서는 즉석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 원곡동에는 중국 상인들이 ‘상인회’를 조직했다. 경기 경찰청은 상인회의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지용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1대장은 “지금 당장은 친목 모임 성격을 띠고 있으나 이권이 걸리면 언제든지 이익단체로 바뀔 수 있다. 긍정적인 활동을 기대해볼 수도 있으나 그 이면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이스 피싱’도 흑사회의 주요 수입원이다. 흑사회는 보이스 피싱 조직들을 운영하거나 관리하며 보이스 피싱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대다수 보이스 피싱 조직들은 중국 현지에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국내에 조직원을 파견해 중국인(한족·조선족), 타이완인 등을 인출책으로 모집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중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큰돈을 벌 수 있다’라는 광고를 게재하고, 이를 보고 연락해 온 국내 중국인 유학생, 불법 체류자 등에게 여권 또는 외국인 등록증을 제출하게 해, 국내 거주지 및 중국 현지 주소 등을 확인한다. 인출한 돈을 가지고 잠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국정원은 2009년 초 안산 일대에서 사기 자금을 인출하던 중국인 인출책 다섯 명을 검거하고, 총책의 은거지를 급습해 범행에 사용한 대포 통장 및 현금 수천만 원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국정원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전문화되는 보이스 피싱 범죄를 막는 데 노력해왔다. 2009년에는 ‘보이스 피싱 대응 특별 T/F팀을 구성해 정보 수집 활동 등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보이스 피싱 범죄가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변종 수법이 등장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흑사회는 국내 범죄 조직과의 연계도 서슴지 않는다. 북한산 마약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시키거나,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를 경유하는 수법으로 밀입국을 알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심양 흑사회 총책이 국내 폭력 조직인 칠성파·청량리파와 결탁해 북한산 마약을 밀매하다 국정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밀조한 마약인 ‘빙두’가 흑사회를 통해 국내로 밀반입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흑사회가 국내에 진출한 신흥 국제 조직이라면 일본 야쿠자와 러시아 마피아는 토착 국제 조직이다. 이들은 국내 조직 폭력 단체와 연계해 국내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 등은 부산의 폭력 조직 칠성파와 연계를 맺고 있다. 칠성파 두목 이강환은 1988년에 칠성파 간부 등을 대동하고 일본에 건너가 야쿠자 두목과 의형제를 맺었다. 야쿠자는 국내의 금융과 부동산 쪽에 상당한 자금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스미요시카이는 재일교포 조직원을 통해 국내 호텔을 인수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야쿠자 간부들이 조직 단합대회 등의 목적으로 수시로 방한하고 있으며, 국내 조폭과 연계해 중국과 북한산 마약을 국내를 경유해 일본으로 밀반입하거나 일본 내 도난 차량을 우리나라에 밀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9월 ‘코도가이’ 조직원 52명이 단체로 방한해 부산에서 조직 결속 단합대회를 열었고, 다음 해 3월 50억원대 중국산 필로폰을 국내 반입한 야마구치구미 조직원이 국정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러시아 마피아는 1990년대 초반에 국내에 진출했다. 러시아 상선과 어선들이 부산에 정박하기 시작하자 국내에 거점을 마련했다. 초기에는 수산업에 깊이 관여했다. 실제 야쿠트파의 경우 내국인과 합작으로 수산업체를 설립해서 운영하기도 했다. 러시아 마피아들은 수산회사 간부와 직원 신분으로 위장해서 국내를 오고 갔다.


점조직 형태 많아 실체 파악에 어려움

그러나 한국과 러시아 간 ‘수산물 밀매 방지 협정’이 체결되면서 러시아 마피아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금은 합법을 가장한 대규모 자금 세탁을 하고, 국내 조직과 연계해서 성매매 알선 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을 거점으로 1천억원대 자금을 세탁한 후 본국에 불법 송금한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된 러시아인이 국정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홍콩의 삼합회도 마약 밀매와 밀입국 알선 등을 통해 국내 세력을 키우고 있다.

타이완 삼합회는 화교 사회에 침투하는 수법으로 국내 거점 구축을 기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마약 밀반입, 보이스 피싱 등에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4월 타이완 삼합회 소속의 보이스 피싱 인출책 림아무개씨(39) 등 타이완인 조직원 여섯 명을 적발했고, 타이완 당국과 공조해 도주한 홍 아무개씨를 추적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범죄가 갈수록 조직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는 국가별로 범죄 조직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으며 자생적인 신흥 조폭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본국의 범죄 조직이나 국내 조폭 등과 결탁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외국인 범죄 조직에 대해 대대적인 색출에 나섰다. 이번에는 경찰청 수사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외국인 범죄 조직을 밝혀내는 데 ‘1계급 특진’까지 걸어놓고 있다.

흑사회를 비롯한 외국인 범죄 조직은 점조직 형태가 많다. 그만큼 정확한 실체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업주들과 주민들도 실체를 모를 정도이다. 흑사회 조직원들의 경우, 낮에는 유흥업소 종업원이나 공사장 인부로 활동하면서 위장하고 있다.

2009년 9월 한 일간지에서는 흑사회 분파 등 외국 범죄 조직과 조직원의 숫자까지 언급했으나 이것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당시 경찰에서는 수개월에 걸쳐 외국인 밀집 지역, 해당국 대사관, 주요 외국인 커뮤니티, 국내 장기 체류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탐문 조사를 실시했었다. 그중 실체가 파악된 것이 22개 파였다. 여기에는 경찰의 검거로 알려진 조직이거나 외국인 폭력 집단과는 무관한 외국인 친목 단체 등도 들어 있었다.

▲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외국인 마을. ⓒ시사저널 박은숙

외국 조직 폭력 조직의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재훈 경찰청 외사수사 계장은 “외국인 집단 폭력의 대부분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외국인 피해자들이 불법 체류 등 신분적 약점이나 보복을 우려해 신고에 소극적인 것도 실체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다”라고 토로했다.

국정원은 오래전부터 국제 범죄 조직과 자생적인 외국인 폭력 조직을 예의 주시해왔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범죄 조직에 대해서는 해당국 정보·수사 기관과 명단을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양 기관이 실시간으로 범죄 활동 자료를 교환·관리하고 있다. 특히 두목급 등 중요 인물은 밀착 감시를 통해 불법 활동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 담당관은 “우리는 외국인 밀집 지역 등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범죄 유형과 수법 등을 분석해서 관련 기관에 지원하고 있다. 법무부·경찰 등 유관 기관과는 정기적으로 대책을 협의한다. 아울러 해외 범죄 조직이 국내에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고, 외국 정보·수사 기관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제 범죄에 대해서는 미국 CIA(중앙정보국)처럼 국정원에 수사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인 범죄 조직이 지능화·전문화되고 첨단 범죄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의 전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현재는 국정원에서 외국 범죄 조직을 적발하더라도 수사권은 검찰이나 경찰에 넘기고 있다.     


 국내 조폭 대 외국 조폭 ‘영토 전쟁’ 멀지 않았다 

외국 조폭과 국내 조폭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은 서로 연대하며 공생하는 관계이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외국 조폭은 국내 세력 확장을 위해 국내 조폭을 이용하고, 국내 조폭은 외국 조폭들을 내세워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청부 폭력을 사주하기도 한다. 지금은 서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직의 연대는 ‘시한부’이다. 외국 조폭의 조직원 수가 많아지고 자금이 확보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장영권 부산강서경찰서 지능팀장은 “양국 조직이 밀월 관계를 통해 세력을 확대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서로의 등에 칼을 꽂을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외국 조폭들끼리 세력 다툼을 벌일 수도 있다. 같은 국가 출신들이 다른 국가 출신의 조폭을 밀어내기 위해 합종연횡을 통해 연대하다가 어느 시점에는 자기들끼리 싸운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 지역에서 외국 조폭들과 국내 조폭들이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서로가 부딪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을 뿐이다.

이재훈 경찰청 외사범죄계장은 “(외국 폭력배들이) 국내 폭력 조직과 비교하면 아직은 집단 범죄의 초기 형태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에는 집단 간 세력 과시를 하거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출신국별로 대립·연대 과정을 거쳐 조직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았다. 경찰은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외국 폭력배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폭력배의 광역화·조직화에 대비해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주요 지방경찰청에 ‘국제범죄수사대’를 만들었다.

국정원도 외국인 범죄 조직의 세력이 커지고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때가 되면 국내외 조폭들의 밀월 관계가 깨지고 암흑 세계에서 ‘대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만약 국내외 조폭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경찰들은 해외 조폭의 일방적인 승리를 점치고 있다. 우선 국내 조폭들은 연장(칼이나 도끼 등)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연장을 쓰는 순간 가중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반면 중국 흑사회나 삼합회, 베트남 조폭 등은 흉기를 사용하는 것을 예사로 알고 있다. 흑사회 조직원들은 손도끼를, 베트남 조폭들은 정글도와 교살용 쇠줄 등을 소지하고 다니며 폭행에 이용하고 있다.



 불법 체류자 등쳐 이익 챙긴 ‘파렴치’ 변호사·종교인도 있다

불법 체류자와 결탁해 이익을 챙기는 변호사가 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0월 한 변호사를 입건했다. 불법 체류자에 대해 합법 체류인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다 들킨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 체류자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적발되면 그는 지인에게 알리고, 그 지인은 아는 변호사를 통해 대부업자를 소개받는다. 이때 대부업자는 변호사 선임비를 대출해주고, 위조 브로커를 통해 서류를 위조해서 일단 빼내 온다. 그 다음에 불법 체류자가 잠적한 후 노동을 해서 대부업체가 대출한 변호사 선임비를 갚는 방식이다.

이들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도 ‘중증 환자’인 경우에는 강제 추방을 2~3개월 유예시켜주고 있다. 또 국내에 채무가 있으면 빚을 갚으라고 일단 풀어준다. 이때 채무를 증명해야 하는데 변호사가 브로커를 통해 ‘차용증’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또한 3천만원 이상의 전세 계약서가 있으면 풀어주는데, 변호사와 브로커는 월세 계약서를 전세 계약서로 위조했다. 참고로 조선족의 경우 99%가 월세로 산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행정사에서 3백만~4백만원이면 가능한 것을 변호사는 1천만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또, 지난해 하반기에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교회의 정 아무개 목사를 구속했다. 그는 조선족 출신으로 국내에 처음 들어와서 친척을 찾아 국적 회복을 노렸다. 그런데 이름을 잘못 쓰는 바람에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서 거부당하자 일반 국적을 취득해 귀화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원래 국적을 취득하려면 ‘사업장’이 있어야 한다. 정목사는 자신의 교회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쉼터’를 사업장으로 위조해서 국적을 취득했다.

그가 운영한 외국인 쉼터는 ‘범죄 공장’이나 다름없었다. 불법 체류자가 찾아오면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개당 5백만원을 받고 팔았다. 그의 딸은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대학과 대학원은 외국인 특별 전형으로 합격한 것이었다. 원래 외국인 특별 전형은 양 부모가 외국인이어야 가능하다. 정목사는 이미 국적을 취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딸은 외국인 특별 전형이 불가능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중국 거민증을 국적 취득 이전으로 위조해서 딸을 대학에 합격시켰다. 경찰은 해당 대학에 정목사의 불법 사실을 통보했고, 대학은 합격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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