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흉은 모피아…예금보험공사에 저축은행 단독 조사권 부여해야”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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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한 전 예금보호공사 감사 인터뷰

“‘모피아’의 견고한 아성을 허물어뜨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저축은행과 같은 사태는 다음 정권, 다다음 정권에도 끊임없이 계속된다. 모피아는 진보·보수 정권에 상관없이, 좌·우 이념에 상관없이 계속된다. 정권은 5년이지만 모피아는 영원하다. 따라서 그들이 대통령 위에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예금보험공사 감사를 지낸 이양한 전 감사는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원흉’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모피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모피아란, 재무부의 영문 약칭인 MOF와 마피아를 합성한 단어이다. 행정고시 출신 재무부 관료들이 그들끼리 끈끈하게 연결되어 산하 기관들을 다 장악하는 것을 마피아 조직에 빗댄 표현이다.

‘모피아의 대부’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행시 6회)를 꼽는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냈다. 현 정부에서는 첫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과 첫 금감원장을 지낸 김종창 전 원장(이상 행시 8회)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그 뒤를 이은 윤증현 전 재정부장관(행시 10회),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이상 행시 22회),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감원장(이상 행시 23회), 김광수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행시 27회) 등이 모두 모피아 계보로 연결되어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김종창 전 원장과 김광수 원장이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6월2일 기자와 만난 이양한 전 감사는 “저축은행은 사실 예금보험공사에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사금고 성격이 강해서 그만큼 위험성이 많다. 실제 저축은행이 문제가 생기면 그 돈을 예보에서 다 대지 않나. 그런데도 감독권과 조사권은 금감원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재무부 금감원 출신 모피아들이 모두 저축은행과 연결되어 있는데, 어떻게 비리를 끊을 수 있나. 그나마 현 정부 들어서는 예보도 거의 모피아에 장악된 듯하다. 그래도 예보 사장과 감사는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으므로 그들을 통해서라도 예보만큼은 모피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 검사권을 예보에 부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예보 감사로 취임할 때와 취임한 이후 모피아와 사사건건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4월 감사로 선임되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라는 이유로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나를 ‘대통령 측근’으로 인식한 모피아들의 견제는 대단했다. 들어가보니 예보에서조차도 모피아의 입김이 막강했고, 마치 금감원의 하위 조직처럼 별 의욕도 없이 움직이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외부 인력 영입을 막고 내부 승진을 주장했다. 금감원의 횡포, 모피아의 영향력에서 예보라도 벗어나게 해야겠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저항도 거셌고, 심지어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체크할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이 전 감사는 “모피아의 힘은 대통령도 감히 어쩌지를 못한다. 경기 침체로 여론이 악화되면 경제 수장을 교체해야 하는데, 대통령 주변에서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목소리 또한 모피아들이 똘똘 뭉쳐서 나오면 대통령도 거기에 좇아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피아의 대부라는 이헌재 전 장관을 재경부장관으로 앉히기 위해서 공을 들인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대통령의 부탁을 고사하다가 이장관이 수락하면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수락했다. 그만큼 그들의 힘은 막강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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