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비호 세력도 파헤칠까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1.06.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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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최측근 세무사 이 아무개씨 구속하고 한 전 청장 비리 수사 나서 주목

▲ 민주당으로부터 뇌물 수수 및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가운데)이 지난 2월28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검찰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정조준했다. 과연 한 전 청장은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림 로비 의혹’ 등으로 해외에 머무르다 귀국한 그는 지난달 뇌물 수수 및 공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나돌았던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서 검찰이 면죄부를 주면서 비판이 비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다시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수사 강도는 전과 달리 날카롭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는 지난 5월27일 김영 편입학 학원을 압수수색했다. 6월15일에는 한 세무법인 대표 이 아무개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김영 편입학원 김영택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 국장 출신인 이씨는 국세청 안팎에서 ‘한상률 전 청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국세청 재직 시절, 과장에서 국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화제가 되었다. 전액 현금으로 받았고 실제로 추징액이 줄어들었다는 점 등을 들어 검찰은 이씨가 돈을 윗선으로 상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윗선’은 한 전 청장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한 전 청장이 물러난 뒤 국세청 내부에서는 한 전 청장과 관련해 이씨의 이름이 수시로 오르내렸다. 그가 퇴직했음에도 한 전 청장 시절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었다. 한 전 청장의 대리인처럼 움직이며 각종 기업의 세무조사 등에 개입한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도 이같은 소문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청호나이스 사건에도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 편입학원처럼 청호나이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로비에 그가 나섰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6월2일 청호나이스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방위로 한 전 청장을 압박하는 모양새이다.

한 전 청장의 ‘반격’ 나올지에 관심

국세청 한 고위 인사는 “이씨는 한마디로 한상률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한 전 청장과 관련 있는 여러 사건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에 이씨의 구속으로 한 전 청장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전 청장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도 관심사이다. 그는 지난 2008년 <시사저널>이 보도한 ‘골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장직을 그만둘 때 상당한 ‘저항’을 했었다. 권력 핵심부를 향해 “이대로 사퇴할 수는 없다”라며 반발했다는 것은 관가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박연차 세무조사’ 등의 전말을 알고 있을 한 전 청장이 해외에서 귀국하자 “권력 핵심부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라는 추측이 나왔고 검찰 수사 결과도 여기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경우에 따라 파장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점치게 한다. 

조직의 생존을 위해 칼을 빼들고 나선 검찰, 권력 핵심부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 전 청장, 한 전 청장을 비호했던 권력 실세들의 한판 승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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