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딸’ 급부상, 안갯속 빠진 롯데그룹 분할 구도
  • 조득진 기자 (chodj21@sisapress.com)
  • 승인 2011.06.1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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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회장 셋째부인 딸 신유미씨, 모친과 함께 공연 사업 진출 등 활발한 행보 ‘눈길’

▲ 최근 서미경·신유미 모녀가 공연 사업에 진출해 주목받고 있다.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서울 대학로 복합 공연장 신축 공사 현장.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 동숭동 대학로 한국공연예술센터 바로 뒷골목은 최근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당초 지상 7층, 지하 3층의 건물에 대학로 라이브극장 등이 입주해 있었지만 올해 들어 이를 허물고 지하 5층, 지상 6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고 있다. 2012년 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건물에는 5백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관을 비롯해 총 1천2백여 석 규모의 공연장이 세 개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1백50여 석 정도의 소규모 극장이 많은 대학로에 이렇게 큰 규모의 복합 공연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례적이다”라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말이다.

신축 중인 이 건물의 주인은 바로 서미경씨(52)와 신유미씨(28)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이 부지는 지난 2009년 12월 서미경씨와 신유미씨가 공동 명의로 매입해 2010년 10월 유한회사 유니플렉스에 소유권을 양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2009년 당시 토지와 건축물을 포함해 매입가는 62억5천만원 정도. 토지(3백78㎡)만 30억2천만원이 넘었다.

경영 수업·지분 확보 등 ‘제 몫 챙기기’ 분주

지난 2006년 롯데그룹 관련 사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신유미씨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신회장의 셋째부인인 서미경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미경씨는 안양예고에 재학 중이던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선발된 후 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출신이다. 1980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서씨는 이후 유학길에 올랐고, 1983년 신유미씨를 낳았다. 신씨는 출생 당시에는 신총괄회장의 호적에 오르지 못했지만, 1988년 뒤늦게 호적에 오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신유미씨의 성장으로 촉진될 롯데그룹의 분할 구도이다. 신총괄회장(80)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룹 내 신씨의 존재가 커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신씨가 지난해 5월 롯데호텔의 고문직에 발탁된 것과 최근 공연 사업에 진출한 것을 그룹 내 역할 강화로 보고 있다.

현재 신유미씨는 롯데 비상장사 계열의 숨은 주주로 재산이 상당하다. 신씨는 어머니 서미경씨와 함께 각각 롯데쇼핑 주식 0.1%, 0.11%를 가지고 있다. 또한 신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함께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 9.31%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세븐일레븐에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로 6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편의점과 슈퍼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주식 가치 또한 늘어나는 구조이다.

롯데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외곽에서도 이들 모녀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롯데시네마 중 매출이 가장 많은 서울·경기 일대의 매점 운영권을 쥐고 있는 유원실업은 서씨가 60%, 신씨가 4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실질적인 오너이다. 극장 수익의 50%는 매점에서 나온다는 것이 극장가의 통설이다. 두 모녀가 실질적인 오너인 유기개발 또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영등포점, 안양점, 잠실점 등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롯데리아 등 11개의 음식점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서씨의 친오빠 서진석씨가 대표이사 신분으로 대외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법인으로 등록하고 공연 사업에 나선 유니플렉스 또한 서진석씨가 대표이사에, 서씨는 이사에 올라 있다.

서씨 모녀의 공연 사업 진출 등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 재계에서는 향후 롯데그룹 분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벌여온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 외에도 연극·뮤지컬 등 공연 사업에 진출해 이들 사업 영역을 신유미씨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시나리오이다. 그동안 신유미씨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업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해 온 터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경쟁 가능성도

이에 대해 롯데그룹의 공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샤롯데씨어터측은 “아는 것이 없어 말할 게 없다”라는 반응이다. “그룹 차원의 투자가 아니며, 신고문의 활동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라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 또한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것까지 일일이 알 수는 없다”라며 입을 다물었다.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을 피해 신총괄회장과 함께 일시 귀국하기도 했던 신씨는 현재 호텔롯데 소속 일본 도쿄사무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에 근무한 경험이 없어 비상근 고문 형태로 입사해 비즈니스 호텔 관련 일을 배우고 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고, 또 아무래도 그쪽이 비즈니스 호텔 분야가 발달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체제가 되면서 승계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맡아 경영하는 구도이다. 관심거리는 딸들의 몫이다. 특히 신씨의 행보가 커질수록 언니인 신영자 사장과의 경쟁 구도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최근 강남에 최고급 스파를 여는 등 패션과 미용 쪽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신사장이 물류와 엔터테인먼트 및 패션 사업 쪽으로 자신의 영역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서미경·신유미 모녀가 확대하는 사업 분야가 상당 부분 신사장의 영역과 겹친다는 것이다. 두 모녀의 최대 수입원인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의 경우 서울·경기권은 유원실업이 가지고 있지만 그 외 지역은 시네마통상의 몫이다. 신영자 사장은 시네마통상의 최대 주주(28.3%)이다. “교통정리가 된 아들들과 달리 딸들의 전쟁이 롯데그룹 분할 구도를 흔들 수 있다”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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