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키울까, 내실 다질까” 고민 중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6.1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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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시장 문 활짝 열어젖힌 성기학 골드윈코리아·백덕현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대표

2006년 1조원이던 아웃도어 시장은 2011년에 3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아웃도어=등산’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아웃도어=야외 활동’이라는 공식이 세워진 것이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 공식을 세운 주역이 성기학 골드윈코리아 대표(64)와 백덕현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 대표(60)이다. 이 두 업체는 지난해 매출 5천3백억원과 4천2백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

1968년 미국에서 탄생한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로 대변되는 골드윈코리아의 성대표는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서울통상에서 근무하다 1974년 영원무역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외국 바이어의 주문에 따라 오리털 점퍼와 스키복을 만들어 수출했다. 1984년 동업자 두 명이 손을 털고 나가면서 성대표가 회사를 단독 경영했다. 주문자 상표 부탁 생산(OEM)에 탄력이 붙으면서 나이키, 팀버랜드, 폴로 등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 제품을 생산했다. 1992년 일본 골드윈 사와 합작 설립한 골드윈코리아(영원무역의 자회사)를 통해 그는 1997년 노스페이스를 국내에 들여왔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레저 문화가 확대되고,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하리라고 분석한 것이다. 전망은 적중했다.

오리털 재킷을 출시하자마자 10만장이 팔려나갔다. 2000년 들어 아웃도어 시장은 급성장세를 탔다. 매출액이 해마다 25%씩 늘어나 지난해 5천억원을 넘겼다. 2003년 이후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한 후 8년째 그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성대표는 “노스페이스의 5천억원 매출 돌파는 업계뿐만 아니라 패션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일 브랜드로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성대표가 자수성가형 CEO라면 코오롱인터스트리FnC를 맡은 백덕현 대표는 전문 경영인이다. 1977년 코오롱상사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줄곧 코오롱맨으로 살아왔다. 2001년 상무에서 FnC코오롱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고혈압이 악화되어 휴직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단전 호흡과 명상으로 심신을 다잡아 건강을 회복한 그는 2004년 중국 상하이 법인장으로 복귀했다. 2009년에 아웃도어와 패션 제품군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코오롱스포츠, 잭니클라우스, 캠브리지멤버스 등이 그의 지휘에 따라 생산되고 있다. 그중에서 효자 브랜드는 1973년 탄생한 코오롱스포츠이다.

국내 스포츠 제품의 원조 상표이지만 낡은 이미지가 제품 경쟁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백대표가 꺼낸 카드는 패션이었다.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인 장 콜로나의 도움을 받았고, 가수 이승기를 광고 모델로 출연시켜 젊은 이미지를 강조했다. 스포츠 제품에 패션을 가미하면서 매출이 해마다 25%씩 성장했다. 

성대표와 백대표는 모두 아웃도어 개념을 ‘등산할 때 필요한 제품’에서 ‘평상시에도 사용하는 제품’으로 바꾸었다. 등산뿐만 아니라 여행, 자전거, 걷기 등에 맞춘 제품을 내놓았다. 이것은 등산 전문가만 이용하던 제품을 일반인도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활동성에 패션을 섞으면서 소비자층도 남성 위주에서 여성과 청소년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를 위해 성대표는 고어텍스 소재, 무봉제 기술 등을 개발해 품질을 높였다. 비록 OEM 제품이지만 품질을 유지하지 않거나 시대가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백대표도 38년 동안 유지해 온 고품질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업계 최초로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의류를 선보인 데 이어 해마다 그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최근에는 자체 발열 기능이 있는 제품이나, 아이팟 또는 휴대전화를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조절할 수 있는 점퍼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성대표, 해외 진출 …백대표, 국내 시장 공략

▲ 성기학 골드윈코리아 대표1947년 경남 출생1970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1971년 서울통상 입사1974년 영원무역 설립. 영업이사1984년 영원무역 대표1992년 골드윈코리아 설립1997년 영원무역 대표이사 회장.            골드윈코리아 대표이사 회장 ⓒ 골드윈코리아

이런 노력으로 시장을 개척한 점은 이 두 CEO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경영 방식에서는 차이가 확연하다. 성대표의 경영 스타일이 브랜드의 힘을 앞세운 외형 강화라면, 백대표의 경영 형태는 전통 국산 브랜드의 부활에 역점을 둔 내실 다지기이다.

성대표는 외국에 생산 공장을 늘려왔다. 1980년부터 방글라데시, 중국, 베트남, 엘살바도르 4개국에 20개 생산 기반을 두고 대량 생산 채비를 갖추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노스페이스 제품 10개 중 4개는 성대표가 만든 것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브랜드를 생산해 수출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백대표도 코오롱스포츠 제품에 대한 중국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판단에 중국 수출을 넓혀갈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 시장에 방점을 찍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속한 업무 진행, 패션 강조 등으로 급변하는 한국에서 살아남는 전술을 폈다.

이런 성향은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에도 묻어난다. 성대표는 1997년부터 100회 이상 국내 산악인들의 해외 원정을 후원해 오고 있다.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등 고산 등반길에 오르는 산악인에게 경제적인 도움이나 제품을 지원했다. 아예 산악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클라이밍팀을 만들었다.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등반한 박영석 등반대장과 같은 산악인이 경제적 어려움이 없이 등반 활동에만 전념하도록 한 배려였다.

▲ 백덕현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대표1951년 경기 출생1977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1977년 코오롱상사 입사1999년 코오롱스포츠사업부 이사2001년 FnC코오롱 상무이사 선임2001년 FnC코오롱 대표이사 위촉2004년 중국지사 법인장 부사장.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캠브리지코오롱㈜ 대표이사 겸임2010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대표이사, 사장 ⓒ코오롱인더스트리FnC

성대표와 달리 백대표는 소비자에게 눈길을 돌렸다. 가격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그는 2008년부터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연 매출 20억원 이상을 기록한 매장 10곳에서 10대 서비스(평생 품질 보증, 산행 보험, 나무 심기, 정보 제공, 전문직원 인증제 등)를 분석했고 이를 전 매장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해에는 전남 땅끝 마을에서 서울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삼남길을 개척하기로 전라남도와 협약했다. 삼남길은 조선 시대 10대 대로 중에서 가장 긴 길(1천리)이다.

올해 전략에도 두 CEO는 차이를 보인다. 성대표는 걷기·자전거·여행·등산·캠핑 등으로 야외 활동을 세분화하고 각각에 맞는 기능성 의류를 출시할 예정이다. 백대표는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품마다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또 SNS 등 모바일 마케팅으로 소비자와의 소통도 강화한다.

성대표와 백대표는 회사에서 아웃도어 제품뿐만 아니라 패션 제품도 총괄하고 있다. 성대표는 골드윈코리아와 영원무역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백대표도 코오롱스포츠와 캠브리지멤버스 등을 책임지고 있다. 패션 부문까지 합하면 이 두 회사의 매출은 각각 1조원이 넘는다. 이 두 업체 대표의 움직임에 따라 업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최근 올레길, 둘레길, 자전거 열풍 등으로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대표와 백대표에게는 풀어야 할 고민이 있다. 성대표에게는 OEM 제품을 생산·판매하므로 상표권 사용료, 디자인 사용료 등으로 인한 부담이 항상 존재한다. 백대표는 과거 화려했던 ‘코오롱’ 브랜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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