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형 아닌 ‘풀’형으로 나아가라
  • 고정민│창조산업연구소 소장·홍익대학교 교수 ()
  • 승인 2011.06.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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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신한류, 이렇게 해야 만들 수 있다 / 반한류 관리하며 미국 진출에 더 공 들어야

▲ 유튜브 등에 올라온 K-POP 관련 영상들. ⓒ 구글코리아 제공

과거 한류는 문화적 장벽이라는 커다란 벽에 의해 아시아권에 머물렀다. 이번 신한류 열풍은 풀(pull)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마디로 해외에서 먼저 한류 콘텐츠의 수요가 나타난 이후에 가수나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는 형태이다. 반면 K-POP이 미국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장에 우리 기업이 먼저 진출하는 푸시(push)형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패니메이션과 영국의 팝이 미국에 진출할 때에도, 한국 드라마 한류가 처음 나타날 때에도 모두 풀형 해외 진출이었고, 성공했다.

신한류가 확산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일등 공신이다. 유튜브를 통해 국내 아이돌과 K-POP은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 시장으로 진출했다. 요즘에는 유튜브에서 프로모션을 먼저 하고 여기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에 해외 진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SNS가 K-POP의 해외 유통과 홍보의 주역이었다면 트레이닝 시스템은 K-POP의 질적 향상의 주역이다. 트레이닝 시스템은 매니지먼트사가 연습생을 뽑을 때부터 시작해 해외 진출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교육하고 관리하는 기업형 가수 양성 시스템이다.

음악 콘텐츠 경쟁력 향상에도 더 힘쓰기를

그러나 K-POP 경쟁력의 밑바닥에는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소비자의 까다로운 평가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스타가 되려면 연습생 기간 동안, 그리고 가수가 된 이후에는 경쟁사와 동료 간의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또한 음악 팬이 가수와 노래에 대한 의견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평가하고 그중에서 우수한 가수를 선택하는 소비자 평가 시스템이 어느 나라보다도 잘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경쟁 시스템과 평가 시스템을 통해 K-POP의 경쟁력이 축적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신한류가 지속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음악 콘텐츠의 경쟁력 향상에 좀 더 힘써야 한다. 좋은 물건이 잘 팔린다는 점은 진리이다. 다른 상품은 경쟁력이 낮다면 가격을 낮추어 박리다매를 하면 되지만, 음악에는 저가격이 의미가 없다. 아무리 저가라도 좋은 음악이 아니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둘째, 새로운 반(反)한류를 경계해야 한다. 한류 붐과 반한류는 비례한다. 한류 붐이 커지면 반한류도 높아진다. 반한류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국가마다 반한류 관리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문화적 자존심이 강하거나 자기 문화의 우월성을 교육하는 국가로의 한류 진출은 신중해야 한다. 셋째, 미국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한류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곳은 미국이다. 그 자체 시장 규모가 거대할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의 인기는 세계 시장의 평정을 의미한다. 미국 시장은 실력 있는 가수만이 살아남는 곳이다. 미국에 진출하려면 춤과 외모 등 외양적 요소와 함께 최고 수준의 노래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에서 한국의 팬이 생겨날 것이고 그 층이 두터워졌을 때 푸쉬가 아닌 풀형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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