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업은 홍준표냐 원희룡·나경원이냐
  • 조진범│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1.06.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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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뽑는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계파 전쟁’ 재현 불가피 / 친이계, ‘인물’ 없어 깊은 고민…SD와의 연대 가능성은 낮아

▲ 지난 5월6일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런 전당대회는 처음이다. 도무지 집권 여당의 당권 레이스로 보기 어렵다. 위기의 ‘한나라당호(號)’를 이끌고 나갈 선장이 마땅치 않다. 어느 정도 예고된 현상이기도 하다. 갑론을박 끝에 대권-당권 분리를 규정한 현행 당헌·당규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마이너 리그’가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출전하지 않는다. 그래도 심하다. 난국을 돌파할 만한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고만고만한’ 후보들의 난장판으로 흐를 가능성이 큰 셈이다. 7월4일 전당대회(전대)를 앞둔 한나라당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눈치 작전도 극심하다. 계파와 그룹, 개인별로 유·불리를 따지느라 여념이 없다. 정치적 이익을 계산하기 위해 튕기는 주판알 소리가 요란하다. 그만큼 고민이 크다는 의미이다. 당장 출사표 현황을 보아도 그렇다. 6월23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일주일 전인 6월16일까지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인사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4선의 남경필 의원과 3선의 박진 의원이 ‘과감하게’ 베팅했을 뿐, 나머지 예비 후보들은 “고민 중이다”라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쓴맛 본 친이계, 부활 노려

이번 전대에서도 역시 해묵은 ‘계파 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공개적으로는 ‘통합’을 강조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6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통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친이·친박 그런 소리가 나와서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복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밝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오 장관측도 마찬가지다. 한 측근은 “전대가 친박과 친이의 개념으로 가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도 힘들어진다”라며 계파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일축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계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대표로 밀어주려는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친이계는 절치부심이다. 지난 5월 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졸지에 ‘비주류’로 전락한 친이계이다. 7·4 전당대회에서 부활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역대 정권에서 주류가 당권을 내주는 것을 보았느냐”라며 반격을 예고했다. ‘황우여 체제’를 뒤집어 엎겠다는 각오이다. 친이계 대표를 배출해 당 운영의 주도권을 탈환하고, 친박계와 소장파 등 신주류를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인물난’이다. 친이계의 대표 주자로 내세울 만한 후보를 찾지 못해 고민이다. 원희룡 전 사무총장과 나경원 전 최고위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의견 통일이 되지 않는다. 한때 연대설이 나돌았던 홍준표 전 최고위원 카드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장관의 또 다른 측근은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전 지도부의 일원인 홍 전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대표가 된다면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가동할 정도로 한나라당이 위기인데, 과연 홍 전 최고위원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라며 ‘홍준표 불가론’을 강조했다.

홍 전 최고위원도 친이계의 ‘조직표’를 기대하지 않는 눈치이다. 오히려 친박계의 협조를 구하는 모양새이다. 박 전 대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말하면서 친박계 일각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 선거인단이 21만명으로 확대되어 조직보다 ‘바람’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최근 일부 언론사의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1위로 나와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 국회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는 나경원·원희룡(오른쪽) 한나라당 의원. ⓒ연합뉴스

친이계의 고민은 여기에서도 묻어난다. 당선 가능성 측면에서 홍준표 전 최고위원이 가장 앞서 있다는 판단이 대표 주자 선택을 어렵게 한다. 당초 친이계는 나 전 최고위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략이었다. 여성을 대표로 내세워 같은 여성인 박 전 대표를 ‘흔들겠다’는 속셈이다. ‘나경원 카드’는 여전히 논의 중이지만, 처음보다 강도가 약해졌다. 상당수 친이계 의원들이 “나 전 최고위원으로는 약하다. 아직 대표가 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라고 인식한다. 한때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 카드가 유력했으나 수도권의 반발에 부딪혔다. 실제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이 ‘김무성 카드’를 강력히 주장했다가, 한 친이계 중진으로부터 “까불면 다친다”라고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일까. 김 전 원내대표는 6월16일 “전대에 불출마하겠다”라고 전격 선언했다.

그러면서 제3의 카드로 원희룡 전 사무총장이 부각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젊은 후보라는 평가가 세를 얻어가고 있다. 친이계에서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를 예로 든다. 이장관의 측근은 “영국 노동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을 때 토니 블레어라는 40대 총리를 선택해 위기를 극복했다.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재오 진영측의 ‘40대 총리론’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재오와 원희룡의 조합이 의외의 파괴력을 보일 수도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다만 원 전 사무총장도 ‘4·27 재·보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에 고민이 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친이계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민생토론방’의 일부가 홍 전 최고위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친이계의 이탈 현상은 내년 총선 때문이 아니겠느냐. 대표가 공천권에 영향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홍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친이재오계’와 ‘SD(이상득)계’의 연대 여부도 흥미롭다. 원내대표 경선이 끝나고 이장관은 배신감을 토로했다. 단일 대오를 형성하지 않은 친이계 의원들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당시 SD계 의원들이 결선 투표에서 안경률 의원 대신 황우여 의원을 선택했다. 이장관은 6월12일 SD를 만나 연대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합의 공감대가 이루어졌다는 전언도 있지만, SD가 연대설을 일축했다는 상반된 주장도 나와 전대에서 한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이다.

친박계, ‘유승민-홍준표’ 미는 분위기

친박계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 의원이 사실상 단일 후보로 결정되었다. 친박계 내의 재선 의원 모임과 3선 이상 의원 모임을 통해 ‘유승민 카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굳이 대표를 노리지 않는다’라는 전략도 친박계를 속 편하게 한다. 친박계의 고민은 1인2표제에서 유의원 표를 제외한 나머지 한 표를 어디에 던지느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될 사람을 밀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홍 전 최고위원을 말하는 목소리가 점점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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