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표, ‘줄기’ 되려 더 노력해야”
  • 감명국 기자·정리: 한수연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6.1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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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 인터뷰 / “영·호남 지역주의 깨는 데 충청도가 중심 역할 해야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6월3일, <시사저널> 취재진은 충남도지사 집무실에서 안희정 지사와 마주 앉았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잠재적 대권 주자로 급성장했다. <시사저널>이 지난 5월22일 충청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 4위에 올랐다. 충청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줏대감처럼 활약해 온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심대평 의원(전 충남도지사), 염홍철 대전시장이 1~3위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충청권의 ‘차세대 대표 주자’로 꼽힌 셈이다. 최근 그는 ‘민주당 가지론’ 발언으로 현재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우며 주목되었다.

지난 1년간의 도정 성과에 대해 안지사는 ‘직원들과의 새로운 소통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을 꼽았다.

대통령이든 도지사이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관료 조직의 지도자이다. 그랬을 때 가장 우선적인 임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조직이 국민의 말을 잘 듣게끔 해야 한다.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 매우 예민한 조직이어야 한다. 이제 군기 잡는 시대는 지났다.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 능력이다. 이것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새로운 행정 정신의 목표이고, 이를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지휘자로서 도청 내의 조직과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도지사와 도청 조직이 마음을 열고 서로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그 조직이 국민과 대화할 리가 없다.

안지사가 공직에서 활동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무원 조직을 직접 접해본 느낌은 어떤가?

공직 사회, 기업인, 시민, 노동자 다 합심해서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따라서 나는 공직 사회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21세기의 새로운 환경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시사저널>이 실시한 충청권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비교적 큰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역 민심의 변화는 어디서 기인한다고 보나?

 

▲ 지난 5월18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운데)가 당진군 합덕읍의 한 논에서 이철환 당진군수와 함께 이앙기로 모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충남 지역민이라고 한다면, 서민이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을 안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감세에 따른 복지 재정의 정체 및 축소라고 하는 것은 일반 서민들이 실제적으로 체감하는 것이다. 또 세종시 문제부터 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지역민들의 속을 어지간히 썩였다. 거의 모욕감을 느끼는 수준이다. 그런 점에서 여당이 이 지역에서 지지를 못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렇다면 야당으로서 대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내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충청도는 지역 정당 하면 영원히 3등 정당밖에 안 됩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영남 뭉치고, 호남 뭉치니까, 그럼 충청도도 뭉치자, 이러면 충청도는 영원히 3등이다. 충청도는 절대 지역주의 정당으로 가면 안 된다. 지난 선거 때 내가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충청도 출신으로 쓸 만한 사람 있으면 키워주십시오. 나는 적어도, 민주당에서 장자 역할을 할 사람이니까 나 키워주십시오. 이렇게 해서 충청도는 영·호남의 지역주의 정치를 깨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내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충청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함의이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런 내 호소를 도민들께서 받아주셔서 나를 도지사로 만들어주신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지역에서 높게 나온 것은 그렇게 나를 선택해준 충청 도민의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방 행정이 뿌리 내리면서 광역단체장이 대권 주자로 부각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정치인들이 국정 운영을 위한 예비 단계로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안지사 역시 충남도지사를 기반으로 좀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나는 항상 국민들을 향해 ‘김대중·노무현의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라고 말해왔다. 미완의 역사란 지역 정치의 극복을 말한다. 정책과 노선으로 정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 정치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한 정당 정치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완성시키는 것이 내 목표이다. 그것은 대통령이 되려는 목표보다 더 큰 목표이다. 단지 대통령 5년 임기 해서 뭐 하겠나. 온 동네에서 욕만 먹는 자리인데.(웃음) 그러나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권력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지 도전할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최근 야권 연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갈등이 첨예한데,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이나 다 민주당이 잘못해서 생겨난 정당들이다. 민주당이 노동조합과 노동 계급의 입장에 대해 노동조합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어떤 선명한 주장보다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서 싸워주는 정당, 이 자리를 왜 빼앗긴단 말인가. 이것을 빼앗기니까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과 당원들과 국민이 참여하는 정당 개혁, 이런 것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참여당이 생긴 것이다. 다 민주당의 잘못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는 개인적으로 친한가?

문이사장과는 연배 차이도 있고, 글쎄 개인적으로 친하다는 기준이 좀 모호한데.(웃음) 분명한 것은 내가 문재인 이사장님을 굉장히 존경한다는 것이다. 문이사장님도 내게 많은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 

지금 문재인 이사장이 ‘친노(親盧)’의 새로운 대표 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친노의 대표 주자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시민주권 모임을 만들었던 재작년, 나는 “정파로서의 친노는 거부한다”라고 분명히 얘기한 바 있다. 나는 그저 국민들이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으로서 노대통령을 존경하고, 권위주의 타파라는 ‘노무현 정신’을 만들어내는 데에서 온 국민이 친노가 되기를 바란다. 여의도와 정치판에서 친노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뭉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한다.

안지사에게 노무현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나?

내가 안희정인데, 안씨 집안의 그늘이 너무 짙게 드리워지니까 지금 김씨로 좀 바꾸자,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 없지 않겠나. 평생 간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노무현의 정신을, 또 그분을 잘 모시는 일을 내가 소홀히 하면 욕을 먹을 것 같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듯한 “역사의 족보와 줄기는 정통성에 있다. 가지가 줄기 역할을 하면 나무는 자빠진다”라는 이른바 ‘가지론’을 말한 것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당연한 말을 한 것인데, 왜 자꾸 그러나 모르겠다. 가지가 커지면 실제로 나무가 자빠진다. 줄기가 똑바로 가야 하는 것이 맞다.

 

▲ “역사의 줄기를 바로 세워서 이 역사를 바로 끌고 가려면 줄기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80년을 사는 독수리가 나이 마흔이 넘어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위해서 자기 부리와 털과 발톱을 빼서 새살을 돋게 하는 과정과도 같다. 어려운 과정이다. 손학규 대표와 김부겸 의원은 그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그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역사를 이어가려면 그래야 되는 것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손학규 대표는 줄기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

“운명론적으로 넌 안 돼”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다 부질없는 이야기이다. 민주당의 정통성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역사이다. 이 역사를 철저하게 잘 계승하는 사람, 그것을 위해서 가장 헌신하는 사람이 이 역사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물론 내 마음속에는 “나는 이 역사의 장자로서, 이 역사는 내가 이어가겠다는 자부심과 포부가 있다”라는 점은 있다. 하지만 나만 전매 특허를 낸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다만 민주당의 역사가 발전하려면 김대중과 노무현을 배출했던 그 역사를 고스란히, 그 정통성을 알고 김대중·노무현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얘기이다. 그러니까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일전에 한나라당 출신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한나라당 꼬리표를 떼어달라’라는 눈물의 편지를 쓴 바 있다. 손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나?

역사의 줄기를 바로 세워서 이 역사를 바로 끌고 가려면 줄기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80년을 사는 독수리가 나이 마흔이 넘어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위해서 자기 부리와 털과 발톱을 빼서 새살을 돋게 하는 과정과도 같다. 어려운 과정이다. 손학규 대표와 김부겸 의원은 그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그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역사를 이어가려면 그래야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당원들과 진보 진영을 넓혀내야 한다. 그분들이 정말로 지도자가 되려면 오히려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야만 안팎의 밀도도 높아진다. 이번 기회에 (가지론 발언이) 내가 누구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려고 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 좀 알려졌으면 한다. 그리고 이 말 자체를 누구에 대한 공격 차원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잘못된 것이다.

손대표의 강점은 중도층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내년 대선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노선을 왼쪽에서 중간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당내에 있는데.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왼쪽 클릭’을 하든지, ‘오른쪽 클릭’을 하든지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일단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35~40%가량의 고정 지지율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가지고 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약 35~40%의 스윙보터(swing voter: 부동층)들을 향한 당의 유연한 정책 공약들이 나온다. 그러면 한나라당의 정책, 민주당의 정책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우선 이를 확정지어야, 이후 어디로 더 폭을 넓힐 것인가가 나오지 않겠나. 그래야 서로 간의 책임 정치도 가능해진다. 지금 상태로는 거의 사격으로 치면 ‘순간 발사’ ‘순간 격발’ 기법이다. 이러면 어쩌다가 한 번 뚫을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평균 점수는 못 높인다.

얼마 전 재향군인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 통일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강연으로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안다. 도지사가 된 이후로 ‘우 클릭’을 하는 것인가?

내 입장에서 보면 특별히 변동된 것이 없다. 그날 내 강연의 핵심은 “안보를 여야 간의 쟁점으로 삼으면 안 된다. 안보라는 것은 국민을 단결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였다. 국민을 단결시킴으로서 얻어지는 것이 안보인데, 안보의 주요한 현안을 정치적인 쟁점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 정부 10년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책임 있는 집권 세력의 한 멤버로서 하는 충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통일, 남북 정상회담의 주제를 절대로 인기를 끌기 위해서 하지 않았다. 평양 방문, 6·15 남북 정상회담 때에도 한나라당과 보수 단체에게 모든 기회를 다 주었다. 또 그들이 훨씬 더 돋보이도록 배려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나. 통일이나 안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정파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국가를 망치는 길이라는 것이 내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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