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없이 촛불 안 꺼진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6.15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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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 인터뷰 / “등록금 문제는 교육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 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가 자신의 빚 액수와 상환 기간이 적힌 안내판을 가리키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서울시 종로구 교남동에 있는 청년유니온 사무실 벽에는 커다란 안내판이 여러 개 걸려 있다. 학자금 대출로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조합원들의 이름과 나이, 대출금과 상환 일자를 적어놓은 것이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31)도 대학 때 빌린 학자금 1천만원을 최근까지 10년 동안 갚았다. 올해 27세인 한지혜씨의 경우 빚이 2천8백만원에 달한다. 11년 동안 갚아나가야 한다. 송화선씨(29)도 대출금 1천6백만원을 갚아야 한다. 이대원씨(32)도 빚이 2천8백만원이다. 이들의 빚은 모두 고액의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 생겨났다. ‘학자금 대출’로 받은 돈이 고스란히 꼬리표처럼 빚으로 남은 것이다.

김대표는 “등록금은 내리고, 최저 임금 올려라”라고 목청을 높인다. 최근에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며 1인 시위에도 나섰다. 그는 “연간 1천만원에 육박하는 고액 대학 등록금이 젊은이들을 빚쟁이로 몰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빚더미에 앉은 청년들을 구제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했다. 빚더미에 앉은 대학생들,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김영경 대표에게 그 실상을 들어보았다.

대학가의 ‘반값 등록금’ 문제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가장 먼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켰어야 했다. 임기 초창기에 추진했어도 임기 내에 될까 말까 했다. 예산을 확보하는 데에도 꽤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실현 가능하냐’ ‘안 하느냐’로 질질 끌지 말고 당연히 시행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늦었다. 그동안 청년들을 위한다고 내놓은 정책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청년들이 화가 났다. 그래서 촛불(집회)로 번진 것이다. 지금 대학가는 분명 예전의 등록금 투쟁과 다른 양상이다.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지 않으면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반값 등록금’을 어떻게 보나?

등록금 문제는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건, 적게 벌건 누구에게나 동일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지금 정치권이 잘못하면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심 잡기로 볼 수도 있다. 정말 ‘반값 등록금’에 의지가 있다면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을 해결할 근본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서 보면 무상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우선 단계적으로 실시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전면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1970년대에 무상 교육을 실시했다. 그 당시 독일의 국가 경제 규모가 지금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독일은 교육의 공공성 문제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정 마련이 어렵다’라고 하는 것은 엄살에 불과하다.

반값 등록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 22조원 플러스알파라고 들었다. 이 돈은 전국의 대학생 3백만명이 무상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금액이다. 멀쩡한 보도블럭을 새로 까는 등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이런 것을 모아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의지이다.

고액의 등록금은 대학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우리 대학도 적립금이 최상위 순위에 들어갔다. 대학에서는 세계 일류 대학으로 가기 위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세계 일류 대학의 기준은) 학교 적립금이 얼마냐가 아니다. 그 학교의 연구 수준, 공부의 질 등이 잣대가 될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에 있는 대학들이 낮은 등록금을 내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학생들에게 수많은 경험을 쌓게 한다면 이것이 학교 발전의 척도가 된다. 적립금을 다 풀면 학생들이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

대학생들의 빚이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대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어 사회에 진출한다. 빚을 갚자니 생활 자체가 어렵고 미래를 설계할 수가 없다. 물론 빚을 지게 된 요인 중에 가장 큰 것이 등록금이다. 우리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았더니 청년들 절반 이상이 빚이 있었다. 20대 초반은 학자금이 가장 많았고, 30대는 주거 때문에 빚이 있었다.

대학생이나 청년들의 빚에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가?

가장 좋은 것은 탕감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니까 ‘취업 상환제’가 나왔다. B학점을 넘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복리로 갚아야 한다.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면서 청년들의 빚도 100% 탕감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선은 차등해서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가의 장래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가 없다. 지금 청년들은 ‘3포 세대’라고 한다. 연애와 결혼, 육아를 모두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본인이 먹고사는 문제가 급해서 자신들의 미래, 내가 하고 싶었던 꿈을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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