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뺨치는 어피니티, 오비맥주 건에서도 웃을까
  • 조득진 기자 ()
  • 승인 2011.06.15 0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콩계 사모 펀드로 현재 40억 달러 규모의 3호 펀드 운용 중 / 시끄러운 인수전 피하고 M&A로 경영권 확보하거나 의미 있는 지분 인수에 주력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오비맥주(카스)의 실적이 향상되고 재매각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대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의 수익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론스타, 칼라힐, 블랙스톤, KKR 등 세계적인 사모 투자 전문회사(PEF)들을 제치고 이 회사가 유독 한국에서 강점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비맥주에 대한 M&A(합병·매수) 의사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어 어피니티가 1조원 이상 수익을 낸 하이마트 매각에 이어 대박을 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이마트·더페이스샵 등 매각, 수조 원 차익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국내에서 고수익을 올린 사모 펀드 운용사로 꼽힌다. 국내에서 MK전자(1999년), 만도(2000년), 해태제과(2001년), 하이마트(2005년), 더페이스샵(2005년), 한국디지털위성방송(2009년) 등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후 원금의 2~4배 이상을 회수했다. 이 가운데 만도, 하이마트, 더페이스샵의 투자 성과는 국내 PEF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으로, 적어도 국내에 관한 한 글로벌 PEF들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어피니티는 스위스계 UBS 금융그룹 산하 UBS캐피탈아시아퍼시픽이 2004년 독립한 회사이다.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서울과 자카르타, 싱가포르, 시드니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현재 3호 펀드가 운용 중인데 운용 규모만도 약 40억 달러(한화 4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투자자들은 글로벌 연·기금들과 국부 펀드, 생명보험사들로 운용 자금의 질적인 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어피니티는 국내에서 수익 창출 가능성이 크고 현금 흐름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 자금 1천억?5천억원대 기업들에 대한 선별적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주로 소비재와 서비스, 헬스케어, 금융, 부가 가치가 높은 제조업 등에 투자했으며 부동산, 바이오, 담배, 에너지 등의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어피니티의 최대 성과로는 하이마트 인수와 재매각이 꼽힌다. 2005년 2월 약 8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하이마트를 인수한 어피니티는 지난 2007년 유진그룹에 1조9천5백억원에 재매각했다. 수익률 1백44%,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더페이스샵 매각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2009년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매각하면서 투자 원금 대비 다섯 배가 넘는 수익을 챙겼다. 2005년 10월 더페이스샵의 지분 70.21%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오른 어피니티가 당시 투자한 금액은 8백억원 정도였다. 이를 불과 인수 4년 만에 4천2백억원에 팔아 투자 수익률 4백25%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록을 남겼다. 국내 3위의 화장품업체인 더페이스샵 인수를 통해 만년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을 따라잡을 기회를 보던 LG생활건강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면서 ‘몸값’을 올린 덕분이다. 

지난 2월에는 보유 중인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지분과 전환사채(CB) 전량을 1대 주주인 KT에 매각하면서 역시 두 배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 1천4백억원을 투자해 2년10개월 만에 2천5백억원가량을 회수한 것이다.

이같은 어피니티의 성과에 대해 금융가에서는 “한국 시장을 제대로 읽고 있는 한국통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한다. 현재 어피니티의 한국 대표는 박영택씨이다. 박대표는 삼성전자 자금팀과 국제 금융, 미국 법인 등에서 19년 동안 일했고, 2000년 11월 M&A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주 활동 무대는 홍콩이지만 지난 2009년 스카이라이프의 사외이사로 재선임될 정도로 국내 기업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모 펀드 대표는 “박대표는 한국통으로 한국 시장에 관심이 지대하다. 한국에 돈을 벌 수 있는 물건이 많고 그러한 환경 또한 조성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론스타처럼 시끄러운 인수전은 피하는 대신 주로 M&A로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또는 의미 있는 지분을 인수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돈 놓고 돈 먹기’ 유의 인수가 아닌, 해당 물건에 대한 시장의 가치를 판단하고 투자하는 스타일이라는 설명이다.

‘배당 빼먹기’는 여전해 비판 도마에

사실 어피니티는 그동안 ‘먹튀’ 논란을 낳았던 다른 해외 사모 펀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더페이스샵을 인수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의 연평균 신장률을 70%까지 끌어올렸고, 매장 수 또한 대폭 늘렸다. 그러나 해외 사모 펀드로서 ‘배당 빼먹기’는 다른 사모 펀드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피니티는 하이마트를 매각하기 전 영업이익의 약 90%에 달하는 고배당을 통해 수백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 더페이스샵 매각 과정에서도 중간 배당을 실시해 회사에 남아 있던 미처분 이익잉여금 6백4억원을 단번에 회수했다.

최근 어피니티는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에 투자했던 기업을 매각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신규 투자처를 찾는 데 애를 먹으면서다. 2009년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경영권 인수 이외에 NSK(현 전주제지) ‘처음처럼’ ‘오비맥주’ 등에서 잇달아 신통치 않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결국 어피니티가 선택한 것은 공동 인수였다. 2009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KKR에게 50 대 50의 공동 인수를 제안해 최대 주주가 되었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오비맥주 공동 인수 기회를 얻게 된 어피니티의 구세주는 지금으로서는 롯데그룹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오비맥주 최대 주주인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매각했을 때 롯데그룹은 막판까지 KKR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고배를 마셨다. “맥주회사 인수를 강력히 희망한다”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근 발언이 어피니티에게는 기회이자 시험대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